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p.208)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치고 허영이다. 심지어 죄악이 될 수도 있다.
물질적인 것만 우선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안락한 집과 새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노안을 커버할 수 있는 안경이면 족하다. 이것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인가? 그렇다. 집은 2년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게끔 특히 우리집 가장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 안경은 노안으로 특히 새벽이나 흐린 날에 글 읽기가 불편하고, 아이들과 수학 수업을 할 때 필요하다. 그리고, 글쓰기를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넓은 화면의 패드가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눈에 맞는 안경이 있으면 패드는 당장 급히 필요치는 않겠다.
우리집 가장의 노고로 내가 친 사고도 수습하고, 나름 집은 준비되고 있다. 안경은 며칠 전에 맞춰서 다음 주면 찾는다. 일반 안경보다 비싼 탓에 가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 정도면 나에게 꼭 필요해서 원하는 것은 충족되는 것이다. 더 이상을 원하면 나의 허영심이 발동하는 것이고, 자연에 죄를 짓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 정도면 필요와 원하는 것을 일치시키며 살 수 있겠다. 특별히 물욕이 많은 편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물질적인 소유를 남과 비교해서 열등감을 갖는 경우도 잘 없다. 누군가 명품을 휘감고 있어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알아봐주는 안목도 없다보니 미안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내가 원하는 것만 갖추고 산다면 심플한 미니멀 라이프를 살 수 있겠다. 이를 지향하지만 아직 집안 구석구석을 보면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함은 무엇때문인가? 버리지 못함이 문제로구나. 이 또한 심각히 고민해보고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 와중에 갖고싶은 것이 한 가지 더 떠오른다. 훗! 커피 드리퍼와 그라인더! 이것은 욕심인가 필요인가? 가뜩이나 정돈되지 않은 주방을 생각하면 함부로 들여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대안은 있으니 일단 보류한다.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전생은 인디언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는 수 없이 끄덕여지고, 가슴에 콕콕 박힌다. 한 때는 잘못된 교육의 폐단으로 야만인으로만 알았던 인디언들의 삶, 문화, 지혜를 좀 더 빨리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문명인이라 자부하는 우리들의 욕망 때문에 저지른 실수로 함께 자멸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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