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황산공원 나들이

맹물J 2023. 4. 5. 23:08

이 좋은 날 우리식구들 끼리만 벚꽃구경을 다녀온 것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든다. 4월 2일 일요일. 남편도 나도 일정이 비어 있어서 어머님, 아버님, 시이모님까지 늘 함께 다니시는 클릭멤버들이 뭉쳤다. 지하철을 타고 양산 증산역까지 오셨다. 새벽 댓바람부터 김밥을 싸고, 회무침할 야채와 초고추장을 준비했다. 완성된 모습은 별개 없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행히 부산에서 어른들의 출발이 늦어져 얼추 시간이 맞다.

양산 황산공원에도 차량 진입을 막고 걸을 수 있는 벚꽃거리가 있다고 어른들께 콜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벚꽃은 다 떨어지고, 새순같은 푸른 잎이 보인다. 어머님은 "나는 매일 벚꽃나무 아래 앉아서 논다." 하신다. 시이모님도 "동네사람들하고 진작 구경하고 왔다아이가." 하시고. 기껏 초대한 아들, 며느리 무안할까봐 배려의 멘트를 날려주시는 감사한 분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튤립이 만발이다. '오~매 이런 횡재가~' 색색깔의 튤립이 황홀경을 선사한다. 즐겁게 신나게 발걸음도 가볍다. 연신 찰칵찰칵 카메라가 쉴 틈 없다. 어머나, 딸램이 폰카메라를 음식 촬영 모드로 만들어 놓은건지도 모르고 찍어댔다. 꽃도 사람도 음식모드로 촬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생각외로 꽃은 음식모드로 촬영하니 더 이쁘게 나온다. 모든 위대한 발명이 실수를 통해 나온다더니. 딸램 고마워.

집 가까이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감사가 절로 나온다.  기껏해야 6명인데 산책을 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딸램은 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걷다가 그림자 놀이를 하자 하고, 꽃잎을 주워서 오로지 파란 하늘만 배경으로 찍어 달란다.

언제 어디서나 기록의 대가이신 아버님은 자리만 보이면 앉아서 뭔가를 쓰신다. 아마도 벚꽃의 실망스러움보다 튤립의 황홀경과 화창한 날씨, 산책할 수 있는 건강과 행복에 대한 예찬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누구보다 건강관리에 관심도 많고, 철저하신 어머님은 염증에 좋다며 민들레만 보면 뿌리째 뽑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동생을 돕겠다며 함께  거들어주시는 시이모님.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님도 얼마전까지는 허리도 곧곧하고, 걸음걸이도 빠르고 힘이 있었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렇게 인내심 많은 어머님이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는 세월이 야속하다.

이곳 저곳 구석구석을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그런데 불어오는 모랫바람이 금방 따놓은 요거트 뚜껑을 다시 덮을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점심을 야외에서 먹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남편이 어느새 와서 말한다. "저기 바람 모래 바람 없는 자리 예약해놨어예. 옮깁시다." 이 넓은 허허벌판에 그런 곳이 있을리가. 반신반의하며 따라간 자리가 명당 자리다. 갈대숲 한가운데 터가 닦여있다. 그 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으니 가히 우리집 안방 같은 느낌이다. 참말로 바람도 적고, 모래는 날릴 수가 없다. 오가는 사람들의 시야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햇볕이 바로 내리쬐는 것만 아니면 더이상 좋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햇볕도 어른들한테는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니 좋고, 비타민D를 제대로 합성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아직 점심 식사를 하기에는 이르다. 일행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하고싶은 일을 시작한다. 아버님은 글쓰기, 어머님과 시이모님은 민들레 다듬기, 딸램과 나는 딸램이 이모에게 주문받은 목도리를 뜨기 시작한다. 뙤약볕 아래서 뜨개질하기! 뭔가 상상하기 힘던 조합이다. 그래도 요즘은 시간을 쪼개서 살다보니 이렇게라도 해야 뜨개질 숙제를 시간안에 끝낼 수 있겠다.

12시 땡하기를 기다려 준비한 2인분 짜리 김밥 도시락 3개와 회무침을 위한 볼을 꺼내놓으니 아버님께서 특히 좋아하신다. 야외로 나오면서 스텐볼까지 챙겨오기는 처음이다. 아나고회 두 도시락과 초고추장을 넣고 버물버물 한 후, 미나리, 깻잎, 상추, 무, 양파, 당근, 쪽파도 함께 넣어 무친다.  아버님은 맛있다며 마지막에는 볼채로 들고 마무리를 하신다. 음식을 하는 사람은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고마울 때가 없다.

식사후 과일과 차까지 마셨다. 빛과 열에 제일 취약한 내 얼굴피부부터 빨개지기 시작한다. 언능 정리를 하고, 아버님의 제안대로 내년에 이사갈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는 상북으로 갔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시골 중학교가 있다. 학교건물에서 나오면 바로 정원이고, 그 옆에 아주 넓은 운동장이 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딸램은 한바퀴 숨차게 달려보기도 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참 마음에 든다. 누가 뭐래도 우리 가족에게는 만족스러운 환경이 될 것 같다.  

어머님, 아버님 건강하게 백수까지 누릴 수 있어 오늘같은 여행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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