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맹물J 2023. 3. 2. 23:51

그들은 아픈 중년 남자를 버리고 갔다.
늙은 여성이 부담되자 뒤에서 도끼로 살했다.
그는 숙모도 죽였다.
털이 없이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로 간주해 살했다.
갓 태어난 여자 아이 살했다. 남자들이 여자아이를 원하지 않기때문에.
기분이 나쁜 데 애가 울고있어서 살했다.



이런 얘기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정신병자도 아니고, 그 시대 그들의 문화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건이다. 그들에게는 지배 계급도 없고, 항상 미소를 짓고 다닌다. 그들은 성인들 사이에서 폭력은 드물었고, 남을 지배하려는 사람을 기피했다. 얼마 되지 않는  소유물에 대해 극도록 관대했으며, 성공이나 부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들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사회적 상호관계와 높은 수준의 우정이다.

어떻게 전자와 후자가 같은 부족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 파라과이에 살았던 아체족의 이야기다. 어린이, 노인, 병자를 살해하는 것은 오늘날 낙태나 안락사를 보는 시각으로 이해한단다. 낙태나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인 나지만 아체족처럼 어린이, 노인, 병자를 살해한다는 것에는 망설여진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을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선은 없는 것이 아닌가? 선과 악의 기준도 시대가 그 문화가 정하는 것이다. 최소한 생명 존중, 인간 존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던 게 여지없이 깨지는 느낌이다. 하긴 선사시대에는 인류가  고릴라, 반딧불이, 해파리보다 딱히 더 두드러질 것 없는 존재였다고하니 인간 존엄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기도 하겠다.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이 말은 신도 종교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란 말이다. 형체도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을 믿는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그것은 실제가 되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랑, 우정, 돈 등 무수한 것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것들로 인해 인간은 힘들어한다. 말하자면 실제가 아닌 허상을 보고 믿고 힘들어하는 것이다.

좀 더 진중하게 읽고, 하나하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픈데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안타깝다.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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