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률님은 2009년, 2023년 2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다. 작가님은 2000년부터 거의 매일 어디를 가시든 무슨 일이 있든 일기를 쓰셨다. 그 10년 기록을 모아 2009년 칠순을 기념하여 책을 내셨다고 한다. 물론 자비로 아니 자녀들이 선물로 출판을 해드렸다고 한다. 또 한권은 며칠전 출판되었다. 여전히 자비로 출판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족보보다 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운 날들>은 결혼을 앞두고 남편이 아버지께서 쓰신 책이라며 선물을 주었다. 하루밤을 세워가며 절반이상을 읽었던 기억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평범한 소소한 일상을 담은 글들이 참 담백했고, 여유가 있고, 평화로운 분이구나 생각했다. '이런 멋진 분을 아버지로 둔 사람! 참 복도 많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 나의 아버님이 되신 작가님은 스마트폰을 접하고 가는 곳마다 장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셨다. 몇년 뒤부터는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담으셨다. 특히 내가 암웨이사업을 해보겠다고 당당히 선언을 하고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집을 비우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남편은 그 10여년 동안 평균적으로 한달에 두어번 정도는 어머님, 아버님, 시이모님, 딸램 일명 '클릭멤버'를 태우고 산과 바다로 다니기 시작했다. 짧게는 10분 거리의 황산공원부터 어머님,아버님의 고향인 고성, 삼천포, 김해, 청도 등 경상남북도 일대는 대부분 다닌 것 같다. 도 경계를 벗어나는 서울, 강릉, 구인사 등을 갈 때는 1박 2일로 가끔 나도 동행한다. 내가 결혼 전 타고 다니던 차 클릭를 남편이 타고, 구매한 새 차는 내가 탔다. 가끔 바꾸기를 권해도 남편은 클릭이 편하다고 한다. 배려의 마음인 걸 알지만 그런가부다하고 넘어간다. 지금은 연식도 오래되어 동네 마실차량이 되었지만 10여년을 함께 했던 클릭멤버의 애마! 나중에 폐차를 하게되면 무슨 의식이라도 치뤄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이 든 고마운 차, 그 이상이다.
그 고마운 애마 덕분에 주말마다 도시락을 차에 싣고 어디든 달린다. 그 현장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시고, 글로로 남겨주신 고마운 아버님이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훗날 할아버지의 정성이 한땀한땀 베인 이 책을 보며 울딸램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싶어서다. 페이지마다 손녀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글들을 보면서 울딸이 얼마나 자존감 높은 아이가 될까 감사감사한 일이다.
너무 경치가 아름다울 때, 매서운 바람에 손이 시릴 때, 일행들이 늦다고 재촉할 때 등 사진을 찍거나 기록을 남기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아버님한테는 타협이 없으시다. 집요하리마치 끈질기게 자연과 주변 사람들의 동정을 폰에 담기를 주저하지 않으신다. 때로는 그냥 걷기만해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협착증이 있으셔서 젊은 우리보다 몇배 힘드실텐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차에 앉으면 펜과 수첩을 꺼내들고 한시간 내내 바로 직전 있었던 일을 꼼꼼히 기록하신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젊은 우리도 멀미가 날 일인데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을 집에서 다시 깨끗한 노트에 옮기시고, 사진과 동영상도 컴퓨터로 옮겨 담으신다.
"어서오소~ 걸음도 느린 사람이 맨날 같은 걸 저래 찍어샀는고." 어머님의 잔소리는 배경음악이 된다. 언제나 아버님보다 앞서시고 빠른 어머님이시지만 두분이서만 다니실 때는 아마도 느린 아버님을 충분히 기다려주실 것이다. 단지 아들 며느리와 손녀딸까지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하신 맘에 더 재촉하시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같은 열정을 보이시는 아버님께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결혼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호기심 많은 숙모님 한분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미경아, 너거 시어머니 좀 깐깐하시제?"
"아뇨, 엄청 좋으신데요. 며느리를 딸보다 더 귀하게 대해주세요."
숙모님은 뭘 그럴려고 하는 표정이지만 더 힘주어 말하는 것도 뭣하고 그냥 웃고 말았다. 얼핏보면 아버님의 너그럽고 후덕해보이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깡마른 어머님을 보고 숙모님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참으로 오해다. 아버님의 잘생긴 미남형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 좋은 모습도, 2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한결같은 열정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님의 희생적인 뒷바지와 정성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울어머님, 아버님에 대해 책으로 쓴다면 2/3이상은 칭찬 일색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줄이고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아버님! 두번째 책 내신 것 많이 많이 축하드리구요. 채언이에게 두고두고 큰 선물이 될거에요. 많이 감사드려요. 어머님께는 아버님께 드리는 감사에 항상 100 플러스로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작가이명률 #이명률 #그리운날들 #클릭멤버 #칠순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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