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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못 찾겠다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수~울래" 세계에는 7대 불가사의가 있다지만 우리 집에도 불가사의가 하나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건조된 빨래들을 개키다 보면 꼭 짝 잃은 양말들이 나온다. 지금 보이지 않는 짝은 세탁물통에 있겠지. 아님 지난번 서랍에 넣어둔 한 짝과 맞겠지 생각한다. 서랍에 넣어둔 싱글 양말들도 다 꺼냈고, 세탁을 모두 완료해서 세탁물통에도 남아있는 양말도 없다. 혹여 구멍이 나도 한 짝만 버리는 일은 없었다. 작은 구멍은 꿰매어 짝을 지어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야청청 나 홀로를 고집하는 이 녀석들은 그야말로 불가사의다. 물증은 없더라도 심증이라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위로라도 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가장의 양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딸램과 함께 신는 우리 양말도 그렇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3

불교는 왜 진실인가

와 이런 발견이라니. 라는 신간을 읽고 있었다. 참고문헌을 빼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보통의 건강서적과 달리 술술 쉽게 읽히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문득 옮긴이가 누굴까 궁금하다. 책날개를 펼쳐 살펴보니 '이재석'님이다. 이 분의 다른 옮긴 책 제목으로 가 있다. 확 당겨 알라딘에서 검색해 본다. 평점, 책소개, 목차, 본문 내용 일부를 훑어보다 추천의 글에 눈이 멈췄다. "나는 강인하고 꼼꼼한 지성이 쓴, 불교에 관한 쉽고 명료한 책을 평생 기다려왔다.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라이트는 내가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과학적이고 영적인 여정을 이 책에서 밟고 있다." 마틴 셀리그먼(펜실베니아대학 교수, 의 저자) "만약 진화심리학에 정통한 사람이 불교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카테고리 없음 2024.03.12

구인사에서 참배하는 순서

처음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방문하면 그 규모와 인파에 놀라기 마련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더더욱 밀려드는 사람들에 놀라게 된다. 혹시 공양이라도 할라치면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입이 쩍 벌어진다. 나의 놀람이 무색하게 모든 일은 빈틈없이 착착 진행된다. 구인사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구인사에 방문해서 각 법당마다 인사를 하는 순서를 알려드리려 한다.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구인사를 다니며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신 어머님께 전해 듣고, 함께 다녀본 얘기니 따라 해도 좋을 것이다. 비단 울어머님만의 의식은 아닌 것 같다. 소원하는 바가 있어서 염원을 세우고 구인사를 착실히 방문하시는 대부분의 신도들의 의식인 듯하다. 주차장에 ..

여행 2024.03.11

나는 쑥, 너는 민들레

원동 매화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철 따라 꽃 따라 소풍 가는 걸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절대 피하고 싶은 사람들. 아침 일찍 8시경 시어른들을 양산으로 오시게 하고 도시락을 싸서 원동으로 간다. 이른 출발임에도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좌회전하지 마시오.' 안내판은 서있어도 아직 길을 막아놓진 않았다. 잽싸게 좌회전을 해서 목적지로 향한다. 우리는 축제 장소가 아닌 우리만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길이다. 원동초등학교를 통과해서 팔각정으로 올라가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멋진 매화향연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곳이다. '어라 막아놨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학교 앞을 막아놔서 아예 진입할 수가 없다. 주변에 주차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주차장은 한참 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쭉 더..

여행 2024.03.10

도구의 인간

인간을 왜 도구의 인간이라 하는지 알겠다. 며칠 전 주문한 노트북이 도착했다. 휴대폰과 휴대용 키보드로 블로그에 글도 쓰고, 네이버 메모장에 메모도 하고, 유튜브 시청, 쇼핑 등 온갖 것들을 하고 있었다. 엄지 2개로 타이핑을 하다가 피스넷 키보드가 생겼을 때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어디서든 테이블만 있으면 펼치고 타이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그마한 것이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그렇게 아끼던 키보드가 한 달 전쯤 이상이 생겼다. 엔터키와 shift키가 세차게 내리치듯 두드려야 겨우 먹히는 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물질이 낀 것인가 싶어 구석구석 닦아도 보았다. 한 지인이 "키보드는 한 키씩 분리해서 닦아 내기도 하잖아요."라고 한다. 그 말에 일반 PC 키보드처럼 그럴 줄 알고 살짝 떼어보았다..

맹물생각 2024.03.09

알뜰폰 셀프 개통

최근 온 가족의 통신비 다운사이징에 돌입했다. 어머님댁와 우리 집 와이파이와 인터넷, 어머님, 아버님, 가장과 나, 딸램 5명의 휴대폰 비용을 다 합치니 13만 원 정도가 매달 지출되고 있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주 한결같은 SK 충성고객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혜택은 결합할인이라 하여 인터넷 하나를 공짜로 하나는 일부 할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MZ세대들은 알뜰폰을 이용해서 통신비 0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몇 차례 들었다. 조카는 통신비에 몇 만 원씩 내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호구들이라는 것이다. 알뜰폰은 왠지 가끔 통신장애도 생길 것 같고 불완전 제품이라 아이들이나 시니어들에게나 맞는 상품이란 고정관념이 있었다.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몇 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니 ..

맹물생각 2024.03.08

왜 글을 쓰려하는가

매일매일 올라오는 준이선배님의 글에서 '나는 왜 글을 쓰려하는가?'라는 질문을 만난다. "기분이 좋잖아요?" 라는 답이 절로 나온다. 그래, 글을 쓰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흔히 글쓰기를 배설에 비유한다.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배설의 기쁨, 그 쾌감을 알지 않는가. 특히 꽉 막힌 심한 변비를 앓다가 한 번에 쏟아내는 후련함.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변의를 살짝 느꼈을 때 변기에 앉음과 동시에 부드럽게 빠져나올 때의 그 쾌감이란. 좌식 변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살짝 고개 숙여 배설물을 바라봤을 때 그 빛깔이 황금색에 적당한 굵기라면. 괜히 뿌듯함마저 느낀다. 글감을 하나 정했을 뿐인데 마치 물 흐르듯 쉽게 떠오르는 생각들. 받아 적기만 했는데 꽤나 마음에 드는 글이 완성된 것처럼 말이..

맹물생각 2024.03.07

인생삼무(人生三無)

인생에는 3가지가 없다. 첫째 정답, 둘째 공짜, 셋째 비밀이다. 독서모임에서 준이선배님이 곧잘 하시는 말씀이라 귀담아듣고 깊이 수긍했던 말이다. 진즉에 인생에 정답이 없는 줄 알았더라면 훨씬 더 일찍 삶에 자유로움을 찾았을 것이다. 어린 마음에 지혜가 한없이 부족했던 나는 진심으로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정답은 있는데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구나. 내 주변 어른들도 내게 직접 알려준 바 없으니 그들도 아직 모르거나 간절히 답을 구하지 않아서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깊이 고민하면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면 우연히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책 속에 있을까? 종교 안에 있을까? 그래 한 때는 종교 비스무리 한 곳에도 있는 것 같았고, 읽은 많지 않은 책 속에도 얼핏 보이는..

맹물생각 2024.03.06

광양매화문화관

구인사를 1박 2일로 다녀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가장은 또 찾고 있었나 보다. 또 어디로 떠나볼까? 여기저기 물색한 결과 목적지는 광양 매화 문화관과 옥룡사지 동백나무숲으로 정해졌다.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이제는 당일로 다녀오는 것에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다. 피곤하면 교대로 운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일단 떠나고 보는 거다. 10년 전 하동 진교에 사는 시누이네와 함께 매화 축제 구경 갔다가 허탕을 친 기억이 있다. 나름 서둘렀음에도 길이 꽉 막혀 진입이 불가했다. 다행히 지금은 축제 기간이 아니다. 대신 만개한 꽃을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너무 복잡한 것보다 나으리라. 언제나처럼 달인김밥을 사고, 사과, 오렌지, 용과를 잘라 통에 담았다. 가장이 사랑해마지 않는 오징어포와 소금..

여행 2024.03.05

삶이란

산다는 것은 산들산들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한 여름 더운 바람에 손부채를 들고 걷는 것이며 살아낸다는 것은 살을 에이는 세찬 바람에도 옷깃을 단단히 여미며 걷는 것이다. 초딩딸이 산다는 것은 소고기떡국을 먹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떡국에 든 총총 썬 파를 먹는 것이고 살아낸다는 것은 떡국에 든 손가락 한마디 만한 파를 함께 먹는 것이다. 우리 집 가장에게 산다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따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고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딸바보 짓을 하는 것이고 자나 깨나 아들바보 어머님의 정성 가득 밥상을 받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으실으실 춥고 고뿔에 걸려도 야간 근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며 살아낸다는 것은 연로하시..

맹물생각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