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61

내 마음을 묻다, AI에게

TV 없이 산 세월이 30년은 되는 것 같다. 고등학생부터 자취를 했고, 대학생 때도 기숙사, 아님 자취생활, 그 후로도 부모님 집을 떠나 살았다. 혼자 사는 집에는 TV를 들이지 않았다. 어쩌다 친구집에 가서 TV를 보게 되면 친구보다 TV드라마에 빠져 대화가 안 될 지경이다. 정작 친구는 습관적으로 켜놓았을 뿐인데 나는 쉽게 빠져든다. 그렇게 몇 시간 보내고 나면 허탈하기 이루 말할 데 없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의도적으로 TV를 멀리하다 보니 이제 없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결혼을 해서도 TV는 있지만 인터넷 연결을 해서 다큐나 영화를 보는 용도다. 얼마 전부터 딸램과 '우영우'를 보기 시작했다.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딸램이 친구들한테 듣고 와서 그렇게 재밌다고 ..

맹물생각 2024.10.28

거제 1박 2일 첫 날

가장의 직장 찬스로 거제 한화리조트 숙박권이 나왔다. 몇 달 전에 예약된 것인데 딸램의 갑작스러운 뮤지컬 관람 스케줄로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 가야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5시 서면 드림시어터에서 딸램을 픽업했다. 차에 타자마자 배고프다는 딸램. 엄마는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손녀 사랑으로 챙겨 오신 단감과 귤이 있었기에 1시간 반 차 안이 평화로웠다. '하데스타운' 뮤지컬을 본 딸램에게 스토리를 듣는데 할아버지의 경청하는 자세가 아주 진지하시다. 딸램이 요약해 준 내용은 이렇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들은 어떤 연유로 하여 하데스타운이라는 지하 세계로 가게 된다. 이곳에 도착한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고 신의 노예가 된다. ..

여행 2024.10.26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 않아야 찾는다

분명히 집 안 어딘가에 두었는데 못 찾겠다. 양조간장을 하나 여분으로 쟁여뒀는데 어디다 둔 건지 당체 보이지 않는다. 간장만이 아니다. 다양한 물건들을 찾아 헤맨다. 최근, 밀가루 반죽을 미는 봉, 의료용 반창고, 스템플러 등등. 찾아 헤매는 시점이 당장 필요한 때라 더 답답하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나름 요령을 터득했다. 일단은 물건마다 각자의 자리를 정하고 사용 후 바로바로 챙겨 넣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면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물건도 있고, 자리를 잡았으나 그 자리가 어딘지 헛갈리는 경우도 있다. 대략 난감이다. 기필코 당장 찾고야 말겠다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으로 덤비면 여러 모로 손해다. 일단 이 물건들은 찾을수록 더 꽁꽁 숨는 경향을 보인다. 나한테..

맹물생각 2024.10.25

저속노화 부작용

최근 을 읽고 바로 실천에 옮겨 보기로 했다. 우선 매일 빠지지 않고 먹는 밥부터 바꿔보자. 밥만 먹어도 영양이 치우치지 않도록 골고루 섞자.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렌틸콩을 주문했다. 집에는 귀리와 현미가 있다. 아침마다 콩물을 마시고 있으니 굳이 다른 콩은 더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에도 귀리를 섞어 밥을 짓긴했지만 그 비중이 적었던 것같아 과감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어제 점심, 저녁으로 먹을 쌀을 씻으면서 백미, 렌틸콩, 귀리, 현미를 4:2:2:2로 했다. 늘 흰쌀밥을 먹고싶다는 가장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했지만 무시했다. 타박하는 목소리를 미리 잠재워야겠기에 책 속 아래 문구를 사진 찍어서 카톡을 날렸다. "매일 흰쌀밥을 먹는 것은 가속노화 쪽으로 풀 엑셀을 밟는 것과 비슷하다." 흰쌀밥은 ..

맹물생각 2024.10.24

영어원서 읽기

그제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어 키위새' 채널을 보게 되었다. 영상 제목은 "비싼 수업 안 들어도 즐겁게 영어공부하는 방법"이다. 딸램의 영어공부를 사교육 없이 해볼 요량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았다. 지금의 마음과 자세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인강만으로도 정말 신나게 공부하고, 잘할 것 같다. 하지만 딸램의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원서 읽기도 시도해 봤지만 적절한 책을 선택하지 못해서인지 지루해해서 지속하지 못하고 관뒀다. 이제는 내 마음을 바꿨다. 딸램이 공부가 되게 하겠다는 마음은 비운다. 내가 잘하고 싶다. 내 공부를 해야겠다. 뭐든 지속성이 있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나는 영어도 읽는 것이 좋다. 그런데 ..

책이야기 2024.10.23

음식은 손맛이 아니라 기분 맛

우리 집에서 통도사까지는 20분 거리다. 주변에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지천으로 늘려있는데 온종일 집에만 머물기는 아깝다. 왠지 손해 보는 느낌마저 든다. 나보다는 가장이 더 그런 것 같다. 아침에 퇴근하는 가장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얘기한다. "통도사 근처에 충무김밥 맛집이 있다는 데 갈까?" 오늘은 또 점심을 뭘 먹나 고민이었는데 반가운 제안에 '콜!'을 외친다. 가장은 암막을 치고 두어 시간 자고, 나는 공부방에서 아이들 문제집 채점도 하고 책도 좀 읽고 나니 금세 점심시간이 된다. 가장이 야간근무를 하고 온 날은 언제나 운전은 내 몫이다. 이런 날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지만 피로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길치인 나는 웬만한 길은 대부분 내비를 찍고 출발한다...

맹물생각 2024.10.22

마지막, 밀가루 만찬

독서모임이 있는 날! 이사 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독서모임을 한다. 더 정확히는 전쌤수학 과외방에서 모임을 가진다. 요리에 큰 뜻이 없는 나는 손님을 초대하고도 견과류와 사과, 귤이 내놓은 음식의 전부다. 커피를 피하는 분들이라 차마저도 멤버 한 분이 가져오신 것으로 우려낸다. 어쨌든 우리는 오늘의 도서 을 읽고 모였다. 앉자마자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이 책을 보면서 전문가라 할지라도 한 사람이 하는 단정적인 말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양제 먹고 나는 직접 효과를 본 사람인데, 영양제 다 소용없다고 하네요. 자기가 경험한 것까지만 얘기를 할 수 있나 봐요." 부군이 의사이신 S언니가 거든다. "딱! 우리 남편이 하는 말하고 똑같아요. 어쩜 이리 같을 수 있는지...." "영..

건강 2024.10.21

저속노화 식사법

제목에서 알려주는 바와 같이 책 내용은 저속노화를 위한 식사법으로 MIND 식단을 소개한다. 우리는 건강한 식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지중해식 식사를 떠올린다. 이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식사법으로 암,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치매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식단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시식단이라고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식단이 있다. 노년내과 의사이자 저자이신 정희원 님은 이 둘의 식단을 기반으로 뇌건강과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MIND(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m Neurodegeneralive Delay) 식사를 강조한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MIND 식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교조주의적인 면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책이야기 2024.10.20

비 내리는 내원사

어제 온종일 비와 바람이 기성을 부리더니 다행히 새벽 시간에 그친 모양이다. 아침 7시 시작하는 독서 모임을 안전하게 다녀왔다. 세 식구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가장이 내원사로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 "다시 비가 오는데?" "월요일 시험인데?" 딸램과 나는 가서는 안될 약한 이유를 한 마디씩 내뱉었다. "비가 오니까 더 좋지. 비 올 때 산책하면 계곡 물도 좋고 공기도 맑고 더 좋아."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능률적이진 않아." 다 맞는 말만 하는 가장에게 반박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우리끼리 있었으면 집에서 영화나 봤을 거라면 딸램과 쑥덕거린다. 집에서 15분 거리의 내원사.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 멋진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원주택을 지어 마당과 정원을 ..

여행 2024.10.19

쌈채소

독서 모임에 잠깐 참여하셨던 혜림 쌤이 책을 내셨다. 아기자기 생활 속의 다양한 물건들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페이지마다 쌤과 제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관련 설명이나 사연을 간략히 쓰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활 속 친숙한 물건들을 편안하고 부드러운 터치로 담아낸 그림에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책을 받자마자 후루룩 넘기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그림 한 장! 내가 좋아하는 쌈 쌔소를 실감 나게 그리기도 했지만 함께 실린 글에 공감백배다. "살 때는 열심히 출고일자를 살피고는 사고 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는 쌈채소"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유통기한을 열심히 살핀다. 특히 채소, 과일, 계란, 우유, 생선, 육류 등을 선택할 때는 더욱 예민하게 군다. 하루라도 최근에 포장된 것을 ..

책이야기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