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이 며칠 전부터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 보러가자 했지만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족 행사가 있고, 평일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딸바보인 아빠는 달랐다. 오늘은 독서모임이 2개나 있는데다 자잘한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재해 있어 바쁘다.
'영화 보러 가기로 했는데 빨리 안오요?'
일주일치 장을 보는 중인데 남편의 카톡이 왔다. 이렇게 마음을 냈는데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 다행히 냉장고에 어제밤 우려둔 멸치육수와 도토리묵이 있다. 얼렁 묵사발을 만들어 먹고, 10분거리의 메가박스로 직행했다.
영화관에서 한번도 팝콘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딸램을 위해 작은 팝콘도 하나 샀다. 평소에는 집에서 팝콘콩으로 직접 튀겨서 소금만 뿌리고, 음료와 함께 영화관에 들고 간다. 왠지 영화관 팝콘은 미덥지 않아서다. 극장에서 이웃이자 딸램의 반친구인 가족도 만났다.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이 영화가 핫이슈인 모양이다.
주인공인 스즈메와 다카상이 재앙(지진)을 암시하는 신호가 올 때마다 근처 뒷문을 닫으러 다닌다. 그 문을닫으면 재앙이 깜쪽같이 사라진다. 한 곳을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지역에서 재앙신호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마음을 많이 졸였다. 이렇게 일본열도에 자꾸 지진이 발생하는 애니메이션이 영 탐탁치 않았다. 이런 재앙 영화가 자꾸 만들어지면 실제로도 유사한 사건들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거라는 믿음을 나도 모르게 갖게 되어버렸다.
다행히 결말로 갈 수록 위기에 처했던 다카상도 살아나고, 스즈메도 고향으로 가서 엄마를 잃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 위로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한 마디로 평하자면 재밌다. 그리고, 대사가 간단하고 쉬워서 일본어 입문자 공부용으로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은 재미와 어학공부용으로 좋다는 생각에 작품 하나를 더한 딱 그만큼이다.
#스즈메의문단속 #일본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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