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때로는 독서모임 멤버들과 한 적한 시골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곧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 제법 경치가 좋은 곳이다 싶으면 의례히 근사한 카페가 턱 하니 버티고 있다. 일부러 목적지를 소문난 카페로 정하고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는 북적북적 밀려드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자리가 모자랄 때도 허다하다. 그러나 평일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큰 카페에 우리 부부만 있을 때도 있고, 드문드문 앉은자리보다 빈자리가 훨씬 많을 때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에는 이런 말들이 많다.
"이렇게 장사하면 적자가 아닐까?"
"이 넓은 땅은 자기 것이라 하더라도, 건축비, 인테리어, 인건비, 유지관리비 만만찮을 텐데 커피 몇잔을 팔아야 될까?"
"이런 돈으로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면 훨 낫지 않을까?"
"돈 많은 사람들이 투자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참 이상하네."
"어쨌든 이 넓은 카페에 우리는 전세낸 것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니 좋네. 커피값 사악하지만."
등등.
닶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곤 했다.
그런데...
어제 표영호TV 영상 한편을 보고 우리의 의문은 모두 사라지고 "역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야."라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내용인즉슨, 수도권 주변 한적한 시골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그렇게나 많이 생기는 건 이유가 있단다. 나같이 뼛속까지 서민은 감히 상상하지도, 현실에 일어날 일은 더더욱 없는 일이다.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돈을 물려줄 때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절세수단이라는 것이다. 가령 20억짜리 건물을 물려주면 증여세가 6억이지만 빵카페를 법인으로 만들어 가업승계를 하면 증여세는 1억, 50억 짜리라면 증여세가 20억이지만 빵카페를 통한 편법으로는 4억이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액수를 증여한다면 훨씬 더 큰 혜택이 있는 것이다. 최대 600억 증여를 하면 증여세가 300억이지만 위의 방법으로는 60억이면 된다니 말문이 막힌다. 게다가 명의는 부모이름으로 자녀를 사장으로 고용해서 월급까지 주는 방식이면 절세효과는 더 좋다. 가게 오픈하고 파리만 날리고 있어도 손해 볼 일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더 추가되긴 하지만 아무튼 대형카페 커피값이 비싸다고 느끼면서 카페 주인을 걱정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임을 일깨워준다.
모든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이런 케이스는 아닐 수 있지만 많은 부분 그런 이유라고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정보 수준에서 이해가 안 될 뿐 모든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한 번 더 깨치는 시간이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거기에 그것이 있을 뿐이다. 오지랖 넓게 참견하거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아, 내 걱정이나 하자. 내 식구 걱정만 해도 벅차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자. 차원이 다른 사람의 사정은 내가 걱정할 일도 도울 일도 아닌 것을....
#대형베이커리카페 #증여세 #절세수단 #연예인걱정은그만 #내걱정 #베이커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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