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큰언니

큰언니의 인스타 사진을 캡쳐했다. 내가 하트를 살짝 누르면 정열의 빨강이 된다. '좋아요 1개'. 언제나 '좋아요 1개'다. 언니가 다른 사람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없다. 그저 혼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올릴 뿐이다. 언니는 경산에서 부동산을 한다.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언니는 한가한 시간에는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영어공부가 시들해졌는지 요즘은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엥? 언니가 웬 그림? 그림에 ㄱ도 모르는 사람 아니였어?' 우리 형제자매들은 어릴 때부터 늘 빠듯한 살림을 일궈내시느라 밤낮으로 고생하시고, 그 와중에 늘 다투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이런 환경에서 '빗나가지 않고 이렇게나마 우리가 살아가는 건 대단한 거야.'라고 한다. 다섯자매 중에 막내인 나도 늘 불안과 ..

맹물생각 2023.01.13

엄마는 마라탕이 싫다고 하셨어

두어달 전부터 딸램이 마라탕을 먹고싶다고 한다. 그 전에도 딸램 덕분에 두번 먹어봤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니다. 일단 국물맛이 어떻게 나는것인지 의심이 된다. 못먹을 맛은 아니지만 왠지 첨가물이 잔뜩 들어갔을 것 같은 느낌때문인지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남편은 한 번도 못먹어 봤다기에 "아빠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라는 핑계로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나름 검색을 해서 양산에서 마라탕 맛집을 찾았다. 블로그 주인은 사진을 잘 찍은 것인지, 비쥬얼도 맛도 굿굿굿. 배가 찢어지도록 먹었다고 한다. 함께 주문한 멘보사와 꿔바로우도 넘 맛나니 꼭 다시 오고싶은 곳이라 소개했다. 그러나 딸램은 내가 찾은 곳은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싫단다. 딸램 소원들어주는 날이니까 원하는 곳으..

맹물생각 2023.01.12

간장게장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전에 가만히 알들에게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공부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 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맹물생각 2023.01.10

놋그릇

드디어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은 방짜유기가 도착했다. 몇 주에 걸쳐 방짜유기를 공부하고, 믿을 만한 이형근 방짜유기를 세식구에 맞게 구입을 했다. 택배박스를 풀면서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 잘한 짓인가 싶다. 넘 깊게 고민하고 있을 만큼 시간이 여의치 않다. 유튜브에서 유기그릇 처음 세척하는 법을 검색하니 식촛물에 2시간 정도 담궈두란다. 밤에 담가둔지라 아침까지 그냥 뒀다. 그러니까 8시간정도는 식촛물에 담겨 있었는데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아침에 파워버즈(억센 암웨이 녹색수세미)로 벅벅 밀어서 닦았다. 물기를 바로 닦지 않으면 얼룩이 진다길래 마른 행주로 정성스레 매만지며 닦았다. 가지런히 선반에 올려놓으니 일단 참 고급지고 이쁘기는 하다. 부엌이 쪼끔 있어빌리티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저녁에 돌아와 딸램이랑..

맹물생각 202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