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8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제목만 들어도 왠지 재미있을 것같다. 근데 나는 왜 이 책이 소설책이라 전해듣고 빌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이 책 덕분에 하루를 신나게, 뿌듯하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며칠전 남편과 황산공원 산책길에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정자처럼 지붕도 있는 평상자리를 발견했다. 하루 통으로 여유로운 금요일. 책 두권을 들고 황산북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이름은 맹물 버전으로 내가 지은 것이다. 집에서 돗자리, 책상 대용 아이스박스, 시나몬찰케이크와 토마토, 사과를 담은 간단한 도시락, 언제나 한 몸인 스마트폰과 휴대용 키보드를 트렁크에 싣고 나왔다. 평상에 돗자리를 깔고, 내 집 앞마당인양 평상 위에 세팅을 하고나니 산들산들 바람도 좋고, 초록초록 풀내음에도 취한다. 한권은 다 읽었지만 정리가 남았기에 들고..

책이야기 2023.06.11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작가가 일본인인가 생각했다. 알고보니 'Say No!' 즉 '노(No, 아니) 라고 말하라'는 뜻으로 지은 필명이다. 그렇다. 나는 홍길동도 아닌데 NO를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차라리 침묵을 택하고 만다. 침묵은 상대로 하여금 '당신 뜻대로 하세요' 내지는 '동감입니다'라는 말로 해석하게 만든다. 본의 아니게 순종적이고 착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이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다. 서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엉뚱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지금은 내가 이런 스타일이란 걸 알기에 되도록이면 의식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애를 쓴다. 좋은 것은 좋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표현하려고 말이다. 우선 700페이지가 넘는 을 배워보고자 끝까지 읽어낸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이야기 2023.05.18

레버리지

는 도서관에 있으면 경제,경영 서적 중에 참 많은 사람들이 빌려가는 책이다. 들어오기가 무섭게 나가고, 꼭 보고싶으면 예약을 해두는 게 좋다. 그래야 반납이 되자마자 알림을 받고 대출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빌린 책이다. 짐작했던 대로 내 삶에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태도와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 라이프의 시작은 의외다.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가?" 라는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레버리지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 목표가 나의 자유와 행복에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버만박사는 행복을 '가치있는 목표를 향한 전진'이라는 말까지 첨언한다. 나중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삶은 레버리지 라이프가 아니다. 우리는 더 열심히,..

책이야기 2023.05.12

인문 약방

'약사가 인문학을 만나면?'을 부제로 달아도 좋을 듯하다. 저자 김정선은 약사다. 프로필을 보면 본업에 엄청 매진해서 성과도 내었지만 천식이라는 병을 얻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다.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이 인문학이고, 사주명리와의 만남이다. 저자의 전공이기도 하고, 한때는 맹신했던 약학, 제약, 의료 관련 일에 회의감을 강하게 표현한다. 이에 현명한 방법으로 방향을 턴하고, 자신과 현실에 맞게 조화점을 찾아간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관들이 사람을 실험 동물이나 물건처럼 대상화하고, 얼마나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이는지를 익히 알고 있었던지라 새로울 것은 없었다. 여러 책을 통해 기존에 알았던 정보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직 이 정도의 정보도 없이 그저 의사나 약사를 절대..

책이야기 2023.05.09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지식의 범주를 생각한다면 내가 아는 넓이는 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내게 딱 안성맞춤인 책을 은하쌤의 추천으로 함께 읽기 시작했다. 550페이지가 넘은 책을 보며 두께에 짓눌기 싶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께만큼 내용의 무게감이 무겁지는 않다. 글을 읽거나 학식이 있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곧잘 무슨 주의나 어려운 서양 철학자들 이름을 접하게 된다. 또, 때로 나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다다르게 되는 막다른 길, 인류의 시조는 누구? 불교, 기독교 같은 종교는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가? 그럼 다른 종교들은? 다양한 질문들에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알 법한 사람에게 물어보기에는 나의 무지가 들통날까 ..

책이야기 2023.04.28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작가 장석주는 19세 때 니체가 쓴 를 읽고,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난놈?은 이래서 다르구나 생각했다. 아직 반평생을 살아도 제목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봤지 책장 하나 넘겨보지 못했고, 혹자는 읽다가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하는데 말이다. 요는 나는 차라투스트라가 어떻게 말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장석주 작가를 믿고, 온통 니체를 말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아니 실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부산큰솔나비의 지정도서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표지의 형이상학적인 그림은 이해하지도 못한채 내 마음에 와닿는 편안한 컬러만 보고 내식대로 해석을 시작했다. 에세이 정도의 가벼운 내용이겠거니. 그리고 바로 알았다. 내 선입견에 내가 속았음을. 내가 장석주 작가의 진중함과 무게감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

책이야기 2023.04.24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젊은 시절 창녀로 살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악몽같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로자 부인.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창녀로 살 수도 없게 되자 창녀의 자식들을 키워주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 아이들 중 한명인 모모는 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더 더욱 알지 못한 채 정확한 나이도 생일도 모르고 살아간다. 부모를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에 태어나자마자 맞닥뜨린 바닥인생! 부정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기엔 왠지 억울한 기분일 것이다. '이 번 생은 내 역할이 이름도 모르는 창녀의 아들이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 것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하여 훌륭한 일을 하는 판사가 되었습니다. ' 정도가 되면 잘 산..

책이야기 2023.03.31

작가 이명률

이명률님은 2009년, 2023년 2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다. 작가님은 2000년부터 거의 매일 어디를 가시든 무슨 일이 있든 일기를 쓰셨다. 그 10년 기록을 모아 2009년 칠순을 기념하여 책을 내셨다고 한다. 물론 자비로 아니 자녀들이 선물로 출판을 해드렸다고 한다. 또 한권은 며칠전 출판되었다. 여전히 자비로 출판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족보보다 더한 의미를 가진다. 은 결혼을 앞두고 남편이 아버지께서 쓰신 책이라며 선물을 주었다. 하루밤을 세워가며 절반이상을 읽었던 기억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평범한 소소한 일상을 담은 글들이 참 담백했고, 여유가 있고, 평화로운 분이구나 생각했다. '이런 멋진 분을 아버지로 둔 사람! 참 복도 많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 나의 아버님이 되신 작가님은 ..

책이야기 2023.03.29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작가의 는 누군가가 참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 하여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되었다. 직전에 우리는 보도새퍼의 을 읽고 토론했다. 후자는 자본주의의 정수를 얘기하는 반면에 전자는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들어간다는 것 말고는 참으로 상반된 주제의 책이다. 그런데도 선뜻 ok한 멤버들은 참으로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한 분은 왜 이런 책을 좋다고 추천했는지 모르겠다 했다. 나는 어렴풋이 그녀가 왜 추천했는지 알듯하고, 나도 참 감동적으로 읽게 됐다. 나란 사람, 나란 사람이 하는 일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보자. 저자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모든 것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다는 뜻으로 지옥은 타인에 있다. 타인이 사라지면 내가 누구인지,..

책이야기 2023.03.22

한 공기의 사랑 #8 생(生)

사람은 살고싶다는 의지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누군가 나를 진실로 사랑해준다면 그러니까 내가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면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그것보다는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 때 더 살고자하는 욕구가 강렬해진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아끼고 돌볼 대상, 내가 없으면 삶이 더 힘들 무언가가 눈에 밟힐 때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아낀다는 것은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 삶에 대한 무게감을 더해 함부로 스스로의 목숨을 해하지 않게 한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가 꼭 그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해달라는 간절한 바램. 치매 할머니를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피는 할아버지가 자신보다 아내를 딱 하루만 먼저 데려가 달라는 기도. 까탈스럽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하..

책이야기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