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1

상하북종합사회복지관 작은 도서관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는 '천성산국민체육센터'와 '상하북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깨끗하게 잘 지어놓았다고만 생각했지 이용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산책 마지막 코스로 복지관에 들리고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장애우가 운영하는 카페도 있고, 그 옆에는 제법 큰 작은 도서관도 있다. 매일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 집에서 책을 읽거나 수업준비를 해왔는데 이 작은 도서관이 마음에 든다. 아무리 마음을 깔 다듬어도 집에만 있으면 긴장감이 없다. 자세도 흐트러지기 쉽고, 이것저것 보이는 것도 많아서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아무래도 보는 시선이 있으니 너무 퍼져 있을 수 없다. 단점은 여기는 일반 도서관처럼 완전 조용한 곳이 아니라 카페 겸 도서관이라 북카페라고 해야 할까. 원..

맹물생각 2024.11.27

가을 가을 가을

비가 온다. 요즘은 기온이 점점 내려가니 따뜻한 햇볕이 비치는 날이 참 좋다. 적당한 잠바를 하나 걸치고 나가면 아직은 산책하기 제격인 날씨가 고맙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감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오늘 날씨는 비다. 추위를 재촉하는 비 같아 반갑진 않지만 '우중 산책'을 즐겨 보리라 맘먹는다. 옷은 패딩으로 단단히 챙겨 입고, 큰 우산을 각자 쓰고 나왔다. 어디를 봐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귀차니즘 탓인지 감성이 좀 무딘 것인지 나는 그냥 지나치는 것도 순간순간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 부지런한 가장 덕분에 글과 함께 올릴 사진이 있어 감사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동네가 가을 풍경 제대로네." 며칠 전부터 거실 창문을 통해 맨 눈으로 줌 인 줌 아웃을 하며 여기저기를 살피던 가장이 말한다. 검..

맹물생각 2024.11.26

아이폰 16 프로

오블완! 오늘 블로그 완료, 19일째다. 그전까지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이렇다 할 명분도 이유도 없었기에 매일 꾸준히 쓰지 못하다가 티스토리에서 이벤트를 한다. 21일 블로그 쓰기를 완료하면 '아이폰 16 Pro'가 걸려있다. 경쟁률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런 거 따지지 말고 일단 조건이라도 맞춰보자는 심산이다. 내심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나한테 행운이 주어진다면 우리 집 가장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2~3년에 한 번 꼴로 새 휴대폰을 썼다. 액정이 깨지는 사고가 나면 더 빠르게도 교체한다. 그러고 나면 내가 쓰던 중고폰을 가장이 몇 개째 사용 중이다. 얼마 전 '와이에스나비' 독서모임 멤버인 Y쌤이 아이폰 16 프로를 샀다. 남편이 사줬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맹물생각 2024.11.25

구관이 명관이다

연말을 앞두고 '부산큰솔나비' 운영진 모임이 있다. 장소가 부산역 근처라 지하철보다 빠른 기차를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제주가'에서 전복요리를 먹고, '던킨도너츠'에서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들이 재미나다. 이제 제법 쌓아온 시간도 있고, 언제나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분들이라 함께 하면 늘 기분 좋은 만남이 된다. '공부해서 남을 주자'는 모토로 함께 모인 사람들이니 오죽하겠는가.잘 생긴 회장님은 언제나 인심이 후하다. 본인 돈이든 회비든 항상 맛있고 좋은 걸로 넉넉하게 준비해 주신다. 덕분에 전복버터구이, 옥돔구이, 해물뚝배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부산역 근처에서는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잘 없나 보다. 그래서 한 선배가 추천하신 '던킨도너츠'로 갔다. 도넛 가게가..

맹물생각 2024.11.24

고구마 줄기

친정에서 어쩌다 보니 큰 소쿠리 가득 엄마가 따 놓은 고구마줄기를 몽땅 가져왔다. 너무 부드러워서 그냥 보기 아까워 따서 손질하셨단다. 건강도 그닥 좋지 않은 엄마가 애써 다듬어 놓을 걸 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사 와서 만만한 이웃도 아직 사귀지 못해 어디 줄 사람도 없다. 욕심에 다 가져오긴 했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가장이 넘 좋아하는 반찬이긴 하지만 고구마줄기볶음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손질하기도 번거롭고 내 재주로는 도저히 저 풀들이 맛을 낼 것 같지 않아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단이 생겼다. 고구마 줄기로 할 수 있는 반찬은 볶음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엄마가 힌트를 하나 주셨다. 고등어조림할 때 김치처럼 넣으면 맛나다고. 아 상상만 해도 군침..

맹물생각 2024.11.23

죽음의 질주

유발하라리 의 한 대목을 간략하게 옮겨 본다. 우리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죽음 뒤에 숨을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아 그 속도를 늦춰줄 거라는 바람이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첫째,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둘째, 만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를 반쯤 읽고 글을 적는다. 과학자들도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끝없이 개발하고 발전시기고 있지만 전체를 아울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어느 분야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파멸로 가지 않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찌하..

책이야기 2024.11.22

죽음을 왜 두려워 하는가?

법륜스님이 나오는 짤영상을 봤다. "죽음을 왜 두려워하는지 난 이해가 안 가요.""기독교 신자는 뭐라고 얘기해요? 죽으면 어디로 간다? 천국 간다며. 좋은데 가는데 왜 두려워해? 좋은데 가면 빨리빨리 가는 게 좋지.""불교 신자는 죽으면 뭐 한다? 윤회한다 그랬잖아. 윤회한다는 건 죽을 내야 죽을 수가 없어. 그런데 뭐가 겁이 나? 미리 죽을 수도 없어. 왜? 죽어봤자 또 나는데. 그러니까 사는 데까지 살면서, 정진해서 해탈하는 쪽으로 목표를 가져서 최선을 다해서 살다가 인연이 되면 가고, 다시 몸 받으면 또 수행하고."너무나 명쾌하다. 그런데도 막상 죽음이 바로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면 말처럼 쉽게 담담하게 받아들여질까? 태어나서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 학교를 차례로 ..

맹물생각 2024.11.21

이 사람 저 사람

유유상종. 끼리끼리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광경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마지막 남은 가을향기라도 느껴보자며 정원이 넓은 카페 토곡요에 들렀다. 집에서 불과 10여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대형 카페가 많은 것은 장점이다. 평일 오픈시간에 가면 우리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야무지게 한방 맞았다. 오픈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우리보다 앞서 와 있는 분들이 있다.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거리에서 삼삼오오 앉은 분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 오늘 신경 좀 썼어요.' 하는 차림으로 4명의 4~50대는 연신 정원을 오가며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어떤 분은 혼자 온 듯한데 삼각대와 셀카봉까지 동원하여 단풍나무, 은행나무 바꿔가며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우리 뒤로 실내 테이블에 앉은 분들은 서로..

맹물생각 2024.11.20

독서, 큰솔처럼

제가 책을 냈습니다. 개인저서는 아니고요. 아홉 명의 초보 작가들이 모여 일을 친 거죠. 그중에 저도 한 사람이고요. 참 신기합니다. 저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네요. 언젠가 막연히 책을 한 권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도 책을 내겠다 마음먹고는 거의 반년이 걸렸네요. 솔직히 전문작가들처럼 잘 쓰진 못했습니다. 쓰면서도 우리끼리 책을 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 끼리 읽고 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예스 24'에 신간으로 이 올라가고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독자 한줄평이 달렸습니다. "구미옥 작가님의 글을 읽고 울림이 왔다. 쉼을 택할 나이에 도전하여 이룬 것에 박수!"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게..

책이야기 2024.11.19

맡겨진 소녀

는 클레어 키건의 긴 단편 소설이다. 작가가 '우물, 양동이, 물에 비친 소녀의 모습'이라는 이미지에서 착안하여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1980년대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집에서 뱃속 아기를 포함하여 다섯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며 들 일까지 하는 바쁜 엄마와 망나니 같고 거친 아빠의 어린 딸이 먼 친척집에서 맡겨진다. 가난하고 시끄럽고 어수선한 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녀가 넉넉하고 여유롭고 부드럽고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부부의 집에서 몇 달간을 지내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 전체 과정이 마치 몇 장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낯선 어른들을 만나고, 새로운 집에서 적응하면서 경험하는 사건들로 소녀가 겪는 내면의 변화를 아주 섬세하지만 노골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책이야기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