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소금북

오늘은 격주로 있는 소금북 독서모임날! 멤버 한 분이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다. 이 분 손을 거치면 고만고만한 음식도 고급 요리로, 비쥬얼 내기 힘던데 생각했던 음식도 아주 그럴싸하게 변하고 만다. 넉넉한 마음씨만큼 양껏 내어주시니 초대받으면 배는 홀쭉이로 만들어 가야한다. 그야말로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감칠 맛을 접수하고, 온 몸으로 건강을 느끼게 한다. 고급 호텔식이 부럽지 않은 대접이다. 언제나 사람을 먼저 귀하게 대접하는 성품이 그대로 상차림에 다 드러난다. 자리에 앉으면 내가 마치 귀인이 된 듯하다. '당신이 주인공이십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런 대접을 받고 어찌 감동이 없을 수 있으랴. 다 좋은데 채써는 솜씨가 서툰 것이 흠인 분인데 밤새 준비하고, 이른 아침부터 얼마나 공을 들..

맹물생각 2023.04.03

스즈메의 문단속

딸램이 며칠 전부터 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 보러가자 했지만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족 행사가 있고, 평일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딸바보인 아빠는 달랐다. 오늘은 독서모임이 2개나 있는데다 자잘한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재해 있어 바쁘다. '영화 보러 가기로 했는데 빨리 안오요?' 일주일치 장을 보는 중인데 남편의 카톡이 왔다. 이렇게 마음을 냈는데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 다행히 냉장고에 어제밤 우려둔 멸치육수와 도토리묵이 있다. 얼렁 묵사발을 만들어 먹고, 10분거리의 메가박스로 직행했다. 영화관에서 한번도 팝콘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딸램을 위해 작은 팝콘도 하나 샀다. 평소에는 집에서 팝콘콩으로 직접 튀겨서 소금만 뿌리고, 음료와 함께 영화관에 들고 간다...

맹물생각 2023.03.21

야밤 황산공원 산책

"황산공원에서 저녁식사 합시다~" 남편의 카톡이 왔다. 누군가 이 메시지만 본다면 황산공원에 근사한 레스토랑이라도 있는 줄 알겠다. 우리 가족은 오늘은 외식하자 하다가도 "그냥 집에서 ~~~해먹을까?" 한 마디에 "그래 그게 좋겠다."로 결론짓기 일쑤다. 역시나 오늘도 김밥 대신 볶음밥으로 메뉴를 바꾸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간단히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어제 먹고남은 앞다리살 수육을 총총 썰어서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쑥국도 데워서 담고, 사과와 오렌지도 썰어서 담는다. 과일을 후식으로 먹는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습관이 무서운지라 쉽게 고치지 못한다. 딸램은 허니보이 아빠가 좋아할 거 같아서인지 화이트데이에 받은 초콜릿도 3개 챙긴다. 증산역에 내린 남편을 픽업해서 황산공원으로 출발한다. 황산공원은..

맹물생각 2023.03.18

풀을 잡초 취급하지 마라.

지천에 늘려 흔하디 흔하다고 함부로 없신 여기지마라. 흔하다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물이 그러하고, 공기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아파트도 대단지를 선호하고 돈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일단 수가 커지고 많아지면 그만큼 힘이 세지고 에너지가 커진다. 조물주는 참으로 아량이 넓다. 정말 꼭 필요한 것은 흔하게 만들었다. 돈이 많다고 학식이 높다고 인물이 좋다고 가질수 있게 하지 않았다. 생존의 필수템인 물과 공기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책이 흔해진 것도 생존에 필수템이 되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같은 맥락으로 풀도 그러하다. 물론 풀은 책과 달리 옛날 옛적부터 흔했다. 동물들의 생존에 필수템이 풀이란 사실을 아시는가? 식문화에까지 자본주의의 논리가 침범하면서 풀 아닌 옥수수가 ..

맹물생각 2023.03.17

이모티콘

방 한켠에 놓여있는 화이트보드에 딸램이 뭔가를 그려놨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뭔가를 보고 베껴그린건가 했다. 요즘에는 하도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들도 많고, 나는 금시초문인데 핫 트렌드라는 얘기들도 곧잘 듣는다. 나같은 사람을 속여 웃음거리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일게다. 어딘가에서 본듯 아닌듯 고개만 갸우뚱하는데 딸램이 스스로 생각해서 그린 이모티콘이라고 한다. 내 딸이지만 나와는 참 다른 딸램은 친구를 너무 좋아한다. 아니 사람을 좋아한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언니, 친구, 동생 가리지 않고 쉽게 사귄다. 무슨 일이라도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좋아하고, 한명보다는 두명이, 두명보다는 세명, 네명이 좋단다. 끊임없이 조잘조잘 무슨 얘기든 한다. 딸에게 소통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런..

맹물생각 2023.03.16

생의 결정적 순간

친구의 추천으로 김혜남 작가의 책을 펼쳤다. 마흔줄 인생을 살아온 여성이 그렇고 그런 얘기로 중년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책이 겠거니 생각했다. 날개글을 읽으면서부터 바로 자세를 곧추세우고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다 마흔 세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는다. 병의 진행 속도가 느린 관계로 병원을 어느 정도 유지해오다가 더 이상 병원 운영을 지속할 수 없어 문을 닫았다고. 그 때 드는 생각. 무엇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아직도 참 많다. 병 때문이기는 하지만 의사 일을 관두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중국어 공부도 제대로 해 보고 싶고, 진짜 끝내주는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고, 서해.남해.동해를 한 바퀴 쭉 둘..

맹물생각 2023.03.15

거실짐(gym)

운동의 중요성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더 즐겨하다보니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생때 동아리 활동으로 테니스를 1년 정도 배운 것 외에는 이렇다할 운동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요즘에는 TV건강채널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이 접하다보니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게다가 고령 인구가 늘어나다보니 건강 문제가 더 크게 대두되면서 가장 손쉬운 걷기가 대유행이다. 만보기나 캐시워크앱 등으로 걸음수를 카운트해가며 목표 걸음수를 넘기려 애쓴다. 운동은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본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애써 의지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해야한다. 지속성을 위해 재미도 더하려 애쓴다. 최근 트램폴린 일명 방방이를 체험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 딸램이 3..

맹물생각 2023.03.13

통도사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데이트 시간이 생겼다. 언제나 딸램이 끼어있어 둘만 있는 시간을 갖기 힘들다. 딸램은 걸어갈 때도 어딘가에 앉을 때도 꼭 엄마와 아빠 사이를 고집한다. 그러니 남편과 팔짱을 끼고 걷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동행할 수 없단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쾌재를 부르며 "그럼 그렇게 해." 말했다. 함께 일하는, 불교를 오랜 세월 공부해오신 선생님이 통도사를 극찬하시고, 그 옆에 선생님은 통도사 근처 소박한 맛집 달맞이꽃분식을 소개해주셨다. 통도사는 우리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맘만 먹으면 매일 갈 수도 있는 곳.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라는데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곳이다. 이 참에 목적지는 자연스레 통도사로 정해졌다. 작년에 방문..

맹물생각 2023.03.11

chatGPT앱 사기 당하다

내가 사기를 당하다니.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 유사 사기를 당했습니다. 요즘 핫한 chatGPT에 입문해보고자 구글에서 'chatgpt'를 검색했습니다. 제일 상단에 친절하게 무료다운로드로 설치하겠냐고 나옵니다. 당연히 설치해봐야지요. 요즘 트렌드에 뒤쳐지면 안되니까요. 주의! 절대로 따라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아래 그림 순서대로 착한 학생처럼 따라했다가 해외결제 $39.99(약 51,7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 바로 이어 현대카드사에서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왔습니다. [Web발신] [현대카드]전*경회원님 03/06 19:39 해외 본인 정상 사용 건이 아니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나서 전화를 해보니 사기를 당한 거였어요. 급히 해외결제 중지, 번호가 노출되었으니 카드번호를 바꾸기 위해 ..

맹물생각 2023.03.06

말과 글, 어느게 더 무서울까?

나는 단연코 글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말은 듣고 흘러버릴 수 있지만 글은 두고두고 기록으로 남는다. 물론 말도 녹음이란 게 있어서 기록할 수 있지만 그냥 일상에서 쉽게 오고가는 말은 대체로 기록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증발한다. 누군가 들은 사람의 기억속에 남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도 흐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글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글은 기록, 흔적을 남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좋은 글이야 얼마든지 기록되고 복붙으로 전파될수록 좋은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다르다. 두고두고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글을 쓴 사람에게도 글 속의 대상자에게도. 때로는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 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글은 더 신중해야 한다. 나는 매일 매일 짧게라도 한편씩 블로그에 글을 쓸려고 애를..

맹물생각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