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귀한 사진을 놓칠 뻔 했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딱히 한 일도 없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더니 벌써 취침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 글감도 아직 못 정했는데 난감하다. 블로그에 키워드만 적거나 사진만 올려 임시저장 해둔 파일을 뒤져 본다. 아 이 사진! 사진과 함께 글을 반쯤 쓰다 말았다. 이어 쓸까도 생각했지만 사진을 담을 당시의 감동으로 써 내려가던 글을 절반 이상 식은 감정으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백스페이스로 과감하게 날려 버렸다.
바로 아래 이 사진은 작년 겨울 어머님, 아버님, 딸램과 울부부가 2박 3일 일정으로 강릉을 여행할 때다. 동해바다를 따라 올라가며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들렀던 장사해수욕장! 물감으로도 감히 흉내내기 힘던 하늘, 바다, 모래 사장의 색깔에 매료되어 '와~ 와~ ' 탄성 외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 부처님, 조물주님 어찌 이런 조화를 부리신단 말씀입니까!' 자연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그 곳을 올해 봄, 구인사를 가는 길에 다시 들렀다. 구인사와는 한참 멀기도 하고 방향도 맞지 않지만 지난 겨울의 그 강렬했던 기억 때문에 굳이 동해를 거쳐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사뭇 다른 모습에 우리는 적잖이 놀랬다. 아 그렇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이 바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 그래도 바다는 바다다. 탁 트인 동해바다는 언제나 가슴이 뻥 뚫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부드럽고 편안하고 은은한 봄바다의 향도 좋다. 매서운 겨울 날씨가 선사하는 강렬함은 아니어도 상처받은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랄까.

여름바다, 가을바다도 또 다른 설렘을 주겠지? 같은 곳을 다른 계절에 가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비록 자린고비 여행일지언정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갖가지 자연을 선물해주는 남편님 감사해요. 삶의 여정에 여행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이왕이면 자주 들어가면 더 훌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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