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한 공기의 사랑 #8 생(生)

맹물J 2023. 3. 12. 23:24

사람은 살고싶다는 의지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누군가 나를 진실로 사랑해준다면 그러니까 내가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면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그것보다는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 때 더 살고자하는 욕구가 강렬해진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아끼고 돌볼 대상, 내가 없으면 삶이 더 힘들 무언가가 눈에 밟힐 때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아낀다는 것은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 삶에 대한 무게감을 더해 함부로 스스로의 목숨을 해하지 않게 한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가 꼭 그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해달라는 간절한 바램. 치매 할머니를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피는 할아버지가 자신보다 아내를 딱 하루만 먼저 데려가 달라는 기도. 까탈스럽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하는 늙은 남편을 보며 나 죽고 며느리 눈치보며 혼자 살아보라는 아내의 악담. 괜한 말들이 아니다.

사랑을 받기 보다 사랑을 했던 사람, 즉 누군가를 지극히 아꼈던 사람은 삶을 삶으로 제대로 영위했던 사람이고,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결국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자, 그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긍정한다는 의미이다. 상대방과의 첫 마주침을 떠올려보라. 스피노자의 말대로 상대방은 내게 기쁨과 유쾌함과 삶의 의지를 증진시켜주었다.

상대방의 기쁨과 나의 기쁨 사이의 중도! 혹은 상대방의 자유와 나의 자유 사이의 중도! 바로 이것이 진정한 사랑, 즉 아낌의 지혜다.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자유를 포기해서는 안 되고, 어느 한 사람도 상대방의 자유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산책을 하면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리는 근사한 노부부를 떠올려보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 누군가를 지극히 아끼는 나. 삶을 삶으로 제대로 영위하는 나.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나이고 싶다. 30년 후 해변가를 남편과 다정하게 손잡고 거니는 모습이 우리 부부의 모습이기를 소원한다.

#한공기의사랑 #생 #삶 #아끼는사람 #사랑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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