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 21

할아저씨

가장은 출근하고 딸램은 국어선생님이 내주신 모둠별 과제를 위해 친구집 J아파트로 간단다. 아직은 낯선 동네라 우리 아파트밖에 모를 텐데 잘 찾아갈지 걱정이 된다. "같이 걸어갈까?" "친구가 길 알려주기로 했는데..." 산책 겸 같이 걸어갈까 했더니 친구랑 통화하면서 걸어간다. 식탁에 앉아 이것저것 기록하고 있으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산책도 해야겠기에 뒤늦게 운동화를 신고, 현관 앞에 있는 버릴 재활용 박스들도 챙겨 나왔다. 아파트 입구를 나와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걸으니 J아파트가 금세 눈에 들어온다. 늘 다니던 도서관 근처다. 우리 동네는 걸어서 15분 거리 내에 거의 모든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보건소, 한의원, 치과, 복지관, 체육센터, 다이소, 도서관, 미용실, 마트, 카..

맹물생각 2024.11.17

부를 부르는 팔찌

지난 독서모임에서 S선배의 뽀얀 손목에서 광을 내는 빨간 염주 팔찌! 너무 이쁘다고 칭찬을 했다. '저렇게 강렬한 색을 해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구나' 속으로 감탄을 했다. 그때 내 눈빛이 너무 강렬했던 걸까? 오늘 2주 만에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이렇게 얼굴을 보기만 해도 반갑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런데 불쑥 선물이라며 이쁜 비닐 쇼핑백을 내민다. "선배님, 이건 부를 부르는 팔찌예요. 수학공부방 대박 나실 거예요." '옴마나, 감동입니다.' 금속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웬만해선 액세서리를 잘하지 않는다. 어쩌다 하더라도 쇠붙이가 아닌 것을 어렵게 선택하게 된다. 내 마음을 너무 드러낸 것인지, S선배가 독심술이..

맹물생각 2024.11.16

매직 워드

는 와튼스쿨 마케팅학 최고 권위자의 6가지 설득 전략을 알려줍니다.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어떤 표현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집니다. 아래 문장들을 차례대로 읽어보세요. 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그 사람은 진보적이야." "그 사람은 진보주의자야." "소희는 개를 좋아해." "소희는 애견인이야." "동생이 그릇을 치우지 않았어." "동생은 게으름뱅이야." "제발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되지 마세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 서술형이 아닌 명사형으로 표현하면 훨씬 더 그 상태가 지속되거나 근본적인 상태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패배하는 것은 나쁘다. 패배자가 되는 것은 그보다 더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명사형 표현..

책이야기 2024.11.15

DIARY of a Wimpy Kid

언젠가 하리라 마음만 먹던 영어 원서 읽기를 드디어 시작해보려 한다. 딸램의 영어 공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딸램의 눈높이에 맞춰서 하다 보니 내가 재미가 없고, 어설픈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딸램을 가르쳐 주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페이스로 내 공부를 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언젠가 딸램이 엄마의 공부 흔적이 궁금하면 이 블로그 글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본다.교재는 Jeff Kinney가 쓴 1권이다. 사실 나의 수준은 Wimpy가 주인공의 이름인 줄 알 정도의 실력이다. 'Wimpy Kid'가 말썽꾸러기란 사실을 방금 알았다. 말하자면 말썽꾸러기 사춘기 남자아이의 일기다. 물론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은 얘기한다. 이건 일기가 아니..

맹물생각 2024.11.14

낙서와 어슬렁거리기

아무거라도 손에 집히는 대로 빈 공간에 긁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쏙 드는 펜을 만나고부터는 손글씨 쓰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내용은 딱히 정해진 바가 없지만 그냥 써본다. 글씨 쓰는 느낌이 좋으니까. 하얀 바탕에 까만 손 글씨는 다 이뻐 보인다. 숫자나 도형을 그리면서 수학 문제를 풀어도 재밌고, 멋진 글귀라도 생각나면 더 좋다. 참으로 아쉬운 점은 휙휙 그은 선 몇 개만으로도 기똥차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도 있더구먼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는 것이 진심으로 아쉽다. 낙서는 요즘 내가 즐겨하는 어슬렁거리기와 닮았다. 낙서에 목적이 없듯이 어슬렁거림에도 목적이 없다. 그냥 걷는 게 좋아서 걸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밟아 본다. 여백에 낙서를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어슬렁 거리다 보면 평소에..

맹물생각 2024.11.13

버스 정류소 보일러

"우리 동네 참 좋아요." 가장의 출근길을 따라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다. 예전에는 무시로 집 근처를 산책하겠다고 가장을 따라나서본 적이 없다. 집만 나오면 사방팔방 차들이 쌩쌩 다니는 거리를 걷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이사 후 요즘은 매일 1시간 산책을 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지라 어느 때고 빈틈이 보이면 운동화를 꿰신는다. "커피 한잔 사서 한 모금 맛 보여줄게요." 가장의 별명은 '허니보이'다. 달지 않은 커피는 옆에 사람이 마시면 따라 마시는 정도라 애써 찾아 마시는 나와는 다르다. 둘이서 한잔이면 넉넉하다. 마침 버스 정류소 맞은편에 컴포즈커피가 생겨서 오며 가며 테이크아웃 하기 딱 좋다. 뜨아 한 잔을 받아 나오니 "그러면 내가 보일러를 떼 주겠소." "무슨 말?"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맹물생각 2024.11.12

살아온 전복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지금은 밤 10시 26분! '이상하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식품들이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 토요일 이 시간까지도 안 오면 월욜에 온다는 말인가?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하고 앱에 들어가 보았다.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목록에 들어가니 '배송완료!' 받은 적이 없는데 배송완료라니. 가끔 예전 주소를 잘못 넣는 경우가 있어 주소부터 확인을 했다. 주소는 맞다. 약간의 안도와 함께 이상하다며 딸램에게 보여줬다. "엄마, 어제 4시 48분 도착인데? 지금이라도 나가봐." "벌써 만 하루가 지났네? 전복이랑 소고기를 주문했는데..." 오늘도 몇 번씩 드나든 현관문을 다시 열어본다. "엄마, 엄마! 이상한데 주소가?" "그럴 리가? 주소는 맞던데?" 딸램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에는 '104동 16..

맹물레시피 2024.11.11

붕어빵도 시스템화

오랜만에 딸램과 단 둘이 보내는 토요일. 오전에 딸램은 뮤지컬부 공연 연습차 학교로, 엄마는 보강 수업으로 각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식사도 각자 해결했다. 딸램은 학교에서 나눠준 샌드위치와 복숭아 아이스티, 나는 공부방 냉장고에 있는 사과와 하루 견과, 빈츠(과자)로 대신했다. 수업을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이들 선행 수업은 어떤 교재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도 해보고, 최근 흐트러진 하루 루틴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책 주문 등으로 시간을 보내니 뭔가 어수선함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딸램은 약속대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떠는 것인지 헛갈리지만 모른 척 믿어주는 것이 상책이다. 얼추 각자의 일이 끝날쯤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니 붕어빵을 사 먹으러 가자고 합의를 봤다. 나의 목적..

맹물생각 2024.11.10

계란장

아침 간단 메뉴 2탄을 준비했다. 계란 장조림을 할 요량으로 오아시스마켓에서 갓 도착한 계란 10개와 냉장고 속 재고 2개를 꺼냈다. 최근 삶은 계란 껍데기 잘 까는 방법을 알게 되고 계란 요리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먼저 중간크기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인다. 그동안 흐르는 물에 손으로 문질문질 계란을 씻어 놓는다. 물이 끓으면 한 개씩 입욕시킨 후 12분 더 끓이고 찬물에 풍덩 담그면 끝이다. 이제 계란장을 만들어 보자. 재료는 양파 1개, 대파나 쪽파 한 줌, 땡초 2개, 진간장 120ml, 생수 150ml, 조청 4T, 미림 3T, 통깨 1T를 준비한다. 양파, 대파나 쪽파, 땡초는 총총총 작게 썰어주고 위 재료를 모두 섞어주면 된다. 오늘은 빨간 고추가 없어 많이 아쉬운 날이다. 역시 초록에 빨강..

맹물레시피 2024.11.09

돈.돈.돈!

3년 전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17개 경제선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가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순위가 가족이고 2순위가 직업이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고, 좋고 나쁨이 있겠냐만은 분명 우리나라가 좀 많이 특별해 보이긴 한다. 왜 우리만 특별한 선택을 한 걸까? 우리는 이제 갓 선진국에 진입을 했고,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인 반면에 다른 나라는 오래전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경제적 안정 위에 영위해 온 삶이 길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아직 먹기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고,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평상적인 수준의 의식주는 걱정 없는 ..

맹물생각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