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좋은 이웃

"오용이 삼촌이 밥 사준다는데.. 오늘 저녁.. " 가족톡에 남편의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뭘 해서 먹어야하나 고민하는 중에 만난 메세지는 가뭄의 단비요, 사막의 오아시스다. 해준 것도 없이 밥을 얻어먹어도 되나 하는 맘과 함께 식사준비와 설겆이의 부담이 없어진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온가족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으로 먹자고 했다. 오용씨는 더 맛난 것을 먹자고 한다. 오용씨는 남편의 직장 동료다. 입사동기생들 중에서도 유독 친한 사이다. 비슷한 시기에 양산으로 이사를 와서 내가 한창 요리미팅을 할 때는 곧잘 집으로 초대도 했다. 편하다는 이유로 만나면 건강설, 암웨이설을 풀어놓아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던 고마운 동료이자 이웃이다. 아직 싱글인 오용씨! 이리 괜찮은 사람이 왜 아직 ..

맹물생각 2023.02.01

뜨개는 사랑입니다

초등 5학년 딸램은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온라인 누리교실을 열심히 검색한다.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전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개설하는 100가지가 넘는 강의 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맘껏 들을 수 있다. 딸램이 선택한 것은 뜨개질과 오일파스텔 수업이다. 평소에도 수차례 뜨개질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귀찮다는 이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귀담아 들질 못했다. 결국 스스로 찾아내서 꼭 하겠단다. 감사하게도 수강신청한 과목은 재료까지 선생님이 택배로 보내주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료를 전달받아 뜨개질 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라인으로 뜨개질 수업.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신다. 왕초보인 주제에 첫수업을 놓치고 두번째 시간부터 참석한 딸램은 아니나 다를까 헤매..

맹물생각 2023.01.30

장자처럼 살지 마라.

최진석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책은 저자의 집요한 생각이 문자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책을 읽는 데서만 거치면 독자 자신의 길, 독자 자신의 지혜는 없다. 책을 쓴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에 매이고, 저자에게 종속된다. 표현의 갈망이 없는 상태에서 배우는 것에만 재미를 붙이는 것은 부족하다. 자기만의 표현 욕구, 생각의 욕구가 강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읽어야 한다. 글을 읽는 것은 쓰기 위함이고, 말을 듣는 것은 말을 하기 위함이다." "장자를 읽고 장자처럼 살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장자는 장자처럼 살다가 '장자'라는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노자는 노자처럼 살다가 도덕경이, 공자는 공자처럼 살다가 논어가 나온 것이다. 모든 사람의 삶의 목적은 자기가 별이 되어야 한다. 내가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다가 가는 것..

맹물생각 2023.01.29

오아시스마켓

어제 저녁에 주문해서 오늘 도착한 오아시스마켓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어머나, 이게 웬 일??' 낯선 우유가 6병이나 들어있다. 분명 나는 제주 동물복지 유기농우유 900ml 3팩을 시켰다. 혹시나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해서 확인해봐도 아니다. '에구... 실수로 잘못 넣었나보다.' '1:1문의'에 이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생각해본다. 공산품이 아니니 돌려받기도 어려울테고, 그냥 먹어라고 할 공산이 크다. 몇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야 혜택을 보니 좋지만 손해보는 장사를 한 마켓 입장에서는 어쩌나. 오아시스마켓을 알고나서부터는 열흘에 한 번 꼴로 주문을 한다. 주로 계란과 우유, 두부, 콩나물 등을 산다. 건강책을 몇 권 일다보면 질 좋은 단백질을 먹는 게 너무 중요하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

맹물생각 2023.01.26

토마토를 구하라

몇주 전 토마토 2박스를 샀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유럽 속담이 말해주듯 토마토가 얼마나 몸에 좋은가는 논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 날은 값도 싸기에 심하게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이고보니 다른 과일에 밀려 새빨갛게 익다못해 시들어가고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꾸 미뤄뒀던 숙제를 오늘 밤 해결하기로 했다.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뭐가 있을까? 토마토카레, 토마토쥬스, 토마토파스타, 토마토마리네이드,토마토계란스크램블 등등. 토마토카레는 넘 자주해서 식구들이 이제 물린 듯하고, 토마토계란스크램블은 그렇게 맛나다는 데 내 입에서 만큼은 토마토와 계란은 상극이다. 이 많은 양을 하루이틀만에 다 먹을 수도 없고 최소한 2주 정도는 저장이 가능한 레시피가 필요하다..

맹물생각 2023.01.25

영웅

딸램이 선생님도 친구들도 추천한 영화라며 '영웅'을 꼭 보고싶다고 한다. 양산에서는 상영관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화명동 CGV에 조조가 있어 다행이다. 딸램이 얘기한다. "엄마, 너무 슬퍼서 다들 운데..." 평소 내 가방에는 손수건도 화장지도 한장 없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영화 관람을 하거나 강의를 듣는 중에 예상치 못한 슬픈 장면이나 감동으로 인한 눈물에 난감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슬픈 영화를 볼 때 휴지나 손수건은 필수템이다. 울 딸램에게는 집에서나 극장에서나 영화를 볼 때 필수템이 하나 더 있다. 엄마가 만든 팝콘. 그래서 울집에는 늘 팝콘옥수수가 있다. 그런데 최근 쟁여둔 팝콘옥수수로 튀겨주고 봉지의 끝을 봤나보다. 아쉽게도 텅장이 아니라 텅봉이다. 대신 전병 2봉지를 챙겨 출발...

맹물생각 2023.01.24

노동의 의미

노동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몸을 움직여 일함'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이다. 흔히 노동이라 하면 전자처럼 몸, 육체적인 행위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에는 반드시 정신적 노동이라고 표현하니 여기서도 육체적 노동에 제한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최근 노동, 몸을 움직여 일할 기회가 많았다. 먼저 짧은 기간 도서관 사서로 일을 했다. 여기 저기 흩어진 책을 모으고, 장르별로 분류하고, 배가(책을 분류해서 서가에 꽂는 행위)하는 일을 반복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분류 체계도 모르고, 배열 순서도 잘 몰라서 살짝 긴장감을 갖고 한다. 며칠만에 익숙해지니 단순반복 행위가 이어지면서 기계적인 움직임이 나온다...

맹물생각 2023.01.22

명절 준비

곧 1년 중 가장 큰 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내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아가씨네(딸의 고모내외)가 업종을 변경했다. 원래는 제과점을 해서 꽤나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 제과 브랜드가 곳곳에 생기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떡집으로 전향하셨다. 제과와 떡 기술자인 큰고모부(딸의)는 외모는 상남잔데 툭박진 손으로 빚어내는 떡케이크는 가늘고 선이 고운 여인의 솜씨다. 시골 떡집을 지키기엔 아까운 장인정신으로 재료며, 기술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떡집은 늘 문전성시다. 특히나 이런 명절이면 돈도 손님도 싫다할 정도로 일이 많아 힘들다. 그러니 온 가족들이 대동해서 돕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추석보다는 설날이 더 장기전이라고 한다. 설날 전 하루 이틀만 힘던 것이 아니라 떡국 손님 덕분에 ..

맹물생각 2023.01.18

소비 포기 운동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이 무서운 말을 한 때는 진리인양 떠들고 다녔다. 낯뜨겁다. 많이 부끄럽다. 일면 맞는 말 같지만 김누리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이 결여된 상태다.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발상이다. 독일에서는 소비를 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소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82%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지구에 잠시 살다가 떠난다. 지구는 다음 세대인 미래 생명이 살아야할 터전이므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나의 욕망을 위해서 끝없이 소비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소..

맹물생각 2023.01.17

춘식이와 춘장이

울딸램은 춘장이다. 춘식이의 팬이라는 뜻이다. 춘식이는 누구냐? 라이언의 반려묘다. 어느 날 라이언이 고구마박스에 버려져있는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다. 그 길고양이에게 춘식이라는 이름을 붙혀줬다. 그러면 라이언은 누구냐고 하실 분도 계실듯 하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에 라이언, 어피치, 무지, 네오 등이 있다. 어렵다. 이쯤되면 공부를 해야할 판이다. 나는 어린 딸램 덕에 신문물을 어거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장난감도, 옷도, 책도 잘 사주지 않는 엄마다. 책은 도서관 시스템이 좋으니 빌려보면 되고, 옷은 지인들에게 물려받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전지구적인 차원에서도 이롭지 아니한가. 마치 지구애가 넘치거나 환경운동가라도 되느냥 당당하다. 그러니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날 딸램이 춘식이라는 ..

맹물생각 202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