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엄마는 마라탕이 싫다고 하셨어

맹물J 2023. 1. 12. 06:05

두어달 전부터 딸램이 마라탕을 먹고싶다고 한다. 그 전에도 딸램 덕분에 두번 먹어봤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니다. 일단 국물맛이 어떻게 나는것인지 의심이 된다. 못먹을 맛은 아니지만 왠지 첨가물이 잔뜩 들어갔을 것 같은 느낌때문인지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남편은 한 번도 못먹어 봤다기에 "아빠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라는 핑계로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나름 검색을 해서 양산에서 마라탕 맛집을 찾았다. 블로그 주인은 사진을 잘 찍은 것인지, 비쥬얼도 맛도 굿굿굿. 배가 찢어지도록 먹었다고 한다. 함께 주문한 멘보사와 꿔바로우도 넘 맛나니 꼭 다시 오고싶은 곳이라 소개했다. 그러나 딸램은 내가 찾은 곳은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싫단다. 딸램 소원들어주는 날이니까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지난 번 가보고 또 가고싶지 않았던 곳으로 또 갔다.

딸램이 말한다.

"엄마, 옥수수면이 젤 맛있으니까 꼭 담아야 돼. 숙주, 백목이, 넙적당면, 알배추도 맛있으니까 꼭!"

이것저것 보이는 대로 담아서 딸램은 0.5단계 매운맛, 남편과 나는 1단계 매운맛으로 해달랬다.

테이블 위에 완성된 마라탕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에구ㅠㅠ' 했다. 0단계부터 4단계 매운맛 중에 너무 낮은 단계라 비쥬얼도 별루인가 싶다. 검색해본 마라탕은 참 모양이 그럴싸 해보이더만. 

한참 먹다가 딸램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아빠, 별점 5개 중에 몇개??"

"음... 3개?"

 

마라탕을 처음 먹어본 후 재료 관리가 엉망인 식당이 기사에 나온 걸 봤다. 그 순간 알몸으로 김치를 절이는 중국인의 영상과 오버랩되면서 일단 나의 뇌리에서 거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왠지 중국음식과 위생, 건강과는 연결이 안된다. 이것 저것 알 것 없는 딸램은 친구들이 마라탕을 맛있게 먹었다 하고, 그들의 대화 속에 늘 핫템이다보니 마라탕은 맛있고, 즐거운 우정으로 각인된 듯하다. 세상에서 친구가 제일인 초5니까. 우리 세대가 떡볶이와 오뎅을 먹듯이 이들은 마라탕을 먹으러 간다. 추억의 음식 떡볶이와 오뎅을 건강하냐 아니냐 따지는 보수파 엄마다 보니 마라탕 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마뜩잖아도 딸램 소원을 들어준 것에 숙제를 했다고 위로한다.

 

멘보사도 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아직 순간순간 사진으로 담는 것에 익숙치 않다. 요즘 세대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쓸려고 하면 증거자료가 없음에 늘 아쉽다. 버릴지언정 뭐든 찍어서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요즘 시대 생존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건강설을 풀고, '마라탕은 어쩌다 한 번 먹는 걸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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