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통도사

맹물J 2023. 3. 11. 22:46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데이트 시간이 생겼다. 언제나 딸램이 끼어있어 둘만 있는 시간을 갖기 힘들다. 딸램은 걸어갈 때도 어딘가에 앉을 때도 꼭 엄마와 아빠 사이를 고집한다. 그러니 남편과 팔짱을 끼고 걷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동행할 수 없단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쾌재를 부르며 "그럼 그렇게 해." 말했다.

함께 일하는, 불교를 오랜 세월 공부해오신 선생님이 통도사를 극찬하시고, 그 옆에 선생님은 통도사 근처 소박한 맛집 달맞이꽃분식을 소개해주셨다. 통도사는 우리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맘만 먹으면 매일 갈 수도 있는 곳.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라는데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곳이다. 이 참에 목적지는 자연스레 통도사로 정해졌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차를 타고 안에까지 들어가서  무풍한송로 산책의 묘미를 느껴보지 못했다. 오늘은 입구에 주차를 하고 걷기로 했다. 들어서고보니 30대에 단짝 친구와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때는 주말을 이용해서 큰맘 먹고 큰 사찰을 방문한다는 의미를 갖고 왔던 곳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동네 마실 느낌으로 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양산 시민이라는 이유로 입장료도 없다. 내년에 이사를 하면 10분거리 밖에 되지 않으니 정말 자주 오게 될 듯하다. 매주 와도 너무 좋을 곳. 편안하고 아늑하고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 소나무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단다. 양옆으로 소나무들이 긴터널을 만들어 놓고 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아쉬운 점은 오늘 양산은 미세먼지가 심각 수준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춤추듯 휘어지고 늘어진 소나무가지에서 내뿜는 향긋한 솔내음을 제대로 맡을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1km 남짓 걷다보면 하마비가 나온다. 아마도 그 옛날 말을 타고오다가도 여기서 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와야 했나보다.

무풍한송로를 쭉 따라 걸어오면 사찰이 나오고, 곳곳에 홍매화가 펴있다. 벌써 매화가 반쯤은 떨어졌다. 지고있는 홍매화를 배경으로 아쉬움을 담아 셀카도 찍어본다.


열매와는 사뭇 다른, 너무 나서지도 않고 한 귀퉁이 다소곳이 펴있는 산수유도 참 곱다.

경내를 돌다보니 공양실이 보이고 자연스레 우리의 발길도 그리로 향한다. 큰대접에 밥과 콩나물, 무생채에 고추장과 신김치, 또 다른 대접에는 김치국! 참 맛나다. 멸치 한마리 목욕하지 않은 국물이것만 장소가 달라서인지 꿀맛이다.

통도사 주변에는 20여개의 암자가 있다. 남편 말로는 암자라고 하지만 웬만한 절보다 크다고 한다. 다음에는 암자 순례도 해보자며 언제쯤 지켜질지 모를 약속도 한다.  

홍매화 꽃봉우리에 매료되어 남편이 찍은 사진! 요런 사진을 보면 자연이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가 새삼 느낀다.

공양을 마치고 다시 무풍한송로를 따라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5분 거리의 카페(마리에타)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못다한 얘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행복한 시간이다. 주말 오후인데도 너무 한적한 카페. 사장님은 아니겠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환경. 근데 커피값은 너무 숭악하다. 한잔 7000원. 시간 여유가 있어 오래 머물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

#통도사 #무풍한송로 #공양 #마리에타 #달맞이꽃분식은딸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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