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뜨개는 사랑입니다

맹물J 2023. 1. 30. 23:54

초등 5학년 딸램은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온라인 누리교실을 열심히 검색한다.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전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개설하는 100가지가 넘는 강의 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맘껏 들을 수 있다. 딸램이 선택한 것은 뜨개질과 오일파스텔 수업이다. 평소에도 수차례 뜨개질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귀찮다는 이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귀담아 들질 못했다. 결국 스스로 찾아내서 꼭 하겠단다. 감사하게도 수강신청한 과목은 재료까지 선생님이 택배로 보내주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료를 전달받아 뜨개질 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라인으로 뜨개질 수업.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신다. 왕초보인 주제에 첫수업을 놓치고 두번째 시간부터 참석한 딸램은 아니나 다를까 헤매고 있다. 답답하신 선생님은 혼잣말처럼 작게 말씀하신다.

"옆에 있으면 바로 가르쳐줄 텐데..."

결국 딸램은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하기로 했다. 이래저래 시도를 하던 딸램이 SOS를 친다. 

 

그런 딸램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레트로 감성이 되살아난다. 그때도 국민학교 고학년때 였을까? 나는 언니들이 두명이나 있어서 언니들이 뜨개질을 할 때 옆에서 함께 배웠다. 참 재미나게 열심히 그러나 조악하기 그지없는 목도리를 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엄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나는 왜 잘 안돼?"

"어느 부분이 안되는데?"

함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뜨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해본다. 역시나 그때처럼 재밌다. 잘 안된다는 부분을 몇번 시범보여 주고, 딸램이 직접 뜰 수 있도록 했다. 며칠을 떴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오늘은 딸램이 나가고 없는 집, 거실 한켠에 겨우 2~3줄 떠놓은 목도리가 보인다. 좀 넉넉하게 떠놓고 놀래킬 생각에 제법 길게 떴다. 그런데 실수로 한코를 놓치고나니 복구가 되지 않는다. 

 

저녁식사후 딸램이 하는 것을 떠줄게 아니라 각자 따로 뜨기로 했다. 딸램은 외할머니께 주문을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설날에 친정에 가서 채언이가 뜨개질을 배우게 되었다니 즉석에서 바로 부탁을 하신 것이다. 나는 회색실을 골라 이 컬러가 잘 어울릴 사람을 생각하며 완성할 마음을 먹는다. 

 

뭐든 만들기를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딸램이다. 이제 겨우 코를 잡고 있으면서 나눠줄 사람 명단으로 이미 탑을 쌓았다. 그렇다. 손보다 마음이 앞서는 딸램처럼 뜨개질을 하면 뜨서 내가 가져야지라는 생각보다 누구한테 떠줄까가 먼저 떠오른다. 뜨개질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 불러본다. 이 참에 꼭 완성해서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지.

"뜨개질은 사랑입니다."

 

#뜨개질

#목도리

#뜨개는사랑

#변형고무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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