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아침을 먹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볕이 따가워도 가을볕인데 어떠랴. 주말 가장의 출타로 하루 종일 땅을 못 밟아본지라 지기가 고픈 날이다. 운동화를 단단히 동여 매고, 반바지에 민소매티, 얇은 카디건을 걸치니 초가을 느낌이 살짝 난다. 상북면으로 이사를 오고는 바로 땡여름이라 낮시간에 걷는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을에 취해볼 각오를 하고 나섰다. 그래도 아직은 내리쬐는 햇볕이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 아파트에서 나오면 처음에는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다행히 그 길이 길지 않고, 통행량도 많지 않아서 참을 만하다. 처음 와 본 길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가장의 안내를 따라 걷다 보니 정말 제대로 된 산책길이 나온다. 먼저 콩과 빨간 고추가 익어가는 논밭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