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이 방학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뜨개질 수업을 등록했다. 요즘 뜨개질을 배운다고 외할머니께 자랑을 했다.
"채언이가 할머니 이쁜 목도리 하나 떠줄래?"
"네~"
대바늘, 코바늘도 구분 못하는 딸램이 무슨 자신감인지 대답도 씩씩하다.
선생님이 제공해주신 뜨개실로 한땀한땀 배워가며 열심히도 따라한다. 중간중간 실수도 많고, 실을 너무 세게 당겨서 바늘 하나 집어 넣기도 힘들다. 넣었다 뺐다 수없이 반복해야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이 너무 아파서 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못하겠다하지 않고, 몇번을 풀어서 다시 하기를 반복한다. 조금 진도가 나갔다 싶으면 바늘이 빠지고 코가 풀려서 또 다시다. 할머니와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지 요원하기만 하다.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실수를 하면 선생님도 수정해주시기가 여간 애로점이 있는 게 아니다. 선생님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 일도 바빠 봐주지 못하다가 하도 헤매는 게 안타까워서 옛기억을 떠올리며 몇 번 도와줬다. 그러다보니 시간 여유만 있으면 목도리 하나쯤 뜨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달받은 뜨개실 색깔도 맘에 들어 딸램과 함께 떠보기로 했다. 딸램은 할머니를 위한 핑크색, 나는 남편을 생각해 회색으로 선택했다.
시간은 흐르고, 손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목도리는 목을 한 번 휘감을 정도로 길어진다. 나는 딸램이 처음 해보는 것인 만큼 지금은 연습이고, 두번째부터 떠서 할머니를 드리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딸램은 연습 개념이 없다. 처음부터 할머니를 드리겠다는 뜻을 세우고 신중하게 떠간다. 그런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잦은 수업시간의 변경으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라는 무기가 있다. '변형고무뜨기'를 검색해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고, 어제밤 완성을 했다. 어설픈 시작이였지만 이렇게 결과물을 놓고보니 뭔가 이룬 것 같고, 뿌듯함도 있다. 사실 가까이서 보면 중간중간 실수과 허점 투성이다. 그래도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봐줄만하다고 서로서로 위로해준다.
드디어 모녀의 처녀작의 주인공들에게 증정식이 있었다. 한 집에 사는 남편에게 먼저 전달했다.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손수 떠서 주는 것이라 그런지 만족스러운 눈치다. 좋다고 한다. 거추장스러운 건 딱 질색인 남편이지만 이것만은 추운 날 하고 나갈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친정 가는 날! 딸램은 학원스케줄 때문에 못가고, 내가 대신 전달했다. 외할머니는 채언이가 이렇게 이쁘게 떳냐며 감동하신다. 색깔도 맘에 들고, 크기도 적당하고 딱 좋다고 하신다. 목도리값도 두둑히 챙겨주신다. 옆에 있던 큰이모가 말한다.
"와~ 정말 심플하고 좋은데. 나는 한 여름 빼고는 항상 목에 뭔가를 감아야 하는데... 내꺼도 하나 떠 줄까?"
즉석에서 주문도 받고, 딸의 입이 귀에 걸리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올해 80이 되신 울엄마! 참 이쁘다. 목도리도 정말 잘 어울리신다. 누군가 물으시면 손녀딸이 떠준거라고 얼마나 자랑을 하실까?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할머니가 주신 목도리값을 밑천으로 식구들마다 한개씩 선물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외가집 식구들이 끝나면 부산에 계신 할머니,할아버지, 고모들에게도 선물하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얹는다. 받기보다 주는 기쁨을 아는 딸이라 감사하다. 사랑해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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