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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밀가루 만찬

독서모임이 있는 날! 이사 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독서모임을 한다. 더 정확히는 전쌤수학 과외방에서 모임을 가진다. 요리에 큰 뜻이 없는 나는 손님을 초대하고도 견과류와 사과, 귤이 내놓은 음식의 전부다. 커피를 피하는 분들이라 차마저도 멤버 한 분이 가져오신 것으로 우려낸다. 어쨌든 우리는 오늘의 도서 을 읽고 모였다. 앉자마자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이 책을 보면서 전문가라 할지라도 한 사람이 하는 단정적인 말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양제 먹고 나는 직접 효과를 본 사람인데, 영양제 다 소용없다고 하네요. 자기가 경험한 것까지만 얘기를 할 수 있나 봐요." 부군이 의사이신 S언니가 거든다. "딱! 우리 남편이 하는 말하고 똑같아요. 어쩜 이리 같을 수 있는지...." "영..

건강 2024.10.21

저속노화 식사법

제목에서 알려주는 바와 같이 책 내용은 저속노화를 위한 식사법으로 MIND 식단을 소개한다. 우리는 건강한 식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지중해식 식사를 떠올린다. 이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식사법으로 암,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치매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식단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시식단이라고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식단이 있다. 노년내과 의사이자 저자이신 정희원 님은 이 둘의 식단을 기반으로 뇌건강과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MIND(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m Neurodegeneralive Delay) 식사를 강조한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MIND 식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교조주의적인 면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책이야기 2024.10.20

비 내리는 내원사

어제 온종일 비와 바람이 기성을 부리더니 다행히 새벽 시간에 그친 모양이다. 아침 7시 시작하는 독서 모임을 안전하게 다녀왔다. 세 식구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가장이 내원사로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 "다시 비가 오는데?" "월요일 시험인데?" 딸램과 나는 가서는 안될 약한 이유를 한 마디씩 내뱉었다. "비가 오니까 더 좋지. 비 올 때 산책하면 계곡 물도 좋고 공기도 맑고 더 좋아."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능률적이진 않아." 다 맞는 말만 하는 가장에게 반박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우리끼리 있었으면 집에서 영화나 봤을 거라면 딸램과 쑥덕거린다. 집에서 15분 거리의 내원사.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 멋진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원주택을 지어 마당과 정원을 ..

여행 2024.10.19

쌈채소

독서 모임에 잠깐 참여하셨던 혜림 쌤이 책을 내셨다. 아기자기 생활 속의 다양한 물건들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페이지마다 쌤과 제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관련 설명이나 사연을 간략히 쓰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활 속 친숙한 물건들을 편안하고 부드러운 터치로 담아낸 그림에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책을 받자마자 후루룩 넘기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그림 한 장! 내가 좋아하는 쌈 쌔소를 실감 나게 그리기도 했지만 함께 실린 글에 공감백배다. "살 때는 열심히 출고일자를 살피고는 사고 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는 쌈채소"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유통기한을 열심히 살핀다. 특히 채소, 과일, 계란, 우유, 생선, 육류 등을 선택할 때는 더욱 예민하게 군다. 하루라도 최근에 포장된 것을 ..

책이야기 2024.10.18

돈이 종교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돈이 종교다. 아니 돈이 종교보다 우위다. 최근 를 읽으면서 맥을 잡지 못한 개념들이 정리가 되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알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믿는 관념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강한 종교적인 신념, 도덕관, 가치관에 따라 갈등 상황에 선택이 달라진다. 그 신념이나 가치관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모, 형제, 친구, 선생님, 단체, 사회, 국가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다. 이런 영향을 받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온전한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보기 어..

책이야기 2024.10.17

자기 인정

딸램은 학교로 가장은 직장으로 출근하고 설거지, 빨래, 집안 정리도 대충 끝냈다. 여유롭게 커피도 내리고, 책상에 앉아 독서대에 책을 펼쳤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는 폰을 충전하고 있다. 한창 책에 몰입이 되려는 찰나 폰의 진동음이 심상찮다. '055'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 누구지? "여보세요?" "양*중학교 보건실입니다. 채* 어머니시죠?" "네!" "어머니 많이 놀랄 일은 아니고요, 문자 메시지로 사진 한 장 보냈는데 봐주시겠어요?" 가슴을 졸이며 메시지를 여니, 눈 밑 광대뼈 언저리에 피멍이든 딸램이 울상이 되어있다. 체육시간에 친구의 배드민턴 라켓에 맞아서 다쳤다고 한다. 문진을 해본 결과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X-ray 촬영을 해보는 게 좋겠단다. 급히 주섬주섬 챙겨서 아이가..

맹물생각 2024.10.16

또 하루가 저문다

어제 이 시간, 이 자리 식탁 테이블에 앉아 글감이 없다며 머리를 쥐어짰다. 그런데 벌써 24시간이 지나 같은 고민으로 앉아있다. 오늘은 글감이 없는 것보다 벌써 만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와닿는다. 40대는 시속 40km, 50대는 시속 50km, 60는 시속 60km, 70대는 70, 80대는 80으로 세월이 간다고 했던가. 정말 금방 2024년도 지나고 25년이 올 것 같다. 아직 2024년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지지도 못한 맘인데. 남편도 나도 친구들보다 10년은 늦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들의 늦둥이라 할만한 손녀를 돌봐주시는 어머님도 보통의 할머니들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드셨다. 그럼에도 정말 지극정성으로 손녀를 돌봐주셨다. 몸이 가볍고, 걸음걸이가 빠른 어머님을 보며 이웃 사..

맹물생각 2024.10.15

방심은 금물

방바닥이 아니 침대 패드가 시뻘겋다. 심하게 격투라도 벌였나? 은수저 금수저 서로 갖겠다고 치고받고 했더니 금세 용왕님이 나타나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개꿈 탓. 뭔 말인고? 오늘도 딱히 떠오르는 글감이 없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옆에 앉아 있던 딸램이 말한다. "엄마, 생각이 안 나면 짧게 시를 써." "야! 시는 어디 쉽냐? 함축적으로 쓰는 시가 에세이 보다 더 어렵지." "그러면 삼행시 어때? 오늘 아침 사건으로 N행시를 쓰는 거지. 봉전암 다녀왔을 때 내가 썼던 것처럼." 아하. 올봄 시부모님과 우리 세 식구 함께 아버님의 소원풀이를 위해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왔다. 그때 비는 쏟아지고 얼마나 고생을 했든지 다녀온 후기를 써라니, 딸램이 '이제 다신 안 간다!'라는 칠 행시를 기가 막히게 써 내려갔던..

맹물생각 2024.10.14

독서의 첫 단계

독서의 첫 단계는 스스로 꾸준히 독서에 전념할 30분을 만드는 것이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에 나오는 말이다. 고전을 혼자 공부할 때의 첫 과제 또한 스스로 독서에 전념할 시간을 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짧게 30분 정도를 시작으로 독서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고전 읽기는 마땅히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취나 만족감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과와 고전을 통한 지식과 지혜의 습득 중에 무엇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후자에 손을 들고 싶다. 어떤 유튜버의 추천을 받아 을 빌렸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나도 글쓰기에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될까 하여 상호대차로 타관 도서를 빌리고 보니 페이지가 자그마치 ..

책이야기 2024.10.13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조리 엄살이고 가짜라고 여겨질 정도로 나는 악에 받쳐 있었다. 박완서 님의 성장 소설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6.25 전쟁으로 서울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갈 때 박완서선생님의 가족은 피난을 떠나지 못한다. 오빠가 징병되어 갔다가 다리가 곪고 폐병 환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피난민이 되어 빠져나간 서울이 진공상태가 되었을 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을 뒤진다. 그마저도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낼 수 없을 때의 심정을 표현한 단락이다. 오늘 아침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서울 연세바른병원으로 왔다. 허리통증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신 어머님께서 아버님이 협착증 수술을 하신 병원으로 가자고 하신 것이다. 웬만한 통증에는 아프다 하시는 법이 없는 ..

책이야기 202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