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라도 손에 집히는 대로 빈 공간에 긁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쏙 드는 펜을 만나고부터는 손글씨 쓰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내용은 딱히 정해진 바가 없지만 그냥 써본다. 글씨 쓰는 느낌이 좋으니까.
하얀 바탕에 까만 손 글씨는 다 이뻐 보인다.
숫자나 도형을 그리면서 수학 문제를 풀어도 재밌고, 멋진 글귀라도 생각나면 더 좋다. 참으로 아쉬운 점은 휙휙 그은 선 몇 개만으로도 기똥차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도 있더구먼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는 것이 진심으로 아쉽다.
낙서는 요즘 내가 즐겨하는 어슬렁거리기와 닮았다. 낙서에 목적이 없듯이 어슬렁거림에도 목적이 없다. 그냥 걷는 게 좋아서 걸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밟아 본다. 여백에 낙서를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어슬렁 거리다 보면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한 사소한 것들까지 주의를 기울여 보게 된다. 우리 동네를 걷다 보니 자동차로 쓱 지나칠 때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올해의 새로운 발견은 벚나무다. 벚나무가 봄에만 주목받는 것이 이상하다. 가을의 벚나무가 얼마나 멋스러운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벚나무는 참 부지런하다. 꽃도 제일 먼저 피지만 월동 준비도 제일 먼저 한다. 다른 나뭇잎들이 안갖 힘으로 버티고 있을 때 벚나무잎은 질 때를 알고 스스로 놓는다.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어쩌다 세 찬 바람이라도 불면 무리 지어 떨어진다. 몸뚱이는 서둘러 겨울색으로 바뀌고, 군데군데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마른 나뭇잎은 마지막까지 이쁜 색으로 물든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듬성듬성 매달린 나뭇잎으로도 기품을 잃지 않는다. 올해 내 눈에 이상이 생긴 것인가. 내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참 이쁘다. 가을 벚나무!
이건 뭐지? 제목과 생뚱맞은 결론 벚나무는 무슨 관계이길래. 억지로 결론을 내리자면 낙서와 어슬렁거림은 새로운 발견을 선물한다.
#낙서 #어슬렁거리기 #벚나무 #새로운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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