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왕비로 산다는 것

맹물J 2023. 1. 27. 23:26

스스로는 절대로 선택하기 어려운 책이다. 일단 제목은 끌리긴 하지만 책을 먼저 펼쳐볼 수 있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내 취향이 아닌 것이다. 독서모임에 지정도서로 선정되었기에 나같은 무지랭이도 억지로라도 읽어낸다. <왕비로 산다는 것>은 조선의 역사를 왕비를 중심으로 들여다본다. 사실 조선사의 중심에 있는 왕과 참모를 중심으로 한 역사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더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쨌거나 읽고난 소감은 이렇다. 조선의 27명의 왕이 거느린 43명의 왕비에 대한 이야기. 읽어가다보면 이 왕이 현왕의 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인지 헛갈리고, 이 왕비가 어느 왕의 왕비이고, 어느 왕의 어미인지 무진장 헛갈린다. 그래서 제 1대부터 27대까지 왕의 이름을 적고, 왕비의 이름을 그에 맞춰가며 읽으니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그 당시 사대부 집안의 규수들은 왕비로 간택되길 바랬던 것일까? 아마도 그랬겠지. 특히 아버지의 권력이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왕비의 삶을 굳이 비유하자면 극한 직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왕비가 되면 일단 왕자를 생산해야 하고, 용모는 늘 단정히 가꾸어야하며, 성품은 너그럽고 어질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 봐서는 삐가번쩍 참 부러운 자리일 수 있으나 속내를 알고나면 안고싶은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왕도 그렇지만 왕비도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경우가 많다. 전염병이나 출산 후유증 등으로 승하한다. 그러고나면 계비를 들이고, 후궁도 많이 둔다. 왕이 정사에 집중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다. 형제들끼리 왕권을 두고 다투고, 많은 후궁들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족벌체제라 너무 어린 세자를 왕으로 둔다든지. 가만히 보면 시쳇말로 궁궐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 그러면 그들을 믿고 따르는 백성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무래도 믿지 못할 것을 믿고 살았던 듯하다. 각자도생이라는 단어가 이 때부터 기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각 시대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이 있다. 그에 알맞게 부합되는 사람은 인정도 받고, 사람도 따르고, 경제력도 생긴다. 왕비에게 조선시대가 요구하는 사항들. 그것들에 맞춰 살다보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은 없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의식은 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고, 남의 눈을 의식한 옷매무세, 말씨, 표정을 짓기에 바빴을 테니.

 

'나는 나로소이다.'

원하다면 남 의식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살 수 있는 요즘 세상에 태어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마치 논문처럼 왕비를 소개하는 형식이 똑같다. 누구의 자손이고, 무슨 왕의 정비인지 계비인지, 몇세에 승하했는지 등. 명쾌하고, 헛갈리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이과생의 특성인지 역대 왕들의 계보와 그에 맞는 왕비들을 연결시킨 도표라도 있었으면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왕비로산다는것 #신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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