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도둑맞은 집중력

맹물J 2023. 12. 7. 10:58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 왜 잃어버린 집중력이 아니고 도둑맞은 집중력일까? 잃어버린 것은 나의 부주의를 탓해야 하지만 도둑맞은 것은 나의 관리 소홀보다는 외부 침입자가 존재한다는 뜻이겠다.

현대인의 집중력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라고 한다. 우리는 집단으로 집중력 지속시간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내가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중년의 나이 때문이고, 조직에 몸 담고 있을때만큼 하루하루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이보다 더 중요한 방해꾼으로 내 몸의 오장 육부마냥 따라 다니는 스마트폰이라고 힘주어 믿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모든 잘못의 90%이상은 내 탓이라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늘 지니고 다니는 것도, 시시때때로 울리는 알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심심풀이 삼아 SNS를 확인하는 것도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나같은 독자를 위로하고 싶은 것일까.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이라 한다. 마치 정크푸드라 불리는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 서 현대인이 비만과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된 것처럼 말이다. 나도 모르는 새 감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우리 모두 집단으로.

이런 집중력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그 원인으로 SNS를 만든 테크기업의 감시와 조작만 있는 것은 아니고, 늘 멀티태스킹을 하고,  영양가 없고 화학첨가물 덩어리의 음식을  섭취한다든지 수면 부족 등 다양하게 일러준다.
이 중에서도 지금 나는 테크기업에 방점을 찍게 된다.

수시로 울리는 휴대폰 알림 메시지에 반응을 하다보면 원래 하던 나의 일에 진행 속도는 느려지고, 실수도 잦고, 했던 일마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와중에 창의성은 거론할 계제가 못된다.

거대 테크기업이 아무렇지 않게 10억명 인구의 주의력을 좀 먹고 있다. 우리의 산만함이 그들의 연료가 된다. 스크린타임이 길어져야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들의 부가 축적된다. 자제력을 키우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화면 반대쪽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꺾으려고 노력하는 천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있다고 일러준다.

정말  인류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진 천사같은 천재가 나타나서, 우리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차분한 정신 상태를 만드는 방향으로 우리의 상품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가 예를 든 것처럼 이메일 알림은 모아서 하루에 한번만 주고, 친구가 올린 새 사진 클릭할 때 평균 20분이 지나야 원래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준다면.  인간은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할 때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선한 의도를 구현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기술력은 이미 차고 넘치게 발달해 있다.

얼마전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자 샘알트만이 해고되고 불과 4일만에 복귀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러했다. 오픈AI에서 개발한 기술이 속도가 엄청나고 인류를 파괴할 정도의 아주 위협적인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사회에서는 속도보다는 안전을 선택하고, 속도를 내는 알트만을 해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오픈AI에 막대한 자금을 대고있는 MS가 알트만을 즉각 받아들였다. 오픈AI 직원 770명중 700명도 알트만이 복귀하지 않으면 함께 퇴사하겠다고 하자 전격 복귀처리가 되었단다. 동시에 이사회에서 안전에 손을 든 3명은 해고되고.  MS 주식은 고공행진을 했다.

700대 70. 10:1이다. 개발자 내에서 속도와 안전을 선택하는 비율이다. 어떤 전문가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비율일 거라고 한다. 이제 방향성은 결정났으니 비지니스적으로 더 속도가 날 수밖에 없을거라고 한다. 나 하나의 선택이 이미 정해진 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마는 안전에 두 팔을 다 들고 싶다. 나의 미래와 아이의 미래가 함께 걸려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시류에 편승해서 관련 주식을 사 모으는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함도 없지 않다.

편리함과 효율성, 빠른 속도가 꼭 선이 될 수 있을까 의심해보게 된다. 젊은 시절 한때는 나도 맹신했던 단어들이다. 비슷한 연륜이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살아보니 그렇지만은 않더라.

#도둑맞은집중력 #요한하리 #집중력 #스크린타임
#오픈AI #샘알트만 #마이크로소프트 #MS #빌게이츠 #속도와안전

반응형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  (1) 2024.10.1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2024.02.01
그냥 하지 말라.  (7) 2023.10.19
원한다 = 필요하다  (0) 2023.07.14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2)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