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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전암 점심 공양

지난 토요일 아침 7시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이 있었다. M선배님의 감사 나눔에서 노전암 점심 공양에 대해 듣고 꼭 가보리라 맘을 먹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가장에게 얘기했더니 이미 알고 있다. 내원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노전암 가는 길이 있단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내원사! 두 사람 주머니를 다 뒤져도 배춧잎 한 장이 없다. 가는 길에 ATM기를 거쳐 노원사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노전암 가는 길은 산행이 아니라 그저 눈에도 귀에도 다리에도 편안함과 휴식을 내어주는 산책길이다.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그 청명한 소리는 삿된 마음을 씻어내고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가다보면 한창 익어서 터진, 껍데기가 쩍쩍 벌어진 밤도 도토리도 밟힌다. 우리도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주워보려 ..

카테고리 없음 2024.10.11

인생 첫 쓴 맛

오늘 글을 올리지 못해 급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느새 방으로 따라 들어온 딸램. "엄마, 오늘 수학 수행평가 성적 나왔는데... J는 95점 받아서 100점이 되고, 나는 94점 받아서 95점이 됐어. 85점부터 94점까지는 95점이래." 그리고는 울먹울먹 하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슬프단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내 아이도 이제 인생에 쓴 맛이 있다는 걸 겪을 때가 되었구나.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딸램이었는데. 씁쓸함과 함께 어떤 말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하다. 이야기 끝에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들 세 명의 점수가 95, 96, 98점이란다. 참 슬플 만도 하겠고, 기분이 다운될 만도 하겠다. 그것도 명색이 엄마가 수학선생이라는데. 나 역시도 ..

맹물생각 2024.10.10

껍데기 잘 벗겨지는 계란 삶기

아침마다 세 식구가 한 개씩 먹는 계란. 그날 그날 입맛에 따라 삶거나 프라이 또는 스크램블을 한다. 그런데 가끔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다. 바쁜데 계란 껍데기가 잘 벗겨지지 않아서다. 억지로 벗겨낸 껍데기 덕분에 계란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고, 차마 사랑하는 식구들 접시에 놓기가 민망하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 때, 운이 좋은 날이면 천사 정인구 회장님이 손수 삶아오신 계란을 먹을 수 있다. 먹을 때마다 어찌나 껍데기가 홀라당 잘 벗겨지는지 참 신기했다. 얘기 중에 계란 삶는 전용 기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랬구나! 역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거였어.'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로망을 품고, 가급적 집안에 새로운 물건을 들이지 않을 것을 선언한지라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그래도 껍데기를 ..

맹물레시피 2024.10.09

키위는 천연 종합영양제

매일 아침 식사는 밥과 반찬이 아닌, 냉장고에 있는 갖은 야채나 과일, 견과류, 계란, 콩물을 주로 마신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 과일의 종류에 따라 그때 그때 조금씩 달라지긴 해도 계란, 콩물, 견과류는 필수템이다. 최근에 새로운 영양정보를 알고 붙박이 템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키위다. 어쩌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식이었는데 늘 먹던 영양제 비용을 줄이고 키위를 꼭 넣을 만큼 사랑스러운 녀석임을 이제야 알았다.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알려드리고 싶어 포스팅을 한다. 키위의 효능은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대한응급의사회 홍보이사 최석재 원장이 아주 설명을 잘 해주셔서 참고하여 적어본다. 키위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한 슈퍼푸드다. 특히 비타민C, E가 풍부해서 LDL콜레스테롤과..

건강 2024.10.08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요즘같이 글쓰기가 많이 필요한 시대도 없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 때부터 일기나 독후감 쓰기를 숙제로 받을 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는 '글쓰기'라고도 하지 않고 '글짓기'라고 했다. '글짓기'라는 말부터가 부담이다. 왠지 자연스러움보다는 뭔가 억지로 아름답게 지어내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그래서인지 글짓기는 숙제할 때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다. 사실 50대인 내가 초. 중. 고등학생 때는 그 외에 글을 쓸 일이 별로 없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친구들과 가벼운 메시지나 카톡을 주고받는 것부터 주문한 물건이 제 때 배송되지 않을 때,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반품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등 매사에 나의 의사 표현을 온라인에 메시지로 남기게 된다. 온라인으로 선물을..

맹물생각 2024.10.07

상북 산책길

가을이다. 아침을 먹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볕이 따가워도 가을볕인데 어떠랴. 주말 가장의 출타로 하루 종일 땅을 못 밟아본지라 지기가 고픈 날이다. 운동화를 단단히 동여 매고, 반바지에 민소매티, 얇은 카디건을 걸치니 초가을 느낌이 살짝 난다. 상북면으로 이사를 오고는 바로 땡여름이라 낮시간에 걷는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을에 취해볼 각오를 하고 나섰다. 그래도 아직은 내리쬐는 햇볕이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 아파트에서 나오면 처음에는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다행히 그 길이 길지 않고, 통행량도 많지 않아서 참을 만하다. 처음 와 본 길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가장의 안내를 따라 걷다 보니 정말 제대로 된 산책길이 나온다. 먼저 콩과 빨간 고추가 익어가는 논밭이 보인다. "..

여행 2024.10.06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가족들과 때로는 독서모임 멤버들과 한 적한 시골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곧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 제법 경치가 좋은 곳이다 싶으면 의례히 근사한 카페가 턱 하니 버티고 있다. 일부러 목적지를 소문난 카페로 정하고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는 북적북적 밀려드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자리가 모자랄 때도 허다하다. 그러나 평일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큰 카페에 우리 부부만 있을 때도 있고, 드문드문 앉은자리보다 빈자리가 훨씬 많을 때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에는 이런 말들이 많다. "이렇게 장사하면 적자가 아닐까?" "이 넓은 땅은 자기 것이라 하더라도, 건축비, 인테리어, 인건비, 유지관리비 만만찮을 텐데 커피 몇잔을 팔아야 될까?" "이런 돈으로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면 훨 낫지 않을..

맹물생각 2024.10.05

엘리야커피

10월 3일 개천절이다.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온다. 그런데 왜 개천(開天)이라 했을까? 좀 더 자세히 읽어보니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다.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인 상원 갑자년(上元甲子年: 서기전 2457년) 음력 10월 3일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성이 있다." 대한의 딸로서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의 의미를 잠시나마 새겨본다. 그리고는 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산책겸 커피 맛집을 찾아 30분을 걸었다. 동네 길도 익힐 겸 골목골목을 돌며 오다보니 집집마..

카테고리 없음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