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젊은 시절 창녀로 살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악몽같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로자 부인.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창녀로 살 수도 없게 되자 창녀의 자식들을 키워주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 아이들 중 한명인 모모는 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더 더욱 알지 못한 채 정확한 나이도 생일도 모르고 살아간다.
부모를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에 태어나자마자 맞닥뜨린 바닥인생! 부정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기엔 왠지 억울한 기분일 것이다. '이 번 생은 내 역할이 이름도 모르는 창녀의 아들이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 것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하여 훌륭한 일을 하는 판사가 되었습니다. ' 정도가 되면 잘 산 인생인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픈 노인은 생명의 의미가 없는가? 노인들은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다. 거기다 아프기까지 하면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하니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그런 사람은 버려져도 마땅한가?
나는 로자 아줌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기특한 모모는 이런 생각을 한다. 로자부인이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제 정신일 때는 절대로 병원에서 식물인간이 되어 생명만 연장하는 짓은 하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의사와 이웃들이 이구동성으로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할 때 모모는 이를 막고자 거짓말로 둘러된다. 결국 병원 이외에 갈 곳 없는 로자부인을 부인이 미리 마련해둔 지하실로 옮긴다. 부인의 뜻대로 인위적인 생명연장 없이 임종을 맞게 한다.
우리는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받은 사명이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각자 삶의 의미는 각자가 만드는 것이라 한다. 내 앞의 생에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의미의 가치 판단 기준은 항상 내 안에 있어야 한다. 타자가 내 삶의 가치판단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건 내 삶이니까. 로자부인과 모모는 각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처해진 불우한 환경에서 서로에게 삶의 의미이지 않았을까?
로자 부인이 늙고 병들어 똥, 오줌을 받아줘야 하고, 치매로 정신까지 놓아버려도 모모는 절대 로자 부인을 버리고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로자 부인은 모모가 빨리 자기 곁을 떠나게 될까 두려워 모모의 나이를 4살이나 어리게 알려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이의 진심을 읽고 꼭 그 뜻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모는 묻는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모모와 로자부인을 보면 그럴 수 없다. 모모에게로 들어오는 양육비가 끊어져도 로자부인은 어려운 형편에도 모모를 지켰다. 모모는 로자부인이 더 이상 자신도, 다른 아이들도 보살필 수 없고, 늙고 병들어 추하고, 돈도 없는 로자부인을 끝까지 지켜드리고 싶어했고, 여러 유혹에도 그것을 지켰다.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런 작품을 겨우 한 번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건 역시 역부족이다. 두 번 세번 읽게 되면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텍스트로만 있던 유명한 책이었는데 내가 읽은 건 일러스트가 삽입된 책이었다. 훨씬 상상에 도움을 준다. 글이든 그림이든 이 정도 수준으로 창작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
다른 일보다 책읽기가 재미나고 글쓰기가 즐거우니 나는 지속할 것이다. 수준의 높고 낮음은 타자가 판단하겠지만 내 삶의 의미는 내가 부여하는 것이니 높은 수준이 꼭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싶다가 첫번째 의미이고, 꾸준히 하다보니 잘하게 되었다가 희망사항이자 두번째 의미다.
아궁 내가 생각해도 정리 안된 글을 일단 올리고 본다ㅠㅠ
#자기앞의생 #로맹가리 #에밀아자르 #일러스트자기앞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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