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기본 소득을 주는 세상이 온다면?

맹물J 2024. 10. 31. 22:47

기본소득 이야기는 3~4년 전 떠들썩하게 회자되었던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끝없이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고, 여러 이유로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 기본 소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산, 소득, 노동 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거나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좌파, 우파, 현실 가능성  등등을 다 떠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는 앨런머스크, 빌게이츠, 저크버거 같은 과학기술 발달을 선두 하는 이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논의하는 바이기도 하다. AI, 로봇 같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노동시장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곧 소비자였기에 노동소득으로 소비를 장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노동은 기계의 몫이 되고 있다. 그러면 기계를 컨트롤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은 쓸모없는 잉여인간 취급을 해야 옳은가? 쓸모가 없으면 가치도 없는가?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두가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출생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그저 자연현상에 의해 태어났을 뿐이다. 일단 태어났다면,  생명이 주어졌다면, 생명이 생명에 대한 예의로 특히 인간이 인간에 대한 예의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최대한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만약에 모든 국민에게 매달 300만 원씩 주어진다면, 그러니까 중상층 정도의 의식주를 해결할 소득이 보장된다면 어떨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일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자녀에게 공부를 시킬 것인가? 지금처럼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할 것인가? 지금처럼 매일 주식 오르내림을 눈여겨볼 것인가? 지금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살 것인가?

꿈같지만 정말 그런 돈이 안정적으로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최소한 딸램이 좀 더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보드게임하자고 할 때 진심으로 놀아주고, 우영우 보자고 할 때 몰입해서 봐주겠다. 좋아하는 다꾸 하는 것도 OK, 만들기에 시간 쓰는 것도 OK,  친구 생일 선물 고르고, 꾸미고,  포장하며 긴 시간 보내는 것도 OK. 빈약한 상상력 탓인지 내가 어떻게 살지는 감히 그려지지가 않는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는데 럭셔리한 삶을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모으지는 않을 듯하다. 돈벌이를 위한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던 우리가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면서 의미를 찾을 것인가?

인간으로 태어나 평생 생계를 위한 노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동물로 태어난 것과 별반 다른 가치가 없어 보인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이 기본소득이니만큼 그런 세상이 일단 왔으면 좋겠다. 머지않은 시기에 조짐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다.

#기본소득 #인간다움 #노동자는기계 #소비자는인간

경기도 기본소득 공모전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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