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17개 경제선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가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순위가 가족이고 2순위가 직업이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고, 좋고 나쁨이 있겠냐만은 분명 우리나라가 좀 많이 특별해 보이긴 한다. 왜 우리만 특별한 선택을 한 걸까? 우리는 이제 갓 선진국에 진입을 했고,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인 반면에 다른 나라는 오래전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경제적 안정 위에 영위해 온 삶이 길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아직 먹기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고,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평상적인 수준의 의식주는 걱정 없는 나라라서일까? 말하자면 다른 선진국은 할아버지 때부터 부가 대물림 되어 내려와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기반 위에 성숙된 문화를 이루어가는 단계이고, 우리는 가난한 할아버지의 아들인 아버지가 자수성가하여 힘겹게 부자가 되었기에 아직도 몸에 베지 않은 불안한 부를 누리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느끼기에 내 주변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돈! 돈! 돈!' 하는 세상 같다. 사실 돈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긴 한다. 자식 노릇도 부모노릇도 돈이 있으면 쉽다. 아니 돈이 없으면 어렵다. 돈이 있다고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이건 마음과 정성이 함께 해야 하기에. 돈이 있으면 건강을 지키는 것도, 인간관계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기에도 거의 모든 면에서 유리하긴 하다. 경제적인 면에서 경쟁우위를 갖지 못한 내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가장과 낮에 집 근처 추어탕 맛집이라고 소문난 '유경식당'을 찾아갔다. 주인장이 가뿐 숨을 몰아쉬고 '휴우~' 긴 숨을 내뱉으며 반긴다.
"좀 전까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다 나가고 나니 오시네요."
출출한데 뚝배기에 담겨 나온 추어탕이 반갑지 만은 않다. 푸성귀가 듬뿍 들어간 전형적인 경상도식 추어탕에 산초, 다진 땡초, 마늘을 넣고 후후 불어가며 먹는다. 역시 식당 밥은 백미 일색에 단짠이라 외식을 자주 하면 안 된다는 넋두리를 하며 시장기를 달랜다.
옆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계시던 주인장이 창밖을 내다보며 직원인듯한 분에게 얘기를 한다.
"저 양반은 양산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아인교. 죽기 싫겠지. 작대기 짚고 다니면서 얼마나 억울하겠노. 100억 부자라는데..."
"지금 양산 시장은 부모한테 물려받은 게 많아서 집세만 수천만 원이라 하데요."
(이 부분은 정확히 듣지 못했음)
밥을 먹으면서도 남의 얘기에는 당나귀 귀가 된다. 그래 수억을 가진 들 성치 못한 몸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 삶에 돈으로 해결되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를 헤아려보다 돈이 절대적이란 결론을 내릴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이미 가진 것들,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사랑하는 가족, 하고 싶은 일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이미 가진 것은 감사 없이 당연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우려는 마음이 돈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욕심이다. 좀 부족한 듯해도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도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도 자연스레 채워지는 삶이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하고 살아도 편안하게 살아지는 삶이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돈돈돈 #100억보자 #유경식당 #추어탕 #삶의가치 #삶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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