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하루 루틴

새벽 4시 50분이면 눈을 뜬다. 저절로 뜨는 건 아니고 휴대폰 알람이 깨운다. 이라는 이름으로 부산큰솔나비 선배님들과 함께 아침을 연지가 벌써 20개월째다. 뭔가 계획성있는 규칙적인 삶이 건강에도 일의 능률면에서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 정인구선배님께서 제안을 했을 때 선뜻 동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달간은 참말 쉽지 않았다. 억지로 눈꺼풀을 올려보지만 속에서는 엄청난 번뇌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지금은 참말 양반이 되었다. 적어도 알람 소리를 못듣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고, 취침시간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긴해도 처음만큼 힘들지는 않다. 아특아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 시간 뭘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 물론 친절한 정인구선배님께서 아주 구체적으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기에 따라할 수 있었다. 그..

맹물생각 2023.06.24

인연

지난 주에 간만에 춘해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늘 형부가 일정이 있어 저녁시간에 여유가 생겼단다. 야호! 언제나 만나면 맛난 밥과 커피가 맛있는 카페까지 데려가주는 참 좋은 언니! 나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띠를 되감고도 자해술 3띠를 되짚어야 하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만큼 젊은 감성을 지닌 언니다. 오늘도 '보울스'라는 밥집을 안내해준다. 언니와 나는 취향이 비슷한 면이 많다. 그 중에도 특히나 닮은 점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언니가 추천하는 곳은 무조건 믿어도 된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흠이지 퀄리티는 확실하다. 그런데 보울스는 우리가 지향하는 건강한 식재료에 가성비까지 있다. 서면 핫플레이스답게 젊은이들이 선호할 분위기다. 속 편하고, 혈당 스파이크 걱정 없고, 간편하고,..

맹물생각 2023.06.23

한때

모든 것이 한때다. 꽃봉오리가 피어나기 직전처럼 10대의 뽀송뽀송, 촉촉함과 탱글탱글함을 담은 푸릇푸릇함도 한때이고, 봉오리에서 살짝 피어난 장미처럼 타고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성숙미와 젊음이 한창 피어나는 20대도 한때다. 그 후 만개한 꽃이 시들어 지고,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흙으로 돌아가 다시 꽃으로 환생한다고 보면 무한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아야할지도 모르겠다. 태어나 10대가 되기전에는 기억도 온전치 않지만 드문 드문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합해보면 그저 본능에 가깝게 산 시기였던 것같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내가 먹고 싶었고, 좋은 것은 내가 갖고 싶었다. 어른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에 대체로 부모님, 선생님 말씀을 잘따르는 착한 아이였다. 칭찬을 듣기 위해 쑥을 캐서 이웃..

맹물생각 2023.06.21

습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에 하나가 습관이다. 나의 무의식적인 습관 중에는 차 키와 최애 펜을 사용하고나면 늘 들고 다니는 가방의 가운데 지퍼가 있는 칸에 넣는 것이다. 책상 위에 책과 다이어리, 펜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채로 갑자기 나갈 일이 생기면 허겁지겁 챙겨넣게 된다. 급히 나와서 엘리베이트를 기다리면서 차키와 펜을 확인해보면 백퍼는 아니라도 대체로 가방에 잘 들어 있다. 가끔은 펜을 가방에 집어 넣는 습관때문에 남의 펜까지 들어있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오늘은 식탁 위에 메모를 하다가 펜을 올려두고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식사 후 딸램이 꼭 보고싶어하던 영화를 네플릭스로 보면서 멋진 대사를 발견했다. 급히 식탁 한 켠으로 밀어둔 펜을 가져와 메모를 했다. 그리고 다시 식탁에서 딸램과 수학 공..

맹물생각 2023.06.19

방토야 방토야

딸램이 학교에서 씨앗을 3개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 방울토마토 씨앗을 5개씩 받아 심었단다. 남은 것을 친구들이 버리려해서 아까워서 챙겨왔다고 한다. 외할머니댁에서 담아 온 흙을 빈 화분에 담고 그 작은 씨앗을 묻어뒀다. 2주일 정도 지났을까 정말 신기하게도 작은 싹이 보인다. 3개가 모두 싹이 났으니 성공확률 100%다. 너무도 약하디 약해서 저것이 어떻게 자라서 방울토마토를 맺을까 믿음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 깨알 같은 작고 까만 씨앗에서 파릇파릇 싹이 돋는 것 또한 보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운 모습이고 보면 자연의 신비를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재단해서는 안되겠다. 그러고 또 한달쯤 지나고나니 눈에 띄게 자랐다. 싹이 날지 말지, 나더라도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작은 화분에서 시작한 것이..

맹물생각 2023.06.14

공짜!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들은 대부분 공짜다. 신선한 공기가 그렇고 맑은 강물이 그렇고 따뜻한 햇살이 그렇다. 물과 공기, 햇살의 하모니로 빚어진 들판의 풀꽃들과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렇다. 아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분들도 있겠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누구나 누릴 수 있던 공짜들을 이제는 돈을 지불해야만 가능하도록 만들어 버렸다.수시로 날아드는 미세먼지 때문에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가 필요하고, 수돗물이 불안해 물도 사서 먹어야 한다. 오존층이 얇아진 탓일까? 요즘은 햇살이 더 강해져서 맨살을 바로 드러낼 수 없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는 외출도 힘들다. 그래도 우리 부부같이 땅을 밟는 게 좋고, 나무와 풀내음, 시원한 바람을 맡아야 행복해지는 소박한 분들이라면 아직..

맹물생각 2023.06.13

글쓰기

글쓰기! 매일 쓰는 게 쉬울까? 드문 드문 3~4일에 한번씩 쓰는 게 쉬울까? 나는 단연코 '매일 쓰는 게 쉽다'에 강력한 한 표를 던진다. 매일 2시간씩 2년 동안 책읽기과 글쓰기를 하겠다는 22전략을 선언하고 오늘이 227일째다. 100여일 넘게 매일 매일 잘 진행해오다 근래에는 며칠에 한번씩 글을 올렸다. 그러다 이런 저런 일을 핑계로 하루 이틀씩 미루기 시작한 것이 자그마치 보름을 지나고 있다. 글을 쓰는 시간을 아껴서 그만큼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하던 일도 더 잘 되었냐? 맹세코 아니다. 마음은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고 뒤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와 같고, 하루 하루 고무 풍선에서 알게 모르게 미세한 바람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랄까? 오늘은 웬 종일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잠을 덜 자서 그런..

맹물생각 2023.06.10

장미와 그대

참 좋다. 이보다 더 좋은 카페가 있을까? 어느 때든 2~3시간 짬이 나면 조용한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노트에 긁적긁적, 아니면 휴대용 키보드 두들기기를 좋아하는 나! 내가 카페에서 지불하는 돈은 엄밀하게 말하면 커피값이 아니라 자리값이다. 간만에 몸도 마음도 여유로운 오늘! 마침 남편은 아침에 퇴근을 했다. "우리 황산공원에 갈까요?" "응, 좋지." 아침에 퇴근한 남편은 좀 쉬어야 하지만 공원에서 쉬면 된다고 한다. 우리집 근처 드넓은 황산공원은 우리가 지금의 집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차로 5분이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 계절마다 아니 시시때때로 올 때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두어달 전에는 벚꽃이 만발하다가 벚꽃이 절정을 지나니 튤립이 수줍은 듯 봉우리를 피운다. 곧이어 화창..

맹물생각 2023.05.24

효도 쿠폰

어제는 5월 8일! 유치원생부터 90, 100세 어른까지 다 아는 어버이날이다. 친정에는 작지만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을 챙겨 다녀왔고, 시댁에는 아버님 생신도 있어서 13일 아가씨네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 5월이면 으례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내가 챙겨야 하는 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딸램이 불쑥 내미는 카네이션카드!직접 손수 만든 카드다. "항상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커피(음료) 타드리기! 3회, 안마하기 3회, 방정리 3회, 거실책상정리 3회"쿠폰이다. 인심좋은 딸램답게 '효도쿠폰' 뽑기를 하나 더 내민다. "천원에서 만원까지" "심부름부터 청소까지" "꽝 없는 뽑기" 아빠, 엄마가 가위바위보를 하게 하고, 엄마가 이겼다고 먼저 3개를 뽑으란다. 처음으로 뽑은 것이 '..

맹물생각 2023.05.10

일관성

일관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방법이나 태도 따위가 한결 같은 성질'이라고 한다. 보도 새퍼의 '돈'이라는 책을 보면서 우연히 발견한 일관성에 관한 단락이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게 하고, 나의 눈을 고정시킨다. 모하메드 간디가 한 말씀이란다. "일관성은 절대적 덕목이 아니다. 오늘 내가 어제와 다른 통찰을 했다면 오히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면 과거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어지겠지만, 진리에 대해서는 더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일관성이란 자기가 인식한 진리를 따르는 것으로 지켜진다" '옳거니 그렇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말이다. 나의 고정관념에 일관성이란 긍정과 부정, 이분법으로 나누었을 때 절대적으로 긍정에 쏠린 단어다. 일관된 행동, 일관성이 있는 한결같은 사람! 얼..

맹물생각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