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4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그들은 아픈 중년 남자를 버리고 갔다. 늙은 여성이 부담되자 뒤에서 도끼로 살했다. 그는 숙모도 죽였다. 털이 없이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로 간주해 살했다. 갓 태어난 여자 아이 살했다. 남자들이 여자아이를 원하지 않기때문에. 기분이 나쁜 데 애가 울고있어서 살했다. 이런 얘기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정신병자도 아니고, 그 시대 그들의 문화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건이다. 그들에게는 지배 계급도 없고, 항상 미소를 짓고 다닌다. 그들은 성인들 사이에서 폭력은 드물었고, 남을 지배하려는 사람을 기피했다. 얼마 되지 않는 소유물에 대해 극도록 관대했으며, 성공이나 부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들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사회적 상호관계와 높은 수준의 우정이다. 어떻게..

책이야기 2023.03.02

한 공기의 사랑 #4 정(靜)

명경지수(明鏡止水)!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정지된 물)'이란 뜻이다. 맑은 거울도 고요한 물도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에 적당하다. 명경은 바람이 분다고 해서, 나뭇잎이나 물방울이 떨어진다고 해서 거울의 표면이 요동치지 않는다. 그러나 돌이라도 떨어진다면 상황은 다르다. 표면은 깨어지고 비추어진 내 모습도 일그러진다. 반면 지수는 작은 바람, 조그만 잎사귀, 작은 빗방울에도 금세 표면이 요동치고 만다. 지수에 돌이 떨어지면 커다란 파문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요한 물로 돌아간다. 현재의 '없음'이란 과거에 있었다는 기억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래에 대한 의식인 기대도 역시 과거의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없음'의 경험은 어떤 대상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

책이야기 2023.02.25

한 공기의 사랑 #3 무아(無我)

'무아'가 없단다. 2장 무상에서 '신을 죽여야 한다'는 말만큼 충격적이다. 얼마나 많은 구도자가 무아를 찾아 식음을 전폐하고, 깨달음에 이르고자 평생을 거는 사람도 있는데. 그 실상은 없음이라니... 물론 믿고 안믿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을 글을 만나본 적이 없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한 때 나도 살짜기 무아를 찾아 발을 담가본 적이 있다. 몇년 해보니 내 길이 아님을 알고 뛰쳐나왔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허상을, 있지도 않은, 스스로 만든 상을 쫓아가고 있단 말인가. 먹기도 하고 잠도 자야 참나를 찾는 수행도 할 수 있다.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지 못하면 수행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참나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쩌면 구도자가 찾았던 ..

책이야기 2023.02.24

한 공기의 사랑 #2 무상(無常)

의 두번째 장은 무상(無常)이다. 무상을 사전에 찾아보면 3가지로 표현되어 있다. 1번 모든 것이 덧 없음, 2번 일정하지 않고 늘 변함, 3번 불교에서 상주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나고, 죽고, 흥하고, 망하는 것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불교에서 무상의 가르침을 얘기하는 것도 일체개고와 마찬가지로 자비의 감정을 낳도록 의도된 것이라 한다. 즉, 자신이나 세상이 무상하다고 제대로 아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나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다. 무상에 직면한다는 것은 어제도 아니고 그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모레도 아닌 '바로 이 순간', '오늘 하루'의 완전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에 몸을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오늘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다..

책이야기 2023.02.23

한 공기의 사랑 #1 고(苦)

강신주 작가의 은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다. 무엇을 한 공기의 사랑이라 표현한 걸까? 강신주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강연을 인상적으로 본 터라 책도 덩달아 반갑다. 첫 챕터만 읽어봐도 뿌연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너무 흔하고 자주 쓰는 용어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면서 마치 알고있느냥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 많다. 대표적인게 '사랑'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사랑, 연민, 질투를 막연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마치 저울에 잰듯이 콕 집어 얘기해준다. 그리고, 어머님과 남편을 따라 수 없이 절을 다녀도 몰랐던 공양과 사물(四物)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다시 말해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의지이자 감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책이야기 2023.02.22

도미노를 세워라.

다른 모든 것을 더욱 쉽거나 필요 없게 만들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언제 읽었는지, 책표지를 하도 많이 봐서 그저 익숙할 뿐인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책 을 다시 펼쳤다. '어머나, 이 사람은 줄 긋는 스타일이 나랑 비슷하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길수록 비슷함이 동일함으로 바뀐다. 10년이란 세월은 과거 나의 행적이 남의 것으로 비취게도 하는구나. 씁쓸한 노화의 징후다. 받아들여야지뭐. 이 책 제목에서도 말해주듯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멀티태스킹 즉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내는 사람을 능력있는 사람으로 칭송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그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망치는 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이야기 2023.02.18

10배의 법칙

211페이지까지 읽었다. 더 이상 진도가 잘 안나간다. 글자도 크고, 줄간, 자간도 넓어서 가독성은 아주 좋다. 그러나 공감도 안되고 반박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서다. 책 표지를 보면 의 저자 켈리 최와 저자 제임스 클리어의 강력 추천 책이라고 한다. 반박할려니 이 분들의 명성에 잠시 주춤하기도 하지만 어떠랴. 난 아닌 것을. '그런 마인드니까 성공을 못하지. 한번이라도 성공을 해보고나 그런 말 하시지' 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이것이 글의 파워다. 생각이 다른 사람 앞에서 말발 없는 나같은 사람은 반쯤 얘기하는 중에 말허리가 잘리기 일쑤지만 글은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쏟아놓을 수 있어서 좋다. 우선은 '성공은 당신의 의무이자 사명이며 책임이다.' 라는 문구의 반복이 강요받는 느낌이라 거북스럽다. 줄곧..

책이야기 2023.02.15

사랑은 경작되는 것.

사랑은 경작되는 것.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사후)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 데 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 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 없는 말이다. 신영복선생님의 에 나오는 글이다. 1969년이나 1970년에 씌어진 글이다. 1941년생인 선생님은 29세쯤 되는 나이..

책이야기 2023.02.12

관계의 최고봉

어쩌다보니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을 읽게 되었다. 구구절절 곱씹고 새기고 싶은 맘에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다. 사실 그 유명한 도 도 읽지 않았기에 이해나 할려나 싶었지만 내 손에 들어온 순서가 역순이다보니 되는 만큼 이해하기로 하고 시작해본다. 예전의 나 같으면 어림없는 시도지만 어찌 삶이 내 계획대로 내 뜻대로만 되든가 말이지. 예기치 못한 일이 비일비재 일어나는 세상에서 숫자 '1'뒤에 꼭 '2'가 와야한다고 고집하면 '꼰대'나 융통성없는 사람 소리 듣기 십상이다. 처음부터 2~30페이지를 읽다보니 굳이 순서를 지켜읽어야 할 이유가 없겠다. 가장 눈에 띄는 소단원 '16.관계와 인식'을 펼쳤다. 10페이지 남짓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참된 인식이란 관계 맺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계가 있어야 ..

책이야기 2023.02.09

왕비로 산다는 것

스스로는 절대로 선택하기 어려운 책이다. 일단 제목은 끌리긴 하지만 책을 먼저 펼쳐볼 수 있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내 취향이 아닌 것이다. 독서모임에 지정도서로 선정되었기에 나같은 무지랭이도 억지로라도 읽어낸다. 은 조선의 역사를 왕비를 중심으로 들여다본다. 사실 조선사의 중심에 있는 왕과 참모를 중심으로 한 역사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더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쨌거나 읽고난 소감은 이렇다. 조선의 27명의 왕이 거느린 43명의 왕비에 대한 이야기. 읽어가다보면 이 왕이 현왕의 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인지 헛갈리고, 이 왕비가 어느 왕의 왕비이고, 어느 왕의 어미인지 무진장 헛갈린다. 그래서 제 1대부터 27대까지 왕의 이름을 적고, 왕비의 이름을 그에 맞춰가며 읽으니..

책이야기 202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