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3

폰을 잊자

미용실에 갔다. 원장님이 나의 머리를 매만지며 TV 드라마를 힐끔힐끔 보신다. "어머나 남편이 죽었구나. 로또 당첨됐는데 죽어버렸네. " "드라마에요?""네. 하도 스토리가 속 시끄러워서 안 보다가 다시 보니까 그 새 남편이 죽어버렸네요. ""로또 당첨된 것이 드라마로도 나와요?"로또는 왠지 긴 드라마보다는 단편의 소재일 거라 생각하는 나에게는 의아했다. 나도 모르게 원장님 눈길을 따라간다. 갑자기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다. 살고 있던 집은 경매에 붙여지고, 남편이 45억짜리 건물을 팔았다는 것을 알고 거래를 맡았던 부동산을 하는 남편 친구를 찾아간다. 그 친구는 남편이 30억에 급매로 팔았다고 한다. 선금 10% 외에 27억을 돌려줘야 함에도 이미 주었는데 누구한..

맹물생각 2025.05.16

스승의 날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사실 별생각 없이 특별한 날임을 떠 올리지도 못하고 지내는 요즘이다. 그런데 어제 학부모님 한 분이 현관문 앞에 이쁜 메모와 함께 두고 간 선물을 보고 '아!' 했다. 좀 전에는 다른 학생 어머니가 배스킨라빈스 모바일 쿠폰을 보내주셨다. 감사함과 함께 무거운 마음도 따라온다. 책임감 때문이리라.몇 안 되는 학생들에게 한 명 한 명 정성을 들인 건 사실이다. 그만큼 결과도 따라오니 기쁨도 크다.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을, 엄마이기에 알아버린 탓에 더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할 때, 습득하고 익혀두면 삶이 참 편해질 것 같은 것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할 때, 엄마의 눈으로는 당연한 것이 아이에게 받아들여 지지 않을 때 ..

맹물생각 2025.05.15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라 부담 없이 집어 들었다. 하필 스스륵 넘기다 내 눈에 밟힌 곳, 150페이지 두번째 단락이다. "유튜브만 켜도 복잡한 양자역학에 관한 정보를 10분이면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어떤 지식이든 원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지식이 보편화 돼 가고 있다. 하지만 경험은 다르다." 길지 않은 인생에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시가 하필 '양자 역학'이었다는게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나는 '양자 역학'을 이해해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이리 저리 무던히도 헤맸던 사람이다. 결국 나의 지적 수준으로는 가 닿기 어려운 듯하여 반포기한 사람이다. 어쨌거나 이것은 ..

책이야기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