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숲속의 자본주의자

맹물J 2023. 3. 22. 05:59

박혜윤 작가의 <숲속의 자본주의>는 누군가가 참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 하여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되었다. 직전에 우리는 보도새퍼의 <돈>을 읽고 토론했다. 후자는 자본주의의 정수를 얘기하는 반면에 전자는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들어간다는 것 말고는 참으로 상반된 주제의 책이다. 그런데도 선뜻 ok한 멤버들은 참으로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한 분은 왜 이런 책을 좋다고 추천했는지 모르겠다 했다. 나는 어렴풋이 그녀가 왜 추천했는지 알듯하고, 나도 참 감동적으로 읽게 됐다.

나란 사람, 나란 사람이 하는 일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보자.

저자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모든 것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다는 뜻으로 지옥은 타인에 있다. 타인이 사라지면 내가 누구인지, 나의 이야기를 들려줘야할 필요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증명해야할 필요도 전부 사라진다. 이 완벽한 자유는 곧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하고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는 건 별로 쓸모가 없다. 사람들이 타인을 보며 판단할 때, 그들은 늘 자기 자신을 비춰보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무수히 많은 것들 중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늘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타인에 대한 내 반응이 내가 누구인지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다.

나를 찾는 여정이 쉽지 않지만 ,나를 찾기위해 내 속으로 침잠하기 보다 오히려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타인이 있어야 내가 있다. 나와 분리된 객체를 인식해야 내가 인식이 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히 말해준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의식하며 행동에 제약을 가할 일이 아니다. 매사에 내가 상대를 어떻게 판단하고 분류하고 인식하는지에 더 집중하고 성찰해야할 일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나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

'나의 현재에 중요한 의미, 맥락을 이해하려하고, 나만의 삶을 가꾸겠다는 목표'를  남은 반평생의 목표로 삼으려 한다. 이렇게 내 속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들을 찾아가다보면 조금씩 나에게 맞는 것들만 남겠다. 물건도 사람도 관계도.

수백년 전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단지 생존을 위해서 하루 종일 노동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고도 안전하고 쾌적한 집,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옷, 충분한 먹을 거리를 얻지 못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절대적인 가난에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살아 있기 위해 필수적인 것을 가질 정도의 노동을 한 이후, 남은 시간과 체력은 나를 실현하는 곳에 쓸 수 있는 요즘 세상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다.

내가 생산을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나를 나답게 하는 창조의 행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이 즐겁고 재미 있어서 따로 놀 거리를 찾아서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없으면 좋겠다. 이처럼 돈을 버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산 과정이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산하는 일이 부품이되거나 소모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일이라면 먹고 사는 정도만 해결되는 적은 돈이어도 좋다. 아니 실은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더 좋긴하겠다.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 나를 나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의 색깔이 다분히 드러나는 일일것이다. 그 일로 타인의 인정받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버리고 남들의 기대에 맞춘다고 해서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럴 바에는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성공이 아닌 나만의 재미라도 맛 보겠다. 나만의 진실한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몇명만 있어도 세상은 충분히 살만하다. 이렇게 나에게 맞는 사람들, 나에게 맞는  일만 남겨도 행복한 삶이 되겠다.

#숲속의자본주의자 #박혜윤 #나에게맞는일 #나에게맞는사람 #나에게맞는것만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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