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좋은 이웃

맹물J 2023. 2. 1. 23:56

"오용이 삼촌이 밥 사준다는데.. 오늘 저녁.. "

가족톡에 남편의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뭘 해서 먹어야하나 고민하는 중에 만난 메세지는 가뭄의 단비요, 사막의 오아시스다. 해준 것도 없이 밥을 얻어먹어도 되나 하는 맘과 함께 식사준비와 설겆이의 부담이 없어진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온가족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으로 먹자고 했다. 오용씨는 더 맛난 것을 먹자고 한다. 

 

오용씨는 남편의 직장 동료다. 입사동기생들 중에서도 유독 친한 사이다. 비슷한 시기에 양산으로 이사를 와서 내가 한창 요리미팅을 할 때는 곧잘 집으로 초대도 했다. 편하다는 이유로 만나면 건강설, 암웨이설을 풀어놓아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던 고마운 동료이자 이웃이다. 아직 싱글인 오용씨! 이리 괜찮은 사람이 왜 아직 혼자일까? 그만하면 인물도 좋지, 직장 반듯하지, 예의 바르지, 흠이라면 나이가 많은 것인데, 그 나이에 머리 숱도 많지. 어디 가도 빠질 것이 없는데...아직 인연이 못만난 것이라 생각된다. 

 

오용씨 덕분에 양산에서 돼지국밥으로 가장 맛집인 부자왕돼지국밥을 맛있게 먹고, 빅딜 카페에서 맛난 디저트까지 먹으며 수다와 뜨개질을 동시에 한다. 딸램은 노트북까지 들고와서 온라인 뜨개질 강의를 듣고, 나는 중간중간 딸램의 말상대와 앞에 앉은 두분과도 대화를 한다. 손으로는 쉼없이 뜨개질을. 마치 우리집 거실이라도 되는 듯이 모든 상황이 부담 없고 자연스럽다. 그만큼 편하고 가까운 이웃이라 가능한 일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오늘 주문한 메뉴들이 참 맛난다. 딸램은 딸기스무디, 두분은 아인슈페너, 나는 자몽티. 앙버터까지.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혼자사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음식을 골고루 차려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강관리법을 모르지 않으나 머리로 아는 것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은 혼자보다 둘이 낫고, 좋은 이웃이 함께 하는 것도 행운이다. 우리가 이사할 곳으로 함께 가자며 시덥잖은 농담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과 편안한 이웃으로 오래 함께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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