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6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요즘같이 글쓰기가 많이 필요한 시대도 없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 때부터 일기나 독후감 쓰기를 숙제로 받을 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는 '글쓰기'라고도 하지 않고 '글짓기'라고 했다. '글짓기'라는 말부터가 부담이다. 왠지 자연스러움보다는 뭔가 억지로 아름답게 지어내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그래서인지 글짓기는 숙제할 때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다. 사실 50대인 내가 초. 중. 고등학생 때는 그 외에 글을 쓸 일이 별로 없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친구들과 가벼운 메시지나 카톡을 주고받는 것부터 주문한 물건이 제 때 배송되지 않을 때,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반품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등 매사에 나의 의사 표현을 온라인에 메시지로 남기게 된다. 온라인으로 선물을..

맹물생각 2024.10.07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가족들과 때로는 독서모임 멤버들과 한 적한 시골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곧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 제법 경치가 좋은 곳이다 싶으면 의례히 근사한 카페가 턱 하니 버티고 있다. 일부러 목적지를 소문난 카페로 정하고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는 북적북적 밀려드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자리가 모자랄 때도 허다하다. 그러나 평일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큰 카페에 우리 부부만 있을 때도 있고, 드문드문 앉은자리보다 빈자리가 훨씬 많을 때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에는 이런 말들이 많다. "이렇게 장사하면 적자가 아닐까?" "이 넓은 땅은 자기 것이라 하더라도, 건축비, 인테리어, 인건비, 유지관리비 만만찮을 텐데 커피 몇잔을 팔아야 될까?" "이런 돈으로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면 훨 낫지 않을..

맹물생각 2024.10.05

도구의 인간

인간을 왜 도구의 인간이라 하는지 알겠다. 며칠 전 주문한 노트북이 도착했다. 휴대폰과 휴대용 키보드로 블로그에 글도 쓰고, 네이버 메모장에 메모도 하고, 유튜브 시청, 쇼핑 등 온갖 것들을 하고 있었다. 엄지 2개로 타이핑을 하다가 피스넷 키보드가 생겼을 때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어디서든 테이블만 있으면 펼치고 타이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그마한 것이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그렇게 아끼던 키보드가 한 달 전쯤 이상이 생겼다. 엔터키와 shift키가 세차게 내리치듯 두드려야 겨우 먹히는 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물질이 낀 것인가 싶어 구석구석 닦아도 보았다. 한 지인이 "키보드는 한 키씩 분리해서 닦아 내기도 하잖아요."라고 한다. 그 말에 일반 PC 키보드처럼 그럴 줄 알고 살짝 떼어보았다..

맹물생각 2024.03.09

알뜰폰 셀프 개통

최근 온 가족의 통신비 다운사이징에 돌입했다. 어머님댁와 우리 집 와이파이와 인터넷, 어머님, 아버님, 가장과 나, 딸램 5명의 휴대폰 비용을 다 합치니 13만 원 정도가 매달 지출되고 있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주 한결같은 SK 충성고객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혜택은 결합할인이라 하여 인터넷 하나를 공짜로 하나는 일부 할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MZ세대들은 알뜰폰을 이용해서 통신비 0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몇 차례 들었다. 조카는 통신비에 몇 만 원씩 내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호구들이라는 것이다. 알뜰폰은 왠지 가끔 통신장애도 생길 것 같고 불완전 제품이라 아이들이나 시니어들에게나 맞는 상품이란 고정관념이 있었다.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몇 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니 ..

맹물생각 2024.03.08

왜 글을 쓰려하는가

매일매일 올라오는 준이선배님의 글에서 '나는 왜 글을 쓰려하는가?'라는 질문을 만난다. "기분이 좋잖아요?" 라는 답이 절로 나온다. 그래, 글을 쓰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흔히 글쓰기를 배설에 비유한다.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배설의 기쁨, 그 쾌감을 알지 않는가. 특히 꽉 막힌 심한 변비를 앓다가 한 번에 쏟아내는 후련함.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변의를 살짝 느꼈을 때 변기에 앉음과 동시에 부드럽게 빠져나올 때의 그 쾌감이란. 좌식 변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살짝 고개 숙여 배설물을 바라봤을 때 그 빛깔이 황금색에 적당한 굵기라면. 괜히 뿌듯함마저 느낀다. 글감을 하나 정했을 뿐인데 마치 물 흐르듯 쉽게 떠오르는 생각들. 받아 적기만 했는데 꽤나 마음에 드는 글이 완성된 것처럼 말이..

맹물생각 2024.03.07

인생삼무(人生三無)

인생에는 3가지가 없다. 첫째 정답, 둘째 공짜, 셋째 비밀이다. 독서모임에서 준이선배님이 곧잘 하시는 말씀이라 귀담아듣고 깊이 수긍했던 말이다. 진즉에 인생에 정답이 없는 줄 알았더라면 훨씬 더 일찍 삶에 자유로움을 찾았을 것이다. 어린 마음에 지혜가 한없이 부족했던 나는 진심으로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정답은 있는데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구나. 내 주변 어른들도 내게 직접 알려준 바 없으니 그들도 아직 모르거나 간절히 답을 구하지 않아서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깊이 고민하면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면 우연히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책 속에 있을까? 종교 안에 있을까? 그래 한 때는 종교 비스무리 한 곳에도 있는 것 같았고, 읽은 많지 않은 책 속에도 얼핏 보이는..

맹물생각 2024.03.06

삶이란

산다는 것은 산들산들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한 여름 더운 바람에 손부채를 들고 걷는 것이며 살아낸다는 것은 살을 에이는 세찬 바람에도 옷깃을 단단히 여미며 걷는 것이다. 초딩딸이 산다는 것은 소고기떡국을 먹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떡국에 든 총총 썬 파를 먹는 것이고 살아낸다는 것은 떡국에 든 손가락 한마디 만한 파를 함께 먹는 것이다. 우리 집 가장에게 산다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따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고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딸바보 짓을 하는 것이고 자나 깨나 아들바보 어머님의 정성 가득 밥상을 받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으실으실 춥고 고뿔에 걸려도 야간 근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며 살아낸다는 것은 연로하시..

맹물생각 2024.03.04

나눔의 자세

5월경 이사 계획이 있다. 세 식구 살림살이를 둘러보니 반드시 버려야 할 것, 철 지난 것, 꼭 필요하지 않으나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선 딸램 방부터 둘러본다. 이사할 때나 쓰는 큰 봉투가 넘치도록 모아둔 인형들, 책들(why, 솔루토이 등), 패딩, 코트, 에어보드, 권투 글러브 등등. 정리해야 할 것들이 끝없이 나온다. 무료 나눔을 하면 인형들이 아무한테나 가서 방치될 수 있으니 적은 금액이라도 받고 팔았으면 좋겠단다. 그래야 가져간 인형들이 소중하게 다뤄질 거라는 딸램의 야무진 생각이다. 겸사겸사 본인 용돈도 생기니 일석이조. 나름 논리는 타당했으나 이런저런 번거로운 일들을 생각하니 나눔이 편할 것 같았다. 우선 울 아파트 게시판에 무료 나눔을 올렸더니 바로바로 ..

맹물생각 2024.02.0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

루이스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생뚱맞은 말부터, 한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 같거나 비슷한 발음이지만 다른 단어를 혼용해 쓰는 경우들이 많다. 이게 뭐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한참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너무 빈번한 말장난에 살짝 짜증스러워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이런 언어의 유희가 재미나기도 하다. 옮긴 이의 친절한 각주가 없었다면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 상황마다 불쑥불쑥 떠오른 생각들을 다 표현했더라면 이와 비슷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충분히 이해도 된다. 물론 여기서는 단순히 어린아이의 말장난을 넘어선 부분들도 많지만 말이다. 책에서 언급된 언어유희들을 샅샅이 찾아 기록해 본다. p.22 "내가 지구를 뚫고 나가고 ..

맹물생각 2024.02.03

극단(치우침)

명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참으로 감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이렇게 문자로 절묘하게 표현을 했을까? 말하자면 자연은 아날로그이고, 문자는 디지털이다. 분명 갭이 생길 것인데 그 갭을 최소화하려는 장치가 곳곳에 보인다. 뭔가 빈틈없이 아귀가 딱딱 맞다. 반평생을 이런 대단한 이치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것이 아깝다. 최근 들어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깨닫는 부분들이 많다. 삶의 의문이나 궁금증을 책에서 찾으려 매진했다면 많은 부분이 진즉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을 방황했다. 내 머릿속에 든 얄팍한 지식 정보의 한계 안에서 고민해 본들 제대로 된 현명한 답을 찾았을 리 만무하다. "딸아, 인생의 답은 책이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너무 늦게 알게 되었음을 한탄할라..

맹물생각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