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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종교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돈이 종교다. 아니 돈이 종교보다 우위다. 최근 를 읽으면서 맥을 잡지 못한 개념들이 정리가 되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알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믿는 관념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강한 종교적인 신념, 도덕관, 가치관에 따라 갈등 상황에 선택이 달라진다. 그 신념이나 가치관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모, 형제, 친구, 선생님, 단체, 사회, 국가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다. 이런 영향을 받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온전한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보기 어..

책이야기 2024.10.17

자기 인정

딸램은 학교로 가장은 직장으로 출근하고 설거지, 빨래, 집안 정리도 대충 끝냈다. 여유롭게 커피도 내리고, 책상에 앉아 독서대에 책을 펼쳤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는 폰을 충전하고 있다. 한창 책에 몰입이 되려는 찰나 폰의 진동음이 심상찮다. '055'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 누구지? "여보세요?" "양*중학교 보건실입니다. 채* 어머니시죠?" "네!" "어머니 많이 놀랄 일은 아니고요, 문자 메시지로 사진 한 장 보냈는데 봐주시겠어요?" 가슴을 졸이며 메시지를 여니, 눈 밑 광대뼈 언저리에 피멍이든 딸램이 울상이 되어있다. 체육시간에 친구의 배드민턴 라켓에 맞아서 다쳤다고 한다. 문진을 해본 결과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X-ray 촬영을 해보는 게 좋겠단다. 급히 주섬주섬 챙겨서 아이가..

맹물생각 2024.10.16

또 하루가 저문다

어제 이 시간, 이 자리 식탁 테이블에 앉아 글감이 없다며 머리를 쥐어짰다. 그런데 벌써 24시간이 지나 같은 고민으로 앉아있다. 오늘은 글감이 없는 것보다 벌써 만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와닿는다. 40대는 시속 40km, 50대는 시속 50km, 60는 시속 60km, 70대는 70, 80대는 80으로 세월이 간다고 했던가. 정말 금방 2024년도 지나고 25년이 올 것 같다. 아직 2024년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지지도 못한 맘인데. 남편도 나도 친구들보다 10년은 늦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들의 늦둥이라 할만한 손녀를 돌봐주시는 어머님도 보통의 할머니들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드셨다. 그럼에도 정말 지극정성으로 손녀를 돌봐주셨다. 몸이 가볍고, 걸음걸이가 빠른 어머님을 보며 이웃 사..

맹물생각 2024.10.15

방심은 금물

방바닥이 아니 침대 패드가 시뻘겋다. 심하게 격투라도 벌였나? 은수저 금수저 서로 갖겠다고 치고받고 했더니 금세 용왕님이 나타나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개꿈 탓. 뭔 말인고? 오늘도 딱히 떠오르는 글감이 없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옆에 앉아 있던 딸램이 말한다. "엄마, 생각이 안 나면 짧게 시를 써." "야! 시는 어디 쉽냐? 함축적으로 쓰는 시가 에세이 보다 더 어렵지." "그러면 삼행시 어때? 오늘 아침 사건으로 N행시를 쓰는 거지. 봉전암 다녀왔을 때 내가 썼던 것처럼." 아하. 올봄 시부모님과 우리 세 식구 함께 아버님의 소원풀이를 위해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왔다. 그때 비는 쏟아지고 얼마나 고생을 했든지 다녀온 후기를 써라니, 딸램이 '이제 다신 안 간다!'라는 칠 행시를 기가 막히게 써 내려갔던..

맹물생각 2024.10.14

독서의 첫 단계

독서의 첫 단계는 스스로 꾸준히 독서에 전념할 30분을 만드는 것이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에 나오는 말이다. 고전을 혼자 공부할 때의 첫 과제 또한 스스로 독서에 전념할 시간을 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짧게 30분 정도를 시작으로 독서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고전 읽기는 마땅히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취나 만족감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과와 고전을 통한 지식과 지혜의 습득 중에 무엇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후자에 손을 들고 싶다. 어떤 유튜버의 추천을 받아 을 빌렸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나도 글쓰기에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될까 하여 상호대차로 타관 도서를 빌리고 보니 페이지가 자그마치 ..

책이야기 2024.10.13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조리 엄살이고 가짜라고 여겨질 정도로 나는 악에 받쳐 있었다. 박완서 님의 성장 소설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6.25 전쟁으로 서울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갈 때 박완서선생님의 가족은 피난을 떠나지 못한다. 오빠가 징병되어 갔다가 다리가 곪고 폐병 환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피난민이 되어 빠져나간 서울이 진공상태가 되었을 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을 뒤진다. 그마저도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낼 수 없을 때의 심정을 표현한 단락이다. 오늘 아침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서울 연세바른병원으로 왔다. 허리통증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신 어머님께서 아버님이 협착증 수술을 하신 병원으로 가자고 하신 것이다. 웬만한 통증에는 아프다 하시는 법이 없는 ..

책이야기 2024.10.12

노전암 점심 공양

지난 토요일 아침 7시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이 있었다. M선배님의 감사 나눔에서 노전암 점심 공양에 대해 듣고 꼭 가보리라 맘을 먹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가장에게 얘기했더니 이미 알고 있다. 내원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노전암 가는 길이 있단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내원사! 두 사람 주머니를 다 뒤져도 배춧잎 한 장이 없다. 가는 길에 ATM기를 거쳐 노원사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노전암 가는 길은 산행이 아니라 그저 눈에도 귀에도 다리에도 편안함과 휴식을 내어주는 산책길이다.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그 청명한 소리는 삿된 마음을 씻어내고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가다보면 한창 익어서 터진, 껍데기가 쩍쩍 벌어진 밤도 도토리도 밟힌다. 우리도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주워보려 ..

카테고리 없음 2024.10.11

인생 첫 쓴 맛

오늘 글을 올리지 못해 급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느새 방으로 따라 들어온 딸램. "엄마, 오늘 수학 수행평가 성적 나왔는데... J는 95점 받아서 100점이 되고, 나는 94점 받아서 95점이 됐어. 85점부터 94점까지는 95점이래." 그리고는 울먹울먹 하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슬프단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내 아이도 이제 인생에 쓴 맛이 있다는 걸 겪을 때가 되었구나.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딸램이었는데. 씁쓸함과 함께 어떤 말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하다. 이야기 끝에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들 세 명의 점수가 95, 96, 98점이란다. 참 슬플 만도 하겠고, 기분이 다운될 만도 하겠다. 그것도 명색이 엄마가 수학선생이라는데. 나 역시도 ..

맹물생각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