2024/11 39

버스 정류소 보일러

"우리 동네 참 좋아요." 가장의 출근길을 따라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다. 예전에는 무시로 집 근처를 산책하겠다고 가장을 따라나서본 적이 없다. 집만 나오면 사방팔방 차들이 쌩쌩 다니는 거리를 걷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이사 후 요즘은 매일 1시간 산책을 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지라 어느 때고 빈틈이 보이면 운동화를 꿰신는다. "커피 한잔 사서 한 모금 맛 보여줄게요." 가장의 별명은 '허니보이'다. 달지 않은 커피는 옆에 사람이 마시면 따라 마시는 정도라 애써 찾아 마시는 나와는 다르다. 둘이서 한잔이면 넉넉하다. 마침 버스 정류소 맞은편에 컴포즈커피가 생겨서 오며 가며 테이크아웃 하기 딱 좋다. 뜨아 한 잔을 받아 나오니 "그러면 내가 보일러를 떼 주겠소." "무슨 말?"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맹물생각 2024.11.12

살아온 전복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지금은 밤 10시 26분! '이상하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식품들이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 토요일 이 시간까지도 안 오면 월욜에 온다는 말인가?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하고 앱에 들어가 보았다.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목록에 들어가니 '배송완료!' 받은 적이 없는데 배송완료라니. 가끔 예전 주소를 잘못 넣는 경우가 있어 주소부터 확인을 했다. 주소는 맞다. 약간의 안도와 함께 이상하다며 딸램에게 보여줬다. "엄마, 어제 4시 48분 도착인데? 지금이라도 나가봐." "벌써 만 하루가 지났네? 전복이랑 소고기를 주문했는데..." 오늘도 몇 번씩 드나든 현관문을 다시 열어본다. "엄마, 엄마! 이상한데 주소가?" "그럴 리가? 주소는 맞던데?" 딸램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에는 '104동 16..

맹물레시피 2024.11.11

붕어빵도 시스템화

오랜만에 딸램과 단 둘이 보내는 토요일. 오전에 딸램은 뮤지컬부 공연 연습차 학교로, 엄마는 보강 수업으로 각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식사도 각자 해결했다. 딸램은 학교에서 나눠준 샌드위치와 복숭아 아이스티, 나는 공부방 냉장고에 있는 사과와 하루 견과, 빈츠(과자)로 대신했다. 수업을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이들 선행 수업은 어떤 교재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도 해보고, 최근 흐트러진 하루 루틴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책 주문 등으로 시간을 보내니 뭔가 어수선함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딸램은 약속대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떠는 것인지 헛갈리지만 모른 척 믿어주는 것이 상책이다. 얼추 각자의 일이 끝날쯤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니 붕어빵을 사 먹으러 가자고 합의를 봤다. 나의 목적..

맹물생각 2024.11.10

계란장

아침 간단 메뉴 2탄을 준비했다. 계란 장조림을 할 요량으로 오아시스마켓에서 갓 도착한 계란 10개와 냉장고 속 재고 2개를 꺼냈다. 최근 삶은 계란 껍데기 잘 까는 방법을 알게 되고 계란 요리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먼저 중간크기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인다. 그동안 흐르는 물에 손으로 문질문질 계란을 씻어 놓는다. 물이 끓으면 한 개씩 입욕시킨 후 12분 더 끓이고 찬물에 풍덩 담그면 끝이다. 이제 계란장을 만들어 보자. 재료는 양파 1개, 대파나 쪽파 한 줌, 땡초 2개, 진간장 120ml, 생수 150ml, 조청 4T, 미림 3T, 통깨 1T를 준비한다. 양파, 대파나 쪽파, 땡초는 총총총 작게 썰어주고 위 재료를 모두 섞어주면 된다. 오늘은 빨간 고추가 없어 많이 아쉬운 날이다. 역시 초록에 빨강..

맹물레시피 2024.11.09

돈.돈.돈!

3년 전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17개 경제선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가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순위가 가족이고 2순위가 직업이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고, 좋고 나쁨이 있겠냐만은 분명 우리나라가 좀 많이 특별해 보이긴 한다. 왜 우리만 특별한 선택을 한 걸까? 우리는 이제 갓 선진국에 진입을 했고,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인 반면에 다른 나라는 오래전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경제적 안정 위에 영위해 온 삶이 길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아직 먹기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고,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평상적인 수준의 의식주는 걱정 없는 ..

맹물생각 2024.11.08

상추쌈

우리 집은 아침마다 간단한 샐러드 스타일로 식사를 한다. 몇 년째 그렇게 먹어 왔건만 최근 딸램의 아침 식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리다. 귀한 아침 시간을 느릿느릿 밥 먹느라 20~30분씩 보내는 게 답답하다. 몇 번씩 얘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샐러드가 맛이 없어? 이제 밥으로 줄까?""응!"나름 건강을 생각하여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준비했지만 딸램의 입맛에는 더 이상 맞지 않나 보다. 특히 양배추를 채 썰어 올리브유 베이스로 만든 소스가 담긴 날에는 남겨도 되느냐는 말까지 듣게 된다. 건강에 좋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서인지 내 입에는 웬만한 건 다 맛있다. 미각이 후덕해서 그런가. 아무튼 그리하여 요즘에는 아침 식단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쨌든 식구들이 먹어야 선방이다. 아직은 성장기인 딸램..

카테고리 없음 2024.11.07

상북 우리 동네

며칠 전, 비 오는 오후! 상북 도서관에 딸램이 읽고 싶어 하는 를 대출하러 간다. 차로 갈까 하다가 운동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 왕복 30분이라도 걸어야지 하는 맘으로 우산을 받쳐 쓰고 나섰다. 다행히 조용조용 내리는 비가 고맙다. 옷에 빗물이 튈 일은 없겠다. 길가 밭에는 온통 초록초록이다. 김장을 기다리는 알배기 배추, 무, 파, 깻잎 등. 올해는 배추가 흉년이라는데 이 밭 주인장은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유난히 길고 지리했던 열대야의 한 여름을 어떻게 넘겼길래 이리도 배추가 실한 지. 마당에 텃밭을 일구시는 엄마는 올해는 우리 배추로 김장을 못 담글 수도 있겠다 하셨는데. 너무 뜨겁고 메마른 날이 길어서 아무리 물을 주어도 금세 말라버린다고.(어제는 오랜만에 친정에 갔더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

맹물생각 2024.11.04

커피에 눈이 멀어

네이버 블로그에만 있는 일인줄 알았더니 다음 블로그인 티스토리에서도 블로그 쓰기 챌린지를 합니다. 이름하여 오블완! 오늘 블로그 완료! 많이 분이 참여해서 함께 글쓰기를 하면 참말 좋겠네요^^ 아래 링크를 타고가시면 자세한 설명이 있어요. https://www.tistory.com/event/write-challenge-2024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오늘 블로그 완료!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 쓰고 글력을 키워보세요.www.tistory.com #오블완 #블로그쓰기챌린지

카테고리 없음 2024.11.02

매일 글쓰기를 하는 이유

'신의 축복 글쓰기 21일 과정'을 함께 하는 멤버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티타임을 가졌다. 식사 때 너무 잼난 얘기들로 시간을 보낸 나머지 정작 할 얘기를 못했다며 바로 옆집 카페에 들어갔다. 어찌어찌 좁은 공간이지만 테이블을 붙이고 자리를 마련하여 12명이 앉았다. 돌아가며 얘기하는 중에 내 차례가 왔다. 딱히 준비된 멘트가 없었기에 걍 솔직히 말했다. "저는 사실 21일 1기 과정 마치고, 글쓰기 동력을 잃었어요. 바로 옆에 읽고 싶은 책을 쌓아두고, 한두 시간씩 힘든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이 말을 받아 여러 선배님들이 각자의 경험을 담아 말씀들을 해주신다. "책 읽기, 글쓰기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멀리 유럽까지 여행을 가서도 하나하나 기록에 남기고, 혼자 방에 있어도..

맹물생각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