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이런 사람이고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 남이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허리를 곧게 펴고 책을 읽고 싶다. 밤 10시에 자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사람이고 싶다. 혼자 있을 때는 좋은 음식만 입에 넣는 사람이고 싶다. 다 함께 있을 때는 가리지 않고 맛나게 먹는 사람이고 싶다. 매일 1편 이상의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매일 10분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사람이고 싶다. 무리하게 잠을 줄여가며 뭔가에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편리를 위해 남의 불편을 모른 체 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누가 내 차를 긁어도 너그럽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최소한 이 참에 원래 있는 상처까지 엎어서 수리하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삶에 필요한 이상의 돈은 욕심내지 않는 사..

맹물생각 2024.01.27

산다는 것 [박경리]

한근태 작가가 낭송하는 박경리선생님의 이라는 시를 들었다. 시를 읊조리기 전 작가는 말한다. "잘 산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은요. 생긴 대로 사는 것. 이것이 잘 사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늘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죠." 산다는 것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더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맹물생각 2024.01.25

황산공원으로 오세요

점심으로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딸램! 표고버섯 우린 물에 감칠맛 도는 단맛을 위해 양파를 총총 썰어 넣고, 멸치가루도 투척!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조청을 적당량 넣고 빠글빠글 끓인다. 떡볶이떡 대신 냉동실에서 꺼내 불려둔 떡국떡과 어묵을 넣고 끓이면 끝이다. 아 마지막으로 내일이면 골로 갈 것 같은 쪽파와 깻잎 숭숭 썰어서 넣어줬다. 그릇에 담아서 통깨와 삶은 계란으로 마무리한다. 각자 앞접시를 놓고 매워 매워하면서 간단히 점심은 해결된다. 식후 언제나 빠지지 않는 과일, 사과와 단감으로 입가심까지 해야 진정한 식사의 끝이다. 디저트로 먹는 과일을 언제쯤 끊을 수 있을까! 가능은 한 걸까? 후다닥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딸램은 친구 만나러 가고, 가장과 나는 식후에는 산책이라며 황산공원으로 나섰다. ..

맹물생각 2023.10.21

엘리멘탈

몇 달 전 딸램이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친구들이 봤는데 너무 재밌다고. 6년 전 부산에서 양산으로 이사를 와서도 하나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영화 보러도 부산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메가박스는 좌석도 얼마나 편안하고 쾌적한지. 부산 가야동에 살 때보다 오히려 더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사실 굳이 더 찾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딸램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은 참말 상큼하고 신선했다. 사랑이야기이긴 하지만 부녀지간의 끈끈한 정을 담기도 해서 가장도 함께 보러 가지 못했던 게 참 아쉬웠던 영화다. 한 달 전쯤 딸램의 영어공부를 돕기 위해 영화나 미드를 골라 반복해서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램은 이면 무한반복할 수 있겠..

맹물생각 2023.10.20

진정서

최근 직접 경험한 일이다. 3개월 전 부산 북구에 위치한 모수학원에 파트타임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2달 수습 후 다시 임금 조정을 하면서 원장님의 제안과 나의 기대가 너무 큰 갭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관계임을 알고 새로운 강사를 구할 때까지 한 달을 더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 불편한 한 달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필요하면 더 일찍 출근하는 불편함도 감수하며 보강도 마다하지 않았다. 추석연휴가 지난 후 통장에 급여 입금 알림메세지가 왔다. 그 내용을 확인 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원장님이 실수하셨나?' 이런 실수를 하실 분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아둔한 머리로 아무리 굴려봐도 당최 이해가 안 되는 금액이다. 당연히 많아서가 아니라 터..

맹물생각 2023.10.10

하모회

아침 6시 기상이다. 다른 날 같으면 5시 10분 전 알람이 울린다. 2년 가까이 새벽루틴이 되고 있는 아특아(아주특별한아침)가 쉬는 날이다. 아침 7시 독서모임이 있는 한 달 두 번 쉬는 토요일이 오늘이다. 참 아쉽게도 참석을 못하고 미리 예정된 큰 아버님 생신 축하 모임에 가기로 했다. 큰아버님과 시부모님, 우리 가족, 우리 집 가장의 사촌이자 큰아버님의 막내아들 가족과 함께 하는 자리다. 아버님과 큰아버님은 고성 바닷가 분들이라 바다 생물들을 무척 좋아하신다. 아버님 생신은 5월에 마산 유명 횟집에서, 8월 생신이신 큰아버님은 미리 당겨서 7월인 오늘 축하해드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성 하모회가 8월보다는 7월이 맛있어서다. 회 얘기만 나오면 고성 하모회를 침 튀기며 얘기하는 가장의 소원이 ..

맹물생각 2023.07.17

딸은 성장 중

채언이가 반친구들과 마니토 놀이를 한다. '친구사랑 주간'이라고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거란다. 월요일에 마니또를 정했다. 비밀이지만 엄마는 반친구들에게 알릴 일이 없으니 살짝 얘기해 준다. 예전에 우리 집에도 놀러 왔었던 남자아이다. "안녕하세요. 채언이의 믿음직한 친구 ~~~ 입니다."라고 외치며 존재감 있게 인사를 했던 아이. 마니또를 정하고 이튿날 화요일부터 수, 목, 금 차례로 점증효과를 이용해서 점점 큰 선물을 주겠단다. 친구들이 오지 않는 이른 시간에 등교를 해서 몰래 사물함에 넣겠다며 나선 화요일.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채언아,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으응.. 방송부 일 때문에... " 친구들 마음도 다 비슷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체육시간을 틈타 성공했다고 한다. 나갔다 들어오니..

맹물생각 2023.07.06

친구

반년 전 만났던 네 얼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에 안도도 잠시. 얼굴의 반이상을 마스크를 끼고 나타난 너. 멀리서 저건 뭔가? 저렇게 아줌마티를 내다니. 가까이서 반가운 인사 뒤로 뭔가 심상찮은 너의 낯빛. 속으로만 놀란다. 카페에서 커튼 같은 마스크를 벗고 어색한 표정으로 앉은 너. 놀라움 지수는 꼭대기를 향해 치닫는다. 대수롭지 않은 듯 화장품의 화학성분 탓이라고 둘러대는 너. 은혜도..... 나도..... 애써 캐묻지 않아도 불편한 답을 하지 않아도 어찌 모를까? 내 삶이 고달팠노라 하소연했던 것은 애교로 비칠 터.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너의 정신 승리에 몸은 승리하지 못했구나! 아사히와 칭다오를 홀짝이며 두통을 참아가며 얘기를 나눴지. "이제는 나를 챙겨야 할까부다." 욕지거..

맹물생각 2023.07.03

냉장고 소음이 심할 때

새 냉장고를 구입하면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10년이 넘어가면 교체 시기가 다가오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나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해주려는 듯이 작년에 냉동실 쪽에서 물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쉬운대로 수건을 받쳐놓고 사용했지요. 냉동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2010년 1월부터 사용했으니 만 13년이 채 못된 시점이네요. 그렇게 한달 정도를 사용하니 점점 새는 물양이 늘어나서 안되겠다 싶을 쯤 우리집 맥가이버께서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냉동실에 있는 배수구가 얼어서 물길이 막혀서 그렇다네요. 모르긴해도 유튜브박사님의 조언을 들었겠지요. 둘이서 작정을 하고 냉동실을 꽉 메운, 먹을 것인지 못먹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음식들을 모조리 꺼냈습니다. 그리고 맥가이버는 드라이버로 냉동..

맹물생각 2023.07.01

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

'뭔가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둬라.'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 메모만 해놓고 출처가 없다. 조한경님의 블로그에서 봤던가? 어쨌거나 맞는 말이다 싶어 적어뒀다. 불법은 아닌 것같은데 투명하게 공개석상에서 말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명백히 불법은 아닌데 내가 주도하지는 못할 일이고 저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제안 말이다. 아니다 싶으면 단호하게 'No!' 한 마디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망설이며 갈등하는 이유는? 공짜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만 가슴 깊이 새기고 있어도 뒤통수를 얻어맞는 경험은 없을 것이다. 모르긴해도 임창정이 연류된 주식 사건도 동참한 사람들이 '뭔가 아니다' 싶은 느낌을 다들 받았겠지만 무시했을 것이다. 잔머리 좋은 것들이 땀흘리지..

맹물생각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