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나이에 를 이토록 진지하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도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저 외국인이 지어낸 이상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만화로 잠깐잠깐 보긴 했어도 제대로 스토리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건성으로 봤다. 재미있어 애써 본 것이 아니란 얘기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나에게 상상력을 동원하는 스토리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번에는 달랐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는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독서모임 지정도서라 반강제로 읽혔다고 해야 맞겠다. 여전히 처음에는 흥미 있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다양한 출판사의 중에 내가 선택한 이 책에는 중간중간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게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만하다. 그래서 그린 이를 찾아봤다. 이름이 '퍼엉Pu..

책이야기 2024.02.01

도둑맞은 집중력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가 쓴 . 왜 잃어버린 집중력이 아니고 도둑맞은 집중력일까? 잃어버린 것은 나의 부주의를 탓해야 하지만 도둑맞은 것은 나의 관리 소홀보다는 외부 침입자가 존재한다는 뜻이겠다. 현대인의 집중력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라고 한다. 우리는 집단으로 집중력 지속시간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내가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중년의 나이 때문이고, 조직에 몸 담고 있을때만큼 하루하루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이보다 더 중요한 방해꾼으로 내 몸의 오장 육부마냥 따라 다니는 스마트폰이라고 힘주어 믿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모든 잘못의 90%이상은 내 탓이라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늘 지니고 다니는 것도, 시시..

책이야기 2023.12.07

그냥 하지 말라.

"Just Do it!" 식상할 정도록 익숙하고 대체로 바른말로 인식되는 문구인데 그냥 하지 말라(Don't Just Do it!)니. 다분히 반골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의 표현이겠거니 생각했다. "믿지 말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 책은 송길영 현재 (주)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재작년(2021년 10월) 저서이다. 이 책에는 눈길을 확 끄는 주술 같은 문장이 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운명론인가 싶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살펴보니 퍽이나 일리 있고 근거 있는 말씀들이다. 20년 이상 IT업계에 몸 담아 오면서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본 결과 내려진 결론이란다. 어제의 미래인 오늘은 우리가 그것을 원하고 우리가 그것을 선호..

책이야기 2023.10.19

원한다 = 필요하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p.208)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치고 허영이다. 심지어 죄악이 될 수도 있다. 물질적인 것만 우선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안락한 집과 새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노안을 커버할 수 있는 안경이면 족하다. 이것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인가? 그렇다. 집은 2년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게끔 특히 우리집 가장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 안경은 노안으로 특히 새벽이나 흐린 날에 글 읽기가 불편하고, 아이들과 수학 수업을 할 때 ..

책이야기 2023.07.14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세상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하지? 순간순간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써도 꼭 책임을 지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뱉어보는 말인가? 을 읽다가 아래 단락을 만났다. 경영진 생각에 필리프브라더스는 '영원한 직장'이었다. 잘리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드문 곳이었다. 분위기가 이런데 '여기 나가서 새로 차리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상상도 못 할 극히 드문 경우였다. 1970년대 원자재 트레이더로 시대를 주름잡던 리치가 임금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영진에 불만을 품고 퇴사를 하는 대목이다. 함께 퇴사한 고위 트레이더 몇몇과 리치는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다. 원자재..

책이야기 2023.07.11

인디언의 10계명

자그마치 919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오랜만에 빌리지 않은 내 책을 읽는다. 표지를 열면 '2009. 7. 7' 라고 적혀있다. 분명 내 글씨다. 14년 전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있었구나. 사실은 추천을 받아 이 책을 빌리고보니 똑 같은 표지가 집에 있어서 반납을 했다. 제목에 끌려서 이 두꺼운 책을 샀던 것일까? 또렷한 기억은 없지만 읽어가면서 낯설지 않음을 느낀다. 얼굴 흰 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당치도 않게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다. 여러 부족의 인디언 추장들이 백인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하는 연설문이 실려 있다. 인디언의 말이 이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잘 표현되는 것도 신기하고, 인디언은 글도 책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훌륭한 연설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이야기 2023.07.05

작가의 인생 공부

이은대 작가님! 부산큰솔나비 선배님들을 통해 참 많은 칭찬과 함께 들어온 이름이것만 작가님의 책도 강의도 들어본 바가 없어서 몹시 궁금하던 참이었다. 저자 특강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날짜가 정해지고 저자의 신간 가 필독서가 되었다. 책을 집어 든 순간! 책표지 앞 뒤로 내 마음을 후벼 파는 글귀가 있다. "쓰는 인생이라 다행입니다." "잘 쓰고 싶어서 잘 살기로 했습니다." '뭐지? 어떻게 내 마음과 이렇게 닮았을까?' 물론 나는 오랫동안 글을 써온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며, 작가를 꿈꾸지도 않는다. 단지 글을 쓰면서 내 삶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은 '글을 쓴다'는 표현 자체도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글'은 꼭 작가는 아니라도 그 비스..

책이야기 2023.06.29

돈의 심리학

어느날 주린이 남편께서 투자는 경제학보다는 심리학인 것같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심리학 책 같이 읽고 북미팅을 해볼까요?" 남편이나 나나 경제학도 그렇지만 심리학 역시 문외한이라 알라딘에서 '심리학'을 넣고 검색을 해봤다. 설득의 심리학, 돈의 심리학, 인지 심리학 등이 쭉 나열된다. 역시나 우리의 눈을 끄는 제목은 '돈의 심리학'! 그러고보니 베스트셀러에 평점이 아주 좋은 책이다.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겠다. 일단 가독성이 좋고 중간 중간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이 많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부자를 갈구하는가? 부자에게는 자유가 있다. 선택의 자유가 있고,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이것이 내가 부자가 되고자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 모건 하우절은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돈의 가..

책이야기 2023.06.27

첫사랑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이다. 작가의 이름은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봤던가 싶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분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자각했다. 와이에스나비 독서모임 책으로 지정되고 상호대차 신청한 책이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여러 개가 실린 책이란 사실을. 책의 맨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 첫사랑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가 첫 단편 소설로 실려있다. 읽는 내내 뭐지 뭐지 했다. 조폭같은 어느 사내가 교통사고로 차에 탄 채 추락하는 4.5초 동안을 자그마치 34페이지에 걸쳐서 묘사하고 있다. 아니지 단순히 그 순간만이 아니라 함께 동승한 청바지라 불리는 애인도 아닌 여인과 함께 하게 된 배경부터 이런 저런 장황한 설명들이 불쑥 불쑥 출현한다...

책이야기 2023.06.20

치매에서의 자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막연히 두려워하는 병 중에 하나가 치매가 아닐까 싶다. 30대 중후반부터 뭔가 깜빡 깜빡 잊는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경험이 너무 낯설고 내가 이상해졌다 생각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고 때때로 안도했던 기억도 있다. 40대를 거쳐 50대 초입에 들어선 지금은 그 정도 건망증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벌떡 일어섰다가 주저앉은 적, 열심히 도마 위에 양파를 썰다가 칼을 놓고 냉장고 앞에서 헤맨 손길, 수십 수백번도 더 여닫은, 돌려서 여는 방문을 무작정 당기며 왜 이래 했던 적. 예를들자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자 맹세해보지만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럴 때마다 '어머, 내가 왜 이러지?'..

책이야기 202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