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냉장고를 구입하면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10년이 넘어가면 교체 시기가 다가오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나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해주려는 듯이 작년에 냉동실 쪽에서 물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쉬운대로 수건을 받쳐놓고 사용했지요. 냉동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2010년 1월부터 사용했으니 만 13년이 채 못된 시점이네요.
그렇게 한달 정도를 사용하니 점점 새는 물양이 늘어나서 안되겠다 싶을 쯤 우리집 맥가이버께서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냉동실에 있는 배수구가 얼어서 물길이 막혀서 그렇다네요. 모르긴해도 유튜브박사님의 조언을 들었겠지요. 둘이서 작정을 하고 냉동실을 꽉 메운, 먹을 것인지 못먹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음식들을 모조리 꺼냈습니다. 그리고 맥가이버는 드라이버로 냉동실 어딘가를 열었죠. 드라이어를 꽂고 뜨거운 열기로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20여분이 걸린 것 같아요. 다시 꺼낸 음식들을 모조리 집어넣고 가동 시작. 옴마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냉동실은 이상무. 그가 우리집 맥가이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쯤 됐을까요? 이제는 냉장실에서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나~ 없다~'는 식으로 조용해지고, 문만 닫으면 또 그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요. 때때로 아무 일 없는 듯이 조용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여지없이 또 그 소리가 귀를 자극합니다. 이 역시 인내의 한계에 다다를쯤 예의 그 맥가이버님께서 나서셨습니다.
이번에는 냉장실 음식을 가운데 부분만 들어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5군데 나사를 풀고 떼어내려고 했습니다. 그 뒤에 냉각팬 주변이 얼어서 그렇다네요. 그 얼음을 녹여 없애야 하니까요. 아무리 얼르고 달래고 해도 떼어지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도 불어줬지요. 결국 떼어내지 못하고 그냥 닫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정도 작업만으로도 소리가 안나는 겁니다.
머지 않아 알았지요. 너무 일찍 김치국물을 마셨다는 것을요. 소리는 나지 않는데 냉장실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던 거에요. 얼음이 꽉 차서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던 냉각팬이 더이상 돌지 못하니 모터도 멈춘 모양입니다. 유튜브박사님께서는 이럴 땐ㄴ 냉장고를 하루 정도 완전히 전원을 꺼두어 자연해동을 시켜야한다고 했거든요. 이 더위에 24시간 냉장고를 꺼둔다는 게 상상이 되십니까? 주부들에게 냉장고 정리는 언제나 무거운 숙제가 아닙니까? 정리하는 것도 버거운데 꽁꽁 언 녀석들을 다 녹이고 어찌하오리까? 엄두가 나지않아 며칠 전 일부만 들어내는 얄팍한 잔꾀를 생각해냈던 겁니다.
그러나 드디어 맞닥뜨린 숙명! 냉동실, 냉장실 음식을 모두 꺼냈습니다. 꺼내 놓으니 어찌 이 많은 것들이 저 네모박스 안에 다 들어 있었는지 신기하더라구요. 전 날 얼려둔 물병을 아이스박스에 넣고 냉동실 음식 중 살려야할 것을 이사시켰습니다. 다행히 빌트인 작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어 이래저래 옮길 공간들이 확보가 되더라구요. 아 음식을 다 꺼내야만했던 이유는 냉장고 코드가 냉장고 뒤 벽에 붙어있었기 때문이에요. 안에 든 짐을 들어내야 냉장고가 움직이겠더라구요. 집 지으신 분들이 코드 위치까지 섬세하게 고려치 않은 점이 참 야속하더이다. 약속이 있었던 맥가이버님께서 냉장고만 당겨주고 정리를 돕지 못하고 나가셨죠. 저는 주부인 죄로 대충 정리를 해두고 외출했습니다. 다음날 또 정리해 넣어야하니 마음이 많이 무거웠죠. 이것저것 할 일도 많은데.
몇 시간 뒤 돌아왔습니다. 런닝 차림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냉장고를 붙들고 있는 맥가이버님. 우렁각시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어요. 우렁각시가 몰래 집안일을 해두고 나무꾼이 오기 전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장면이라고 해야할까요? 내일까지 기다리면 더부살이 나간 음식들이 불쌍하다며 드라이어로 열을 가해서 얼음을 다 녹인 겁니다. 그렇게 일부 녹이고 나니 나사로 풀었던 그 판이 열리면서 저렇게 남아있는 얼음들이 보입니다. 마지막 한 점까지 모든 얼음을 제거하고, 지저분한 냉장고 구석구석까지 때를 닦아냈네요. 저는 요래저래 집나간 음식들을 정리해서 다시 제 자리를 찾아주었구요. 이틀 일거리가 반나절만에 끝이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지요. 지금은 물도 새지 않고, 냉장실도 빵빵하게 잘 돌아갑니다.
적고보니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았네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냉동실에서 물이 새거나 냉장실에서 소음이 크게 나고 냉장 기능이 잘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a/s를 불러야 겠지요. 아니면 새 냉장고를 들여야겠다 생각하실지도 모르죠. 그러나 as기사님이오셔도 맥가이버님이 하신 이상을 해주진 않는 모양입니다. 큰 고장이 아니라 불필요한 곳에 얼음이 얼어서 생긴 문제니까 그 얼음을 녹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거죠. 그 자세한 과정은 유튜브박사님께 물어 보시고, 손수 하시면 몇십만원 아낄 수 있습니다. 새 것으로 교체할 일은 더더욱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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