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인디언의 10계명

맹물J 2023. 7. 5. 05:55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자그마치 919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오랜만에 빌리지 않은 내 책을 읽는다. 표지를 열면 '2009. 7. 7' 라고 적혀있다. 분명 내 글씨다. 14년 전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있었구나. 사실은 추천을 받아 이 책을 빌리고보니 똑 같은 표지가 집에 있어서 반납을 했다. 제목에 끌려서 이 두꺼운 책을 샀던 것일까? 또렷한 기억은 없지만 읽어가면서 낯설지 않음을 느낀다.


얼굴 흰 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당치도 않게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다. 여러 부족의 인디언 추장들이 백인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하는 연설문이 실려 있다. 인디언의 말이 이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잘 표현되는 것도 신기하고, 인디언은 글도 책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훌륭한 연설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무엇보다 그 연설문이 가슴을 애리고 심금을 울리며 논리적이라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아래 인디언의 10계명을 옮겨 본다.

1.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 그 어미니를 잘 보살피라.
2. 나무와 동물과 새들, 당신의 모든 친척들을 존중하라.
3. 위대한 신비를 향해 당신의 가슴과 영혼을 열라.
4. 모든 생명은 신성한 것, 모든 존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라.
5. 대지로부터 오직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그 이상은 그냥 놓아 두라.
6. 모두에게 선한 일을 행하라.
7. 모든 새로운 날마다 위대한 신비에게 감사하라.
8.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오직 선한 것만을 보라.
9. 자연의 리듬을 따르라. 태양과 함께 일어나고 태양과 함께 잠들라.
10. 삶의 여행을 즐기라.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

불교의 가르침과도 비슷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아니고,  들에 핀 풀이나 산짐승보다 나을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자세가 저러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숱하게 고민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다 들어있다. 

철들이 들면서부터 속으로 생각하고 때때로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지만 영원히 풀지 못할 것같은  미제들이었다. 너무나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하나다."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 수 있는 말로 알았다. 그러고보면 인디언들은 이미 깨달은 선각자들이고, 자자손손 이 정신을 대물림한다니 부럽기 그지 없다. 인디언으로 태어나면 성장과정에서 특히 사춘기에 우리내처럼 방황하고 번뇌하는 시기가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의 삶을 얼마나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까? "10. 삶의 여행을 즐기라."처럼 직접적인 메세지도 있었듯이 말이다. 단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하지만 발자취는 남기지 말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나 남은 사람들, 자손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라. 필요한 것만 취하되 그 이상은 놓아두라."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끝없이 욕망을 키우는 우리들이 참으로 반성해야할 말씀이다. 
 
아직 3분의 1도 읽지 못했지만 울림을 주는 대목들이 많아 미리 소감을 적어봤다. 남은 페이지들도 꿀물처럼 읽어갈 것이다.
 
 

반응형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한다 = 필요하다  (0) 2023.07.14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2) 2023.07.11
작가의 인생 공부  (5) 2023.06.29
돈의 심리학  (0) 2023.06.27
첫사랑  (0) 20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