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인생 첫 쓴 맛

맹물J 2024. 10. 10. 23:58

오늘 글을 올리지 못해 급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느새 방으로 따라 들어온 딸램.
"엄마, 오늘 수학 수행평가 성적 나왔는데... J는 95점 받아서 100점이 되고, 나는 94점 받아서 95점이 됐어. 85점부터 94점까지는 95점이래."
그리고는 울먹울먹 하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슬프단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내 아이도 이제 인생에 쓴 맛이 있다는 걸 겪을 때가 되었구나.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딸램이었는데. 씁쓸함과 함께 어떤 말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하다. 이야기 끝에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들 세 명의 점수가 95, 96, 98점이란다. 참 슬플 만도 하겠고, 기분이 다운될 만도 하겠다. 그것도 명색이 엄마가 수학선생이라는데. 나 역시도 씁쓸한 맘이지만 하나하나 짚어본다. 왜 기대한 만큼 되지 못했을까?

제일 큰 이유는 딸램이 수학시험 범위를 잘못 알고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시험 하루 전날 준비하지 못한 단원을 급히 보충했지만 미흡했다. 그런데도 딸램의 자세는 자신만만했다. 내일이 시험이라면서 시험공부는 전혀 없다. 초등학교도 무시험, 중학교에서 치르는 첫 시험. 시험준비라는 말을 모르는가 싶다. 당해봐야 알겠지 싶은 맘에 내버려 두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등교 준비를 하면서 카톡에 영상 보기에 여념 없다. 태평스러운 자세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보다는 나으려니 했는데 지금 우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시험을 치는 학생이 시험범위도 정확히 모른다. 엄마선생님이 공부방법을 알려줘도 반만 따라 한다. 옆에 친구는 열심히 받아 적는데. 아는 것도 또 보고 또 봐야 할 것을 적당히 아는 것으로 시험 준비 끝이라 생각한다.' 등등 시험준비 자세가 부족했음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평가제도에서는 누구라도 경계에 있는 사람은 이런 기분을 맛볼 수밖에 없다. 그러고 싶지 않으면 월등히 잘하든지, 적당한 선에서 만족을 하고 살든지 해야 하는 거라고 말해준다. 다행히 인생에 결정적이 시험이 아니라 얼마나 감사하냐고.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발전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 성적이 좋은 성적이라고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 이번 일로 배우고, 느낀 점을 글로 쓰고 자라며 문을 닫고 나왔다.

딸램이 쓴 글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지만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역할은 시기마다 다 다르다. 어느 때나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툴다. 그다지 애살있는 엄마도 아니라 무심했던 부분도 많았다. 마침 오늘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 설명회를 다녀왔기에 느낀 바도 있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좀 복잡한 심정이기도 하다. 좀 더 꼼꼼히 챙겨봐야 하는데 때가 되면 저절로 되고 알아서 할 줄 알았다. 그저 극성스러운 엄마들이나 일일이 아이 공부를 챙기는 거라 생각했던 부분도 있어 반성이 된다.

#첫시험 #중1시험 #첫시련 #인생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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