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문장을 반사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1919. '1919봄'은 밀양 표충사 근처에 있는 카페이름이다. 독서모임 멤버의 소개로 양산에서 밀양까지 원정 독서모임을 했던 곳이다. 그 때의 기억이 좋아서 절친과 역시 친구사이가 된 각자의 외동딸 한명씩을 데리고 왔던 곳. 어떤 이유인지 딸램은 그 때 혜원이와 함께 마셨던 자몽에이드가 '13년 인생음료'라며 다시 가기를 소망했었다. 그러기를 여러달만에 다시 방문했다. 음료 한잔 마시자고 왕복 2시간을 왔다갔다한다는게 가성비를 따지는 엄마 입장에서는 쉬이 받아들이기 힘던 부분이였다.
마침 오늘은 친정부모님, 언니들과 함께 경산에서 뭉치는 날! 참석하지 못한 형부가 미리 예약해두신 해신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내려오는 길이다. 이 때를 놓칠세라 딸램은 1919봄을 거쳐가야한다고 외친다. 이유인 즉슨 학교에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하는데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 못지 않게 근검 절약과 가성비를 따지는 습관이 몸에 벤 남편이지만 딸바보인 탓에 가끔 무너진다.
1919봄은 1919년에 세워진 당시 부잣집인 듯하다. 그 고택을 리모델링해서 한옥카페로 꾸며진 곳이다. 마당을 꽃과 나무로 이쁘게 꾸며놓고, ㄷ자 모양으로 놓여진 독채들 사이 사이로 돌길과 잔디밭. 춧담?에 신발을 벗어놓고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독방이 참 좋다. 오늘은 비님도 주룩주룩 내려주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새까맣고 통통한 똥파리 한마리가 귀찮게 돌아다닌다는 점만 빼면 참 좋다. 비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뜨문뜨문 식구들과 얘기도 나눈다.
그 때 그 시절 일제치하를 생각하면 지금은 꿈같은 세상이지 않겠는가. 100년이란 시간이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물론 그저 시간만 간다고 어찌 이런 평화를 찾을 수 있었겠나. 누군가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삼 희생되어진 넋들에 묵념이라도 하고, 위로와 감사를 전해야할 것 같다. '대신 저희가 열심히 살아드릴게요'
조용히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 참 좋은데 딸은 아직 아닌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책읽는 것마저도 함께 해야 즐거운 아이다. 한페이지씩 돌아가며 읽기. 그래 엄마는 내키지 않지만 너를 위해. 자판 두드리기는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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