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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똥, 밥

갓 태어난 100일 미만의 애기가 우는 이유는 뻔하다. 특별히 뭔가 병이 있는 게 아니라면 배가 고프거나 똥을 싸서 찝찝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잠 투정이다. 초보엄마는 이 뻔한 3가지를 제 때 파악하지 못해서 매번 아기를 울린다. 우는 아기를 안아서 우쭈쭈 달래며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한탄을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반복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올라오고, 몸은 지쳐 파김치가 된다. 사지 선다형도 아니고 삼지 선다형인데 그렇게 딱딱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헤맨다. 그러나 아이를 몇명씩 키워본 엄마들이나 할머니들은 딱 보면 척이다. '아이고 새댁아, 얼라가 지금 잠이 오네.' '어구 어구~ 이쁜 아가 왜 우나? 에구 배고 고프거만은.' 아가와 일심동체라도 된 것일까? 우는 모..

맹물생각 2023.02.28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법정스님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쏘다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2월은 좋은 달이다. 내게 참 소중한 두 분의 생일이 있는 달! 마침 날짜도 비슷해 맛난 밥이라도 함께 하자 했다. 같이 축하해주고 싶다는 새틋한 이쁜 그녀까..

맹물생각 2023.02.27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

며칠 전 독일에 유학중인 조카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외할머니,외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린다며 친정엘 들렀다. 큰언니는 정말 맛난 청도미나리 3단을 사왔다. 싱크대 앞에서 미나리를 씻는 언니, 그 옆에서 입으로만 일하던 나는 배수구망을 가리키며 언니에게 말한다. "언니야, 여기 바봐. 정말 깨끗하지?" "응, 엄마는 어째 이래 깨끗하게 씻으신데?" "소다를 넣어서 설겆이를 하신다네." "소다?" 김치를 썰고 계시던 엄마가 말씀하신다. "그래, 퐁퐁에 소다를 타 놓고 설겆이를 안하나." 몇주 전 너무 깨끗한 배수구망을 보고 깜짝 놀라 먼저 여쭈었었다. "엄마, 혹시 락스에 담갔나?" 락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며 호랑이선생님같이 야단치는 작은언니 덕분에 울집에도 친정에도 락스는 없다. 늘 실험을 하는 꼼꼼..

맹물생각 2023.02.26

한 공기의 사랑 #4 정(靜)

명경지수(明鏡止水)!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정지된 물)'이란 뜻이다. 맑은 거울도 고요한 물도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에 적당하다. 명경은 바람이 분다고 해서, 나뭇잎이나 물방울이 떨어진다고 해서 거울의 표면이 요동치지 않는다. 그러나 돌이라도 떨어진다면 상황은 다르다. 표면은 깨어지고 비추어진 내 모습도 일그러진다. 반면 지수는 작은 바람, 조그만 잎사귀, 작은 빗방울에도 금세 표면이 요동치고 만다. 지수에 돌이 떨어지면 커다란 파문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요한 물로 돌아간다. 현재의 '없음'이란 과거에 있었다는 기억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래에 대한 의식인 기대도 역시 과거의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없음'의 경험은 어떤 대상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

책이야기 2023.02.25

한 공기의 사랑 #3 무아(無我)

'무아'가 없단다. 2장 무상에서 '신을 죽여야 한다'는 말만큼 충격적이다. 얼마나 많은 구도자가 무아를 찾아 식음을 전폐하고, 깨달음에 이르고자 평생을 거는 사람도 있는데. 그 실상은 없음이라니... 물론 믿고 안믿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을 글을 만나본 적이 없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한 때 나도 살짜기 무아를 찾아 발을 담가본 적이 있다. 몇년 해보니 내 길이 아님을 알고 뛰쳐나왔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허상을, 있지도 않은, 스스로 만든 상을 쫓아가고 있단 말인가. 먹기도 하고 잠도 자야 참나를 찾는 수행도 할 수 있다.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지 못하면 수행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참나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쩌면 구도자가 찾았던 ..

책이야기 2023.02.24

한 공기의 사랑 #2 무상(無常)

의 두번째 장은 무상(無常)이다. 무상을 사전에 찾아보면 3가지로 표현되어 있다. 1번 모든 것이 덧 없음, 2번 일정하지 않고 늘 변함, 3번 불교에서 상주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나고, 죽고, 흥하고, 망하는 것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불교에서 무상의 가르침을 얘기하는 것도 일체개고와 마찬가지로 자비의 감정을 낳도록 의도된 것이라 한다. 즉, 자신이나 세상이 무상하다고 제대로 아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나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다. 무상에 직면한다는 것은 어제도 아니고 그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모레도 아닌 '바로 이 순간', '오늘 하루'의 완전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에 몸을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오늘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다..

책이야기 2023.02.23

한 공기의 사랑 #1 고(苦)

강신주 작가의 은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다. 무엇을 한 공기의 사랑이라 표현한 걸까? 강신주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강연을 인상적으로 본 터라 책도 덩달아 반갑다. 첫 챕터만 읽어봐도 뿌연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너무 흔하고 자주 쓰는 용어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면서 마치 알고있느냥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 많다. 대표적인게 '사랑'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사랑, 연민, 질투를 막연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마치 저울에 잰듯이 콕 집어 얘기해준다. 그리고, 어머님과 남편을 따라 수 없이 절을 다녀도 몰랐던 공양과 사물(四物)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다시 말해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의지이자 감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책이야기 2023.02.22

노안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한다. 문득 여기에 조물주의 큰 뜻이 숨어있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가까이 있는 자잘한 것들은 잘 볼 수 없게하여 평소 까탈스러웠던 사람들도 적당히 둥글둥글 살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지 않을까? 가까운 이의 자잘한 잘못들은 못본 척, 아니 못보게 하여 나이에 걸맞는 포용력을 가지게 하려는 뜻이 아니였을까? 너무 자세히 보이지 않게하여 적당히 묻어둘 것은 묻어두고, 한 발 멀리서 바라보는 안목을 가질 것을 권하는 자연의 섭리인가 싶다. 며칠 취침시간을 지키지 못해서인지, 운동을 게을리해서인지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온다. "주인님, 자꾸 그러시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습니다." 쉬어 주어야 한다. 적게 먹고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맹물생각 2023.02.21

목도리는 사랑을 싣고

딸램이 방학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뜨개질 수업을 등록했다. 요즘 뜨개질을 배운다고 외할머니께 자랑을 했다. "채언이가 할머니 이쁜 목도리 하나 떠줄래?" "네~" 대바늘, 코바늘도 구분 못하는 딸램이 무슨 자신감인지 대답도 씩씩하다. 선생님이 제공해주신 뜨개실로 한땀한땀 배워가며 열심히도 따라한다. 중간중간 실수도 많고, 실을 너무 세게 당겨서 바늘 하나 집어 넣기도 힘들다. 넣었다 뺐다 수없이 반복해야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이 너무 아파서 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못하겠다하지 않고, 몇번을 풀어서 다시 하기를 반복한다. 조금 진도가 나갔다 싶으면 바늘이 빠지고 코가 풀려서 또 다시다. 할머니와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지 요원하기만 하다.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실수를 하면 선생님도 수정해주시기가 여..

맹물생각 2023.02.20

떡볶이

남편이 없는 날, 딸과 둘이 하는 식사는 으례히 일품요리가 된다. 퇴근하는 길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나 떠올리면서 딸에게 전화를 건다. "채언아~ 오늘 저녁에는 뭐 먹고 싶어?" "음.... 맛있는 거!" "고기 재워 놓은 거 있는데 궁중떡볶이 어때?" "그제 먹었는데? 로제떡볶이! 로제가 맛있어." "로제? 생크림이 없는데?" "궁중떡볶이에 우유랑 고추장만 들어가면 되는거 아냐?" 나보다 낫다. 유뷰브에서 살짝 힌트를 얻어 로제떡볶이를 만들 궁리를 한다. 다행히 평소에는 잘 없는 베이컨 몇 조각과 오뎅이 냉동실에 있고, 재워놓은 고기, 떡볶이떡도 냉장실에 있다. 양파랑 얼추 이래저래하면 될 것 같다. 아침,점심 쌓아둔 설겆이 거리를 외면하고, 떡볶이부터 만들어 내놓는다. "엄마, 예서집에서 시켜먹었던..

맹물레시피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