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춘식이와 춘장이

맹물J 2023. 1. 15. 07:04

울딸램은 춘장이다. 춘식이의 팬이라는 뜻이다. 춘식이는 누구냐? 라이언의 반려묘다. 어느 날 라이언이 고구마박스에 버려져있는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다. 그 길고양이에게 춘식이라는 이름을 붙혀줬다. 그러면 라이언은 누구냐고 하실 분도 계실듯 하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에 라이언, 어피치, 무지, 네오 등이 있다. 어렵다. 이쯤되면 공부를 해야할 판이다. 나는 어린 딸램 덕에 신문물을 어거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장난감도, 옷도, 책도 잘 사주지 않는 엄마다. 책은 도서관 시스템이 좋으니 빌려보면 되고, 옷은 지인들에게 물려받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전지구적인 차원에서도 이롭지 아니한가. 마치 지구애가 넘치거나 환경운동가라도 되느냥 당당하다. 그러니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날 딸램이 춘식이라는 인형을 입양했다. 친구동생이 줬단다. 친누나보다 울딸을 더 좋아하고 챙기는 동생이다. 그 날부터 일은 시작되었다. 

"엄마, 귀엽지? 병호가 줬어. 춘식인데. 춘식이 바지 좀 만들어줘."

"야~ 엄마가 어떻게 바지를 만들어. 그런데 귀엽긴 하네."

"수면양말로 만들면 된데."

 

서랍속을 뒤져서 놀고있는 수면양말을 찾았다. 적당히 숭숭 자르고 꿰맬 곳은 꿰매니 그럴싸한 바지가 만들어진다. 수면양말 특성상 쭉쭉 늘어나니 딱맞게 입히기까지. 어쨌거나 그렇게 1차 숙제는 끝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산타할아버지한테 '춘식이 화이트에디션'을 받고싶다고 한다. 직접 만든 카드에 산타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써서 한켠에 잘 놓아두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그 편지를 읽으셨는지 다음 날 '화이트 에디션 춘식이'가 떡하니 앉아있다. 그렇게 딸램은 원하는 득템을 했다. 어느 날은 춘식이 필통이 너무 갖고 싶다며 돈을 모은다.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빨래개기 등 열심히다. 1만5천원이나 하는 필통을 살려면 몇백원자리 알바를 얼마나 해야할지.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할아버지,할머니랑 성주봉휴양림 놀러를 간 날! 알바의 끝이 보였다. 큰돈을 주시면 아빠가 접수해서 투자통장에 넣으니까 할머니가 딸램 손에 만원짜리를 꼭 쥐어 주신다. 

"요거는 아빠 드리지 말고, 친구 만나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니가 사고싶은 것도 사라."

잠시 후 할아버지께도 비슷한 행운을. 그리하여 드디어 여기저기 가격분석을 하고 가장 저렴한 곳에서 춘식이필통을 구매했다. 또 학교에서는 원하는 그림을 그려오면 키링을 만들어준다한다. 망설일 것도 없이 춘식이를 그려갔다. 

 

 

딸램은 샤워를 하고나면 수건으로 머리카락만 둘둘 말고 나온다. 그리고 꼭 엄마,아빠 앞에서 춤을 한판 추고 옷을 입는다. 어느 날은 귀여운 듯 어설픈 춤을 춘다. 라춘댄스라고 한다.

"라춘댄스가 뭐야?"

"라이언-춘식이 댄스!"

라춘댄스! 이름이 그럴싸해서 라틴댄스처럼 춤의 한 장르인 줄 알았다. 

 

아무튼 딸램의 춘식이 사랑은 끝이 없다. 카톡 프로필은 온통 춘식이 범벅이다. 잘 때는 바지입은 춘식이와 화이트 춘식이 중에 하나는 꼭 안고자고 하나는 나에게 준다. 춘식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구마라며 엄마랑 너무 닮았다고 좋아한다. 나의 줌아이디에도 얼굴사진 대신 춘식이가 올라가 있다. 딸램 덕분에 80언저리의 할아버지,할머니도 춘식이를 아신다. 심지어 마당발인 딸램은 친구들에게 생일을 말해주면 카톡 이모티콘을 선물준다고 공고를 해놨다. 대부분 요청하는 친구들은 춘식이 이모티콘을 요청한다. 딸램의 춘식이 사랑을 알기때문이 아닐까. 친구생일이 몰려있는 달이면 알바로 정신 없을 거다. 요며칠 쇼파위에 걷어둔 옷들이 그대로 방치된 걸 보면 아직 할아버지할머니 용돈이 유효한가보다. 

 

딸의 춘식이 홀릭이 과하다 싶다가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엽긴하다. 만지고 싶고, 부비부비하고 싶다. 나도 딸램만큼 춘식이를 귀하게 대접해준다. 이부자리를 개고나면 나란히 이불을 덮어서 눕혀준다든지. 반듯하게 앉혀 놓기도 한다. 때론 이성이 발달한 엄마는 마켓팅 놀음이란 생각도 든다. 그치만 이렇게 사람의 감성을 터치해서 빠져들게 하는 것도 특별난 재주다. 그것이 사람에게 재미와 위로를 준다면 나쁘지 않다. 울딸의 어떤 창작물이 또 누군가를 기쁘게하고 삶의 안식이 되게 한다면 울딸도 참 행복할 것이란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반응형

'맹물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절 준비  (2) 2023.01.18
소비 포기 운동  (2) 2023.01.17
큰언니  (10) 2023.01.13
엄마는 마라탕이 싫다고 하셨어  (4) 2023.01.12
간장게장  (6)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