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맹물J 2023. 7. 11. 06:40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세상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하지? 순간순간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써도 꼭 책임을 지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뱉어보는 말인가?  
 
<얼굴 없는 중개자들>을 읽다가 아래 단락을 만났다.
경영진 생각에 필리프브라더스는 '영원한 직장'이었다. 잘리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드문 곳이었다. 분위기가 이런데 '여기 나가서 새로 차리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상상도 못 할 극히 드문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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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원자재 트레이더로 시대를 주름잡던 리치가 임금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영진에 불만을 품고 퇴사를 하는 대목이다. 함께 퇴사한 고위 트레이더 몇몇과 리치는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다. 원자재 거래 역사에 새 시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라고 묘사한다. 
 
필리프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 제셀슨의 속내는 이러했다. 
"내 친아들이나 다름없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거둬 어엿한 트레이더로 키운 셈이죠. 그런데 그렇게 커서는 저를 배신하더군요."
반면 리치는 '제셀슨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면서 "당신 유언장에서 내 이름을 깜빡했더군요." '
라며 냉소한다.
 
내가 10년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도 나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에게도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잘하지는 못했어도 그토록 성실히 임해왔는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연착륙을 택했다. 충격파를 흡수할 몸을 만들어가면서 나름 자연스럽게. 어쩌면 자연스러움은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의 발로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승패에 일부 영향을 받고 승승장구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S의 추락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 중에 하나였다. 단지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떡집을 하는 시누이 부부가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고, 세 들어 살던 집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주인 아들의 한 마디 "우리가 여기서 장사할 거니까 나가 주세요." 다음 날 바로 주인어른이 찾아오셔서 사과를 하고 없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세 들어 있던 가게는 10년 이상 시누부부가 빵집을 운영하면서 성실히 세를 내고 있던 곳이었다. 빵집에서 떡집으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1년가량 운영도 못하면서도 꾸준히 집세를 내어왔던 터라 주인 아들의 한 마디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던 폭탄선언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참으로 잘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지구 한 편에서는 물난리가 또 저 편에서는 가뭄이, 코로나는 또 웬 말인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끌, 빚투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2억 하던 집이 7억 8억이 되는 것도 예사로운 세상. 30년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출산율이 0.78명?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외칠 때는 누가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겠나 말이다. 1~2년 뒤 7억 집이 2억이 되어도 그다지 놀랄 것 같지 않다. 
 
이 모든 것에 사실 원인은 반드시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그 이면에 숨은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탐욕이지 않을까? 일상사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반기지 않는 나로서는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사실 나의 피로도와 상관없이 이런 충격파가 일상이 되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한 가지 소망을 가져본다. '지금 이대로에 만족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는 평화로운 세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에 한 표를 던지며 나의 소망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래본다.

#일어날것같지않은일은반드시일어난다
#세상에한번도일어나지않은일은반드시일어난다
#영끌 #빚투 #원자재트레이더 #얼굴없는중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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