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94

부를 부르는 팔찌

지난 독서모임에서 S선배의 뽀얀 손목에서 광을 내는 빨간 염주 팔찌! 너무 이쁘다고 칭찬을 했다. '저렇게 강렬한 색을 해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구나' 속으로 감탄을 했다. 그때 내 눈빛이 너무 강렬했던 걸까? 오늘 2주 만에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이렇게 얼굴을 보기만 해도 반갑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런데 불쑥 선물이라며 이쁜 비닐 쇼핑백을 내민다. "선배님, 이건 부를 부르는 팔찌예요. 수학공부방 대박 나실 거예요." '옴마나, 감동입니다.' 금속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웬만해선 액세서리를 잘하지 않는다. 어쩌다 하더라도 쇠붙이가 아닌 것을 어렵게 선택하게 된다. 내 마음을 너무 드러낸 것인지, S선배가 독심술이..

맹물생각 2024.11.16

DIARY of a Wimpy Kid

언젠가 하리라 마음만 먹던 영어 원서 읽기를 드디어 시작해보려 한다. 딸램의 영어 공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딸램의 눈높이에 맞춰서 하다 보니 내가 재미가 없고, 어설픈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딸램을 가르쳐 주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페이스로 내 공부를 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언젠가 딸램이 엄마의 공부 흔적이 궁금하면 이 블로그 글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본다.교재는 Jeff Kinney가 쓴 1권이다. 사실 나의 수준은 Wimpy가 주인공의 이름인 줄 알 정도의 실력이다. 'Wimpy Kid'가 말썽꾸러기란 사실을 방금 알았다. 말하자면 말썽꾸러기 사춘기 남자아이의 일기다. 물론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은 얘기한다. 이건 일기가 아니..

맹물생각 2024.11.14

낙서와 어슬렁거리기

아무거라도 손에 집히는 대로 빈 공간에 긁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쏙 드는 펜을 만나고부터는 손글씨 쓰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내용은 딱히 정해진 바가 없지만 그냥 써본다. 글씨 쓰는 느낌이 좋으니까. 하얀 바탕에 까만 손 글씨는 다 이뻐 보인다. 숫자나 도형을 그리면서 수학 문제를 풀어도 재밌고, 멋진 글귀라도 생각나면 더 좋다. 참으로 아쉬운 점은 휙휙 그은 선 몇 개만으로도 기똥차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도 있더구먼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는 것이 진심으로 아쉽다. 낙서는 요즘 내가 즐겨하는 어슬렁거리기와 닮았다. 낙서에 목적이 없듯이 어슬렁거림에도 목적이 없다. 그냥 걷는 게 좋아서 걸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밟아 본다. 여백에 낙서를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어슬렁 거리다 보면 평소에..

맹물생각 2024.11.13

버스 정류소 보일러

"우리 동네 참 좋아요." 가장의 출근길을 따라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다. 예전에는 무시로 집 근처를 산책하겠다고 가장을 따라나서본 적이 없다. 집만 나오면 사방팔방 차들이 쌩쌩 다니는 거리를 걷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이사 후 요즘은 매일 1시간 산책을 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지라 어느 때고 빈틈이 보이면 운동화를 꿰신는다. "커피 한잔 사서 한 모금 맛 보여줄게요." 가장의 별명은 '허니보이'다. 달지 않은 커피는 옆에 사람이 마시면 따라 마시는 정도라 애써 찾아 마시는 나와는 다르다. 둘이서 한잔이면 넉넉하다. 마침 버스 정류소 맞은편에 컴포즈커피가 생겨서 오며 가며 테이크아웃 하기 딱 좋다. 뜨아 한 잔을 받아 나오니 "그러면 내가 보일러를 떼 주겠소." "무슨 말?"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맹물생각 2024.11.12

붕어빵도 시스템화

오랜만에 딸램과 단 둘이 보내는 토요일. 오전에 딸램은 뮤지컬부 공연 연습차 학교로, 엄마는 보강 수업으로 각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식사도 각자 해결했다. 딸램은 학교에서 나눠준 샌드위치와 복숭아 아이스티, 나는 공부방 냉장고에 있는 사과와 하루 견과, 빈츠(과자)로 대신했다. 수업을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이들 선행 수업은 어떤 교재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도 해보고, 최근 흐트러진 하루 루틴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책 주문 등으로 시간을 보내니 뭔가 어수선함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딸램은 약속대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떠는 것인지 헛갈리지만 모른 척 믿어주는 것이 상책이다. 얼추 각자의 일이 끝날쯤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니 붕어빵을 사 먹으러 가자고 합의를 봤다. 나의 목적..

맹물생각 2024.11.10

돈.돈.돈!

3년 전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17개 경제선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가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순위가 가족이고 2순위가 직업이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고, 좋고 나쁨이 있겠냐만은 분명 우리나라가 좀 많이 특별해 보이긴 한다. 왜 우리만 특별한 선택을 한 걸까? 우리는 이제 갓 선진국에 진입을 했고,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인 반면에 다른 나라는 오래전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경제적 안정 위에 영위해 온 삶이 길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아직 먹기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고,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평상적인 수준의 의식주는 걱정 없는 ..

맹물생각 2024.11.08

상북 우리 동네

며칠 전, 비 오는 오후! 상북 도서관에 딸램이 읽고 싶어 하는 를 대출하러 간다. 차로 갈까 하다가 운동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 왕복 30분이라도 걸어야지 하는 맘으로 우산을 받쳐 쓰고 나섰다. 다행히 조용조용 내리는 비가 고맙다. 옷에 빗물이 튈 일은 없겠다. 길가 밭에는 온통 초록초록이다. 김장을 기다리는 알배기 배추, 무, 파, 깻잎 등. 올해는 배추가 흉년이라는데 이 밭 주인장은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유난히 길고 지리했던 열대야의 한 여름을 어떻게 넘겼길래 이리도 배추가 실한 지. 마당에 텃밭을 일구시는 엄마는 올해는 우리 배추로 김장을 못 담글 수도 있겠다 하셨는데. 너무 뜨겁고 메마른 날이 길어서 아무리 물을 주어도 금세 말라버린다고.(어제는 오랜만에 친정에 갔더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

맹물생각 2024.11.04

매일 글쓰기를 하는 이유

'신의 축복 글쓰기 21일 과정'을 함께 하는 멤버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티타임을 가졌다. 식사 때 너무 잼난 얘기들로 시간을 보낸 나머지 정작 할 얘기를 못했다며 바로 옆집 카페에 들어갔다. 어찌어찌 좁은 공간이지만 테이블을 붙이고 자리를 마련하여 12명이 앉았다. 돌아가며 얘기하는 중에 내 차례가 왔다. 딱히 준비된 멘트가 없었기에 걍 솔직히 말했다. "저는 사실 21일 1기 과정 마치고, 글쓰기 동력을 잃었어요. 바로 옆에 읽고 싶은 책을 쌓아두고, 한두 시간씩 힘든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이 말을 받아 여러 선배님들이 각자의 경험을 담아 말씀들을 해주신다. "책 읽기, 글쓰기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멀리 유럽까지 여행을 가서도 하나하나 기록에 남기고, 혼자 방에 있어도..

맹물생각 2024.11.02

기본 소득을 주는 세상이 온다면?

기본소득 이야기는 3~4년 전 떠들썩하게 회자되었던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끝없이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고, 여러 이유로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 기본 소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산, 소득, 노동 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거나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좌파, 우파, 현실 가능성 등등을 다 떠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는 앨런머스크, 빌게이츠, 저크버거 같은 과학기술 발달을 선두 하는 이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논의하는 바이기도 하다. AI, 로봇 같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노동시장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맹물생각 2024.10.31

산책 후 티타임

평일 오전 산책 후 티타임이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이사 후 만족감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다. 오전 9시 40분! 딸램은 학교에 가고, 설거지며 집안 정리를 대충 마무리하고 가장과 함께 집 근처를 산책한다. 오늘은 지난번과 다른 코스로 걸어서 30분 만에 리버(river) 뷰 같은 하천(stream) 뷰가 있는 카페 도착! 11시부터 오픈이란다.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다시 다른 길로 걸었다. 조금 돌아오니 '권달술의 조각마당'이 보인다. 10시부터 오픈이라니 들어가 본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마당을 멋지게 꾸며놓고 누구에게나 무료 오픈이다. 집 근처 지인이 찾아오면 식사 후 산책 코스로 찜해둔다. 걷는 길 좌우로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도 보이고, 콩밭도 보인다. 잘 손질된 작은 공원에는 맨발 걷기도..

맹물생각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