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머님댁에 갈 때 뭘 좀 사갈까요?""호박떡 만들어 갈까?"얼마 전 친정에서 가져온 누런 호박이 덩그마니 진열장에 놓여 있었다. 아버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떡이 호박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호박백설기이다. 그걸 흉내 내어 보겠다는 가장을 말리며 한마디 했다."호박떡에는 호박 말린 게 들어가지 생호박은 수분이 많아서 안 돼요."가장은 명절마다 큰 시누이 떡집에서 떡일을 도우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서당개 풍월 읊듯이 정말 떡을 만들 태세다. 호박죽을 좋아하지만 큰 호박을 쪼개서 소분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관상용으로만 보고 있던 참이라 잘되었다 싶은 마음도 있다.수업을 마치고 돌아보니 정말 커다란 호박의 형체는 사라지고 없다. 큰 웍에 익혀서 뭉개진 호박, 말리겠다며 토막토막 얇게 썰어놓은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