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이 학교에서 씨앗을 3개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 방울토마토 씨앗을 5개씩 받아 심었단다. 남은 것을 친구들이 버리려해서 아까워서 챙겨왔다고 한다. 외할머니댁에서 담아 온 흙을 빈 화분에 담고 그 작은 씨앗을 묻어뒀다. 2주일 정도 지났을까 정말 신기하게도 작은 싹이 보인다. 3개가 모두 싹이 났으니 성공확률 100%다. 너무도 약하디 약해서 저것이 어떻게 자라서 방울토마토를 맺을까 믿음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 깨알 같은 작고 까만 씨앗에서 파릇파릇 싹이 돋는 것 또한 보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운 모습이고 보면 자연의 신비를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재단해서는 안되겠다.
그러고 또 한달쯤 지나고나니 눈에 띄게 자랐다. 싹이 날지 말지, 나더라도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작은 화분에서 시작한 것이 문제다.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딸램이 노래를 부른다. 이런 잔 손길이 귀찮아서 화분을 잘 키우지 못하는데 딸램의 집요한 요구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이소에서 흙을 더 사왔다. 선물을 받았다가 화초는 흙으로 돌아가고 덩그마니 남아 있는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제법 큰 화분에는 2개를, 중간 크기 화분에는 한개를 옮겨 심었다. 또 이것이 화근이다. 화분이 크다고 2개를 한 곳에 심었더니 한 녀석은 무럭무럭 정말 쭉쭉 위로 옆으로 뻗어 간다. 그 그늘에 앉은 작은 녀석은 그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 안쓰럽다. 생각 끝에 기발한 장소가 떠올랐다. 지인의 공방 '공드린' 마당이 딱이다. 모름지기 식물의 성장에는 기름진 땅과 햇볕, 바람, 물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인된 자, 지휘자의 의 정성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진 장소가 거기다. 인생사 새옹지마. 이를 때 쓰는 것인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된 자 먼저 된다. 말이 되거나 말거나 엇비슷하니 그렇다 치자.
몇 주를 벼르다 오늘 날을 잡았다. 그 핑계로 오랜만에 좋은 님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곳이라 아직 터를 잡지 못한 화초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주인장이 애써 심어놓은 꽃나무들. 그녀의 스타일과 예술적 감각을 알기에 저 화초들의 잠재성이 꽃피우는 날 얼마나 감탄하게 될지 기대된다. 그 멋진 곳에 한 자리를 떡하니 내어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이쁜 꽃 피우고, 초록, 빨강 열매로 보답할게요.' 방울토마토 모종만 비닐에 담아 갔는데 모종삽까지 갖추고 있는 주인장이라 고맙다. 게다가 땅을 파니 나뭇가지가 썪어 가고 지렁이가 2~3 마리 동시에 등장하시는 시꺼먼 흙이 참 영양 만점 밥상 같다. 가난한 부모가 인심좋은 부잣집에 입양보는 기분이 이럴까.
옮겨 심기를 마치고, 잘 자라주길 원하는 바라는 염원을 담아 마음속 의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실은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맛난 생선구이를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옮겨간 카페. 고양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양부대병원 맞은 편 카페인데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여러 카페를 다녀보지만 제공하는 음식에 정말 진심인 카페는 오랜만이다. 팥빙수가 걸작이다. 하얀 눈송이의 결이 다 살아있다. 팥도 주인장이 직접 만든 듯 시판되는 여느 것과는 풍미가 다르다. 아메리카노 커피마저 부드럽고 달다. 간판을 보고는 기대할 수 없는 맛이라 더 인상적이다. 길고양이를 거두어 키우는 주인장의 심성만 봐도 음식의 맛이 왜 남다른지 알겠다. 누구에게든 정성과 진심을 다하는 분이리라.
기분 좋은 티타임까지 마치고 울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 그녀에게 말한다.
"우리 애 잘 부탁해요. 가끔 사진도 보내주시구요."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니 안심이 된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내가 참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ps. 심어놓고 물을 듬뿍 주지 못한 것이 맘에 걸렸는데 이 시간 비님까지 와주시니 방토야!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녀석이구나~~ 열흘 뒤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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