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작가의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다. 무엇을 한 공기의 사랑이라 표현한 걸까? 강신주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강연을 인상적으로 본 터라 책도 덩달아 반갑다.
첫 챕터만 읽어봐도 뿌연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너무 흔하고 자주 쓰는 용어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면서 마치 알고있느냥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 많다. 대표적인게 '사랑'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사랑, 연민, 질투를 막연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마치 저울에 잰듯이 콕 집어 얘기해준다. 그리고, 어머님과 남편을 따라 수 없이 절을 다녀도 몰랐던 공양과 사물(四物)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다시 말해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의지이자 감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진짜 사랑은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열정적이고 자발적인 노동을 낳는다. 연민은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다. 질투심이 강해진다는 것은 그 사랑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요지만 얘기하면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책에는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후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면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는 것이고, 그의 마음이 가벼워졌다면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는 말처럼 대체로 동의하지만 살짝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드는 곳도 있다. 인간관계는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자를 수도 없고, 수학처럼 논리적이도 않고,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 1+1이 2가 아니라 3도 10도 될 수 있는 일이 인간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절에 갈 때만 불자인 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찰문화에 얼마나 생명을 소중하게 다루는 철학이 베어있는지 알려 드리고 싶다. 새벽이 오면 사찰에서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친다. 법고는 들짐승을 깨우는 것이고, 목어는 물고기를, 운판은 날짐승을, 범종은 인간을 깨우는 것이다. 들짐승을 먼저 깨우고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을 가장 마지막에 깨우는 감수성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약한 존재부터 깨우려는 불교의 감수성이 제대화된 것이라고 한다.
또 점심시간즘에 절에 들리면 공양(식사)을 하게 된다. 공양을 할 때 음식을 남겨서는 안된다. 여기에도 생명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주어진 것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야 다른 것을 죽여서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것들, 아니 정확히 말해 죽인 것들로 배고픔의 고통을 최대한 완화시켜야 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이사슬에서 약자를 죽이는 폭력을 가할 수 밖에 없다면 가장 작은 폭력 '최소폭력의 윤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고보니 제목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얘기들만 늘어놓았다. 실은 삶이 고라는 '일체개고'를 전제로 한 얘기들인데 숲은 말하지 못하고, 나무 하나하나가 넘 멋져보여 나무 얘기만 한 것 같다. 요는 사랑한다면 밥한공기의 사랑이면 족하지 두 공기, 세 공기를 넘어가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는 얘기다. 사랑한다면 그가 어느 포인트에서 고통이 줄고, 행복한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도 고통이고, 너무 불러도 고통이 되는 법이니까.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아껴 읽고 싶어서 챕터마다 느낌과 내용을 정리해볼까 생각한다.
#한공기의사랑 #아낌의인문학 #강신주
#사랑이란 #공양 #일체개고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공기의 사랑 #3 무아(無我) (0) | 2023.02.24 |
---|---|
한 공기의 사랑 #2 무상(無常) (2) | 2023.02.23 |
도미노를 세워라. (2) | 2023.02.18 |
10배의 법칙 (0) | 2023.02.15 |
사랑은 경작되는 것. (2) | 2023.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